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해외에서 공학석사를 졸업하고 귀국하여 이제 병역대체가 막 끝나갑니다.
요즘 다시 박사를 나가려고 준비하다보니 졸업때 교수님이 해주셨던 말들을 자꾸 생각하게 되네요...
석사 1학년때는 나름 열심히 해서 교수님 추천으로 석박기간 내내 생활비와 학비 지원, 1년 박사교환 및 현지체제비까지 지원해주는 석박 풀펀딩장학금까지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등이 따수워지니 거기에서 만족하고, 연애 등을 하면서 연구에 소홀하기 시작했습니다.
1학년 말부터 매주 하던 연구미팅에서 할 말이 적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가끔가다 한 번씩 발표내용이 없다고 말하는 주가 생기기 시작하고,
그런 주가 점점 늘어나더니 한번은 2주연속! 으로 발표를 미룬 적도 있었죠.
그 시절 교수님과 주변 박사과정분들이 얼마나 한심하게 보셨을지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뜨거워집니다.
결국 석사 졸업 두어 달 전에야 심각성을 인지하고 침낭에 학교에서 샤워해가며 겨우겨우 졸업했지만,
만약 박사과정이었다면 몇년이 지나도 졸업하지 못하였겠죠.
이후 병역을 위해 귀국하기로 결정하면서 연구실 쫑파티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어디를 가던, 상위 10프로에 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고등학교던, 최고의 대학이던, 기업이던 자신이 속한 집단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그 중에서 상위권에 들고자 하지 않으면 결국 의미가 없고 퇴보된다."
저는 결국 밑을 깔아주는 석사였던 것 같습니다. 디펜스때에도 공격받아 석사논문 재제출해서 겨우 졸업하였죠. 그리고 지금 박사 지원할때 연구실적이 저널하나도 없고 프로시딩만 있는 것 때문에 절망중입니다...
또 연구실 초반 미팅 때 해주신 말씀도 똑똑히 기억납니다.
"여기서는 세계의 누구도 하지 못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연구는 그 사람에게 맡겨라."
결국 저는 석사 때 "저만이 할 수 있는 연구" 근처 레벨에도 가보지 못했죠... 여건은 넘치는 연구실이었음에도요.
석사때 교수님과 인간적인 관계는 괜찮았음에도 박사진학 추천서 말씀도 못드리고 있습니다.
이상 석사때 쳐놀아서 박사 지원에 난항을 겪는 중인 30대(진)의 넋두리였습니다.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