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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슈뢰딩거의 포닥

2026.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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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분의 사고 실험]
위대한 물리학자 슈뢰딩거옹께서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개념을 제창하셨다. 다소 일반화된 버전으로 핵심 내용을 설명하자면, “어떤 것의 상태는 두 가지가 중첩할 수 있으며, 관측 시 한 상태가 결정된다.” 정도가 되겠다.

[우리는 중첩 상태에 놓여있다]
박사후연구원, 혹은 포닥은 이제 갓 박사를 졸업한 풋내기이자 명칭 자체로는 어느정도 독립적인 연구자의 궤도에 오른 상태로 볼 수 있다. 연차가 쌓여갈수록, 혹은 선임 연구원이나 조교수로 임용될 때는 갓 졸업한 풋내기의 이미지보다 연구책임자/독립 연구자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필자는 현재 졸업한지 1년된 포닥이다. 대개 포닥 3년차 이후로 연구교수로 불리는 거 같은데, 1-2년차 포닥은 위에서 말한 풋내기와 독립 연구자 이미지를 모두 가진, 그러니까 중첩 상태에 놓인 상태라고 생각이 든다.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혹은 당신이 놓인 상황이다]
제목이 다소 이상하고 어색하다. 그러나 당신이 갓 졸업한 박사후연구원이라면 아마 공감하리라 본다.

그렇다. 분명 프레시 포닥은 풋내기와 독립 연구자의 경계에 존재하는 애매한 포지션이다. 필자의 경우 현재 소속되어 있는 곳이 학위 과정 때의 연구실과 다르다. 새로운 환경에서 포닥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필자의 포지션이 상황에 따라 ‘독립 연구자’이거나 ‘Just one of them’이라는 것이다.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 PI분께서 종종 이런 얘기를 하셨다. “필자는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Independent researcher면서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느리다.” 기본적으로 필자의 업무가 느리거나 기대치만큼의 연구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당연히 위와 같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졸업한지 1년도 채 안된 상태에서 대학원 시절의 이미지를 싹 씻어내고 ‘독립 연구자’의 이미지를 풍겨야만 할 때면, 빠른 response가 잘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제안서 작성 시즌이나 랩실 구성원들이 협력하는 업무가 생길 때는 필자의 역할은 연차가 높은 대학원생쯤이 된다. One(필자) of them(대학원생들)이 되는 거다. 모 기사에서 랩실 내 포닥의 중요성에 대해 다룬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말인 즉, 랩실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돌아가게끔 만드는 컨트롤 타워 내지 윤활유 역할을 포닥들이 수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자대 랩실에서 바로 포닥을 할 경우 보통 그런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 랩실의 중간관리자 같은 위치에서 후배들의 연구를 지원해주고 교수님 업무 부담을 줄여주는 그런 역할 말이다. 물론, 포닥들에게 각자의 업무를 주고 그 업무만 시키는 랩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필자는 상황에 따라 포닥이 되거나 대학원생 7-8년차가 된다. 제목 그대로 슈뢰딩거의 포닥이다. 이게 필자만 그런지, 생각보다 흔한 현상인지 가끔 궁금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런 뻘글을 읽고나서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질문할 수 있다. 제안서 시즌, 논문 작성 등으로 평일 주말 없이 고초를 겪던 중 필자가 처한 상황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됐고 그냥 키보드에 손이 갔다. 세상에 어찌 장점만 있는 랩이 존재하는가. 이 모든 과정들도 언젠가 임용에 성공하고 나면 그땐 그랬지 with 육두문자가 될 거다.

[힘드니까 포닥이다]
바야흐로 대암흑의 시대다. 정권이 바뀌며 R&D 분야도 여러 방면으로 요동치고 있으며, 자기 과제 하나 따보자는 신념 하나로 무수히 많은 미래 연구자들이 제안서를 쓰고 성공의 단물과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필자도 작년 쓰디쓴 개인 과제 선정 탈락의 아픔을 겪고, 한소리(?)도 듣고 자극도 받고 중첩 상태에 놓이고 논문도 한 두편씩 쓰고 그랬다. 솔직히 생각했던 포닥 생활과 너무 달라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러나 필자가 이바닥에 들어온 목적을 생각해보니 포닥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요, 힘듦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다. 힘드니까 포닥이다. 훗날의 값진 열매를 기약하면서 다시 업무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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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2026.01.17

인디펜던트 리서쳐 라고 하면서 감나라 배나라 하는거 부터가 킹받음.
애초애 포닥은 다른 연구길에서 돈받고 그 연구실 pi가 요구하는걸 할 수 밖에 없는데 잘 안되면 책임회피 포닥 탓 하능걸로 밖에 안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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