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가장 핫한 댓글은?

본문이 수정되지 않는 박제글입니다.

아마도 내년부터는 미국 유학 포닥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네요...

2025.02.23

10

3485

미국유학 게시판에 쓰려다 유학정보얘기는 아닌것 같아서 아무개랩에 씁니다...

트럼프와 머스크가 NIH NSF 에 대한 구조조정과 삭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이런 저런 프로그램들을 삭감할지 취소할지 냅둘지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이러한 삭감이 널리 퍼지진 않았지만, 아마 머지 않아 다양항 분야에서 구조조정 소식들이 더 들려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향후 예산 불확실성으로 올해 어드미션 과정을 중단하거나 축소하면서 이미 어드미션 받은 사람들에게 rescind 통보를 내리는 학교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피츠버그 대학교, 유펜, 밴더빌트 대학교에 대한 뉴스 기사입니다.
https://www.wesa.fm/health-science-tech/2025-02-21/university-pittsburgh-phd-pause-research-funding-uncertainty
https://www.thedp.com/article/2025/02/penn-graduate-student-class-size-cut-trump-funding

당장 올해부터 이러고 있으니, 올 가을 시작될 25-26 어드미션 시즌은 자리가 줄면서 난이도가 올라가고 경쟁이 더 치열해지며 험난해질것으로 예상되네요.

제 주변에도 포닥과 박사들 인건비 주던 일부 프로젝트들이 hold 되거나, 이미 어셉된 그랜트들 마저 취소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일부 조교수님들은 지금 포닥이나 박사는 커녕 본인들의 올해 내년 프로젝트들도 크고 작게 먹구름이 끼기 시작해서 본인 앞날과 테뉴어도 걱정하고 계시구요. 공학은 그나마 좀 낫겠지만 인문학 사회과학 순수과학 분야는 크고작게 영향을 받는걸 피할 수 없을겁니다.

미국 박사 유학을 원하시는 분들은 본인 포트폴리오 관리를 더 신경 쓰시고, 논문실적 연구실적을 더 쌓으시는게 좋을 것 같구요, 그리고 미국 유학이 뜻대로 안될때의 플랜B를 미리 세워두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 아닌 다른 나라의 유학 계획도 미리 생각해 두시는것도 좋을것 같구요. 중국은 요새 돈 많아서 사람들 빨아드리려 애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중국 유학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그래도 연구 환경이 좋다면 각자 당사자들의 선택을 말릴수는 없을것 같네요. 일본 유럽은 전통적인 미국 유학 대체지였구요. 그리고 교수님이 좋고 펀딩이 괜찮다면 한국 학교들도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

연구계 구조조정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은 걱정반 기대반입니다. 미국 아카데미아가 양적 팽창이 더 두드러지며 지나치게 심하게 비대해진건 맞구요, publish or perish 풍토가 지나치게 심해지면서 의미 없는 논문 찍기 공장들이 난무하고 있는건 사실입니다. 정말 bloated 되었다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미국 학계의 위기 이야기와 미국 학계를 폰지사기에 빗대는 얘기가 나온건 이미 10년전인 15년 또는 그 이전부터 나왔습니다. 특정 분야와 결과 과대광고와 부풀리기, 그림 사진에 포샵질 같은 꼼수들은 너무 만연한지 오래고, 이름 넣어주고 논문 쪼개고 자가인용으로 숫자 올리고 이런 꼼수도 옛날부터 있어왔습니다. 문제는 가면 갈수록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는 점이고, 자정작용에만 기대기엔 시스템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왔다는 점이죠. 자정작용이나 retraction watch 를 전문적으로 신경쓰는 연구자들에게만 맞기기엔 양이 너무 어미어마 합니다. 그리고 이제 LLM AI의 도래로 영어 라이팅 부담도 줄면서 퀄리티가 의문스러운 저널들도 생기고 거기서 쏟아지는 논문들도 있죠... 이러한 꼼수와 논문 숫자 부풀리기로 본인의 실제 연구능력에 비해 더 많은 펀딩을 끌어당기는 사람들 비율은 점점 늘어나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현재 미국 학계에 거품이 심한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말에 동감했구요, 그래서 어느정도는 미국 학계의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트럼프와 머스크의 구조조정이 우려되는 이유는 마치 한국 정부와 기관 부처들을 보는것 처럼 응용 및 공학 연구분야만 지나치게 편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국도 예전 70 80년대에 비하면 순수 학문 투자가 꾸준히 줄어온건 사실입니다만, 이번 구조조정이 특히 우려되는 이유는 다양한 분야의 세부전공 연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들이 연구 제목만보고 수익성 응용성 없는 연구를 쳐낼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발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요... 미국의 연구계가 한국화 되면 안되는데, 어째 한국 방향으로 가는것 같아서 기초과학의 후퇴와 인력 감소가 우려됩니다. 지금의 한국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제가 있던 시절만 해도 응용과 공학 우대가 도를 넘게 심했습니다.

암튼, 응용분야가 거의 없거나 전무한, 순수 학문에 가까운 수학, 물리학, 생물학, 화학 같은 순수 기초과학이 진짜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쓰고 누리고 있는 기술과 기계들 중 생각보다 많은 경우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전혀 연관도 없고 전혀 쓸데 없어 보였던 흔히 일컫는 "세금낭비성" 또는 "미친" 연구들로부터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초과학을 줄이고 응용과학과 공학을 더 투자한다고 해서 신기술이 더 잘 나오는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을 바꾸는 수준의 원천기술은 이러한 기초과학에서 나온 경우가 항상 자주 있어왔습니다. 아래의 글이 이걸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https://asteriskmag.com/issues/09/a-defense-of-weird-research
이처럼 엉뚱한 연구들에서 핵심 원천 기술이 나오며 투자비 이상의 대박을 낸 경우가 상당히 많은걸 많은 분들이 모릅니다. 이건 과학계가 같이 홍보하고 납세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부분이긴 합니다.

저는 분야별로 구조조정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면 차라리 공학분야에 조금 더 많은 비율의 구조조정이 가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공학을 싫어해서 이런 글을 쓰는건 절대 아니구요, 저 역시 기계공학이라는 응용학문 전공자이며 현직 미국 시골의 기계공학과 교수입니다. 제 세부전공이 공학과 순수과학의 접점에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많지 않은 논문들 쓰고 애들 가르치며 근근히 살아오며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고 학회를 둘러보면 공학 교수들에게서 눈살 찌푸릴만한 꼼수를 더 많이 보아와서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생각해보면, 코비드 이후에 의학 사회과학등 공학이 아닌 분야들에서 많은 연구사기와 retraction 이 뜨는걸 보면 제가 틀린걸지도 모르겠네요. 제 생각이 어떻든, 이번 구조조정이 향후 미국 연구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혹시 이번 구조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되신 박사과정 학생분들이나 박사후과정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위로 드립니다. 제가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썼지만, 그게 이러한 구조조정으로 많은 분들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길목에서 큰 영향을 받게되어도 괜찮다는 글은 절대로 아님을 밝힙니다. 그리고 사실 이 영향은 교수인 저 또한 피해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갑자기 공중에 붕 뜬 프로젝트가 벌써 하나 있어서 이번 구조조정이 남의 얘기가 아니기도 하구요.

특히 박사후 과정중이신 분들은 다음 펀딩 소식이 올때가 되었는데 아무소식 없다거나 PI한테 물어봐도 딱히 확실한 답이 없다면, 계속해서 이력서 관리하시고 빠르게 미리미리 다음 자리 알아보시는것도 추천 드립니다. 물론 그게 말이 쉽고 실제는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는것 보다는 낫습니다.

아무튼, 연구계에 폭풍우의 조짐이 보이는 지금, 다들 건강하시고 무사하시고 잘 이겨내시기를 기도하고 기원 드립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10개

2025.02.23

올해초 오퍼받고 곧 미국포닥하는 시작하려는데, 미국 펀딩관련 이슈들 듣고 있으니 심란하네요. 1년 계약 + 추후 상호협의후 연장이라 혹시 계약연장 안될까봐 두렵습니다... 주변에서는 포닥 최소 2년은 생각하고 그전에는 임용준비하지 말라고 하는데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할듯 하네요.

2025.02.23

그래도 시도할건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엄연히 [불법] 이민자를 싫어하는것이지, [합법]적인 이민자를 반대하는건 아니니까요. 어떻게 보면 [합법적]인 절차만 누가봐도 명료하게 만들면 (힘들겠지만요) 그것만 명료하다면 유학이나 포닥은 또 명료해지는것 아닐런지요

대댓글 5개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2025.02.23

열악하지만 국내에 자리알아보심이. 요즘 국내 이공학 인재들이 국외로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물론 처우열악하고 월급 작고 미래가 보장되지않은건 이해가지만 미국유학도 어렵지만 막상 직장 잡는것도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던데. 아무리 논문실적좋고 핵심인재여도 비자발급이 제비뽑기라던데. 대부분 stem분야 인도 출신들이 50프로 이상 가져단다는 얘기 들었어요. 실상이 다르다면 쏘리~ 하여간 저도 들은 얘기라. 미국 가서 졸업한다고 해도 직장잡는것도 어렵다는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댓글쓰기

게시판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