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힘들다는 한 마디에 나는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내가 박사과정이라는 이유로 안타까운 죽음을 공유하면서, 너는 그래서는 결코 안된다는 연락들이 오고갔다. 그가 누구인지도, 어떠한 사람인지도 모르지만 공부가 힘들다는 말은 뼈가 저리게 슬픈 말이었다. 혹자는 ‘저럴 것이라면 대학원에는 왜 갔냐’라는 말들로 안타까운 죽음을 혐오하지만, 연구를 인생의 과업으로 세워온 이들에게는 남 일이 아니었다.
그 누구도 칼을 들거나 흉기로 겁박하여 대학원에 보내지 않았다. 다만, 평생 공부를 과업으로 삼을 수 있는 길에 발걸음을 싣기 위해 왔을뿐이다. 그러나 실존 문제와 진리 탐구를 업으로 삼는 것에 관용적인 개인이나 공동체는 없었고 아직 사회는 그저 인터넷에 픽셀 몇 개로 돌아다니는 밈에 기반한 허무한 조롱 뿐이었다.
‘권위주의적인 연구실 체계에서 공부하기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 했는데 교수님께서 그러면 파트로 바꾸시래요’ ‘실험 설계에서 데이터 수집, 결과 데이터 분석까지 했는데 사수님들이 모여 교수님과 의논 끝에 제가 저자에서 빠지기로 했대요’ ‘최적화 알고리즘이 필요한데 어차피 공부하기 좋아하는 건 저뿐이라고 통계학도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자료 만들라고 야근 시켰었거든요? 새벽까지 자료를 만들다가 잠깐 기숙사에서 자고왔다가 출근 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문 밖에 서있었어요’
이것은 오래토록 들어왔던 사람들이 내게 해준 말이었다. 공부는 그 자체로도 힘들다. 각자 생존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는 본능이 살아넘치는 곳에선 어떻게 현실과 실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학습과업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이런 조건에서 버텨서 받는 학위와 트라우마로 인해 비대칭적으로 변해버린 자아의 Trade-off는 zero sum game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당신을 모른다. 당신과 마주친 적도 없다. 당신의 연구실 생활 마저도 본 순간이 없다. 당신의 지도교수 마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신의 죽음이 한 없이 슬픈 건 어떻게 할 도리가 참 없다. 나도 공부가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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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2023.11.01
학위와 건강한 자아의 맞바꿈ㅜㅜ 너무 와닿습니다.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딨겠냐만은 현재 한국의 대학원생들은 기본적인 보호조차 받고있지 않으니 정말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의 케이스도 나오네요. 우리 모두 화이팅합시다
온화한 찰스 다윈*
2023.11.01
취업을 위함도 아니었고 학위를 받고자 함도 아니었다.
그저 연구가 재미있었고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처음 받아서 시작했다.
설계한대로 실험이 되고 결과를 만들어 공표하면 인정을 받았다.
설계한대로 되지 않았더라도 왜 되지 않았는지가 오히려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 내어 큰 인정을 받았다.
학부와 전혀 다른분야 였지만, 공부가 힘들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없었다.
오히려 이 새로운 지식을 어떻게든 습득하고 싶어 많게는 몇달간 머리싸메고 하다보니 된다.
우리가 공부라 칭하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식이기 때문에 이를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2023.11.01
2023.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