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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끝에 자퇴를 결심했습니다.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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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이 자퇴 글이라 참...

대학도 좋고, 학과도 좋고 교수님들도 친절하셔서 너무 좋지만 자퇴를 결정했습니다.

어렵게 온 대학원이고 이제 겨우 석사 1기 생이지만, 자퇴를 결심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닌 바로 생업 때문입니다.

저희 집은 예전부터 옷 사업을 했습니다. 중년복을 만들고 판매하는 사업입니다. 저도 학교를 다니며 20대 초 중반때부터

서른이 된 지금까지 꾸준히 부모님을 돕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매출의 80%가 감소했습니다. 지금은 직원들 월급 주기만 해도 행복할 지경입니다.

직원분들도 악에 받쳐 함께 일하고 있지만, 전망이 좋지 않습니다. 어제 14년 동안 같이 일하신 분이

그만 두셨습니다. 고향으로 가서 노모를 모시며 고추밭 농사를 물려 받으시겠다고 합니다. 이해합니다. 차라리 그게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전 직원이 다 모여 술 한 잔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웃으며 보내드렸습니다.

아직은 버틸 수 있다던 아버지, 매일 밤 소주 드시면서 힘겹게 주무십니다. 최근엔 술과 우울증 약도 드시고 계십니다.

평생 일군 작은 회사보다 먼저 무너지고 계십니다. 몸과 마음이 같이 아프신 듯 합니다.

어머니는 그냥 돌아 누우십니다. 힘드신가봐요. 매일 새벽 두시까지 다리랑 어깨를 주물러 드리지만,

마사지 한 번, 병원 한 번 안 가십니다. 답답합니다. 그냥 모든 것이.

누나는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서 방이 필요하고, 작업실도 필요합니다. 큰 상을 탔지만 돈을 벌긴 아직 더 내공이 필요합니다.

누나는 그토록 좋아하는 외식도 잘 안하고 눈치도 봅니다. 저는 누나에게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제일 싼 햄버거 하나 사 먹네요. 울었습니다. 그냥 눈물이 자꾸 나서 울었습니다. 창피하네요.

대학원 학비가... 장학금이 문제가 아니라 중간에 들어가는 돈들이 너무 많습니다.

교수님께 너무 죄송스럽습니다. 수업 때마다 열심히 피드백 해주시고 잘 할 수 있다고 격려해주시고

은사처럼 지식을 나눠 주셨는데 못난 학생은 그게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달밤에 술 한 잔 마시며 쓴 글이 됐네요. 저는 그냥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려 합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옷 장사 한다고

창피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한심합니다. 장사의 괴로움보다 자식을 못 먹이는 괴로움이 더 크셨나 봅니다.

공부는 언제든 할 수 있겠죠. 지금은 일단, 이 위기를 몇 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가족과 함께 이겨내고자 합니다.

교수님. 그리고 우리 학우님들. 너무 사랑합니다. 고작 1기지만 마음의 정은 깊이 품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어딘가 풀고 싶었습니다. 그냥 마음이 너무 응어리 져서.. 풀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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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IF : 2

2021.11.14

가야할 곳이라면 언젠간 돌고 돌아서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학업이든 직업이든 글쓴분의 것이면 언젠간 반드시 그것을 얻게 되실 겁니다. 지금은 모쪼록 건강 잘 챙기시고 힘든 시기를 온 가족이 마음 모아서 이겨내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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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4

이 글을 읽으면서 학비 감면에 인건비 100만원씩 받으면서 불평하는 저를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똑같은 달밤을 맞이하며 불안속에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중이라 격려할 수 있는 입장은 안되지만,
그대의 청춘의 길이 좀 더 아름답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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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4

지나고나면, 다 피가 되고 살이되는 경험들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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