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국박후 미국에서 전자과 포닥 3년 하면서 PI때문에 너무 시달리고 논문도 잘 안나와서 교수가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인더스트리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회사 와서 보니 처음에는 포닥때와 비교할 수 없는 간단한 일을 하고도 급여를 세 배나 주는거에요.
거기다가 회사에 있던 분들.. MIT Stanford PhD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매니저나 팀 동료들도 우수한 대학 박사에 인더스트리 커리어가 상당히 좋은걸 보면서 많은걸 느꼈습니다.
아.. 교수만이 인생의 길이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고
인더스트리에서도 커리어를 이어가고 높은 연봉과 우수한 워라밸로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있는 삶으로 삶의 질이 평생 좋을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과의 관계도 엄청 좋아졌구요.
학계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미처 쓰지 못했던 연구내용을 뒤로하고 논문 집필 작업을 접기로 결정한 때에는 정말 그동안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던 압박감에서 벗어나면서 말할 수 없는 홀가분함과 상쾌함을 느꼈습니다.
저는 이제 10년차 인더스트리 연구원입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이었고
그로인해 주말이 편해지고 건강을 챙기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
삶의 모든 것이 바뀌고 행복합니다.
교수가 되었더라면 지금 아마 내가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
불철주야 매일저녁 매주 주말 반납해가며 눈알 빠지게 논문쓰고 스트레스 받고 있었겠죠. 끝이 언제인지도 모르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너무 인생을 교수/정출연이 안되면 어떻하지 이러면서 전전긍긍하는 마인드로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한국이야 삼성 엘지밖에 선택지가 없다 쳐도,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능력이 있다는 가정 하에 기회는 많아요.
사실 학계에 남는것은 내 능력도 중요하지만, 운과 타이밍도 정말 중요하고요.
그래서 교수가 못 된다고 해서 그게 꼭 본인의 능력이 더 후달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교수로 가는 사람들이 기업으로 가는 사람보다 꼭 절대적인 능력치가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젊은 분들이 학계가 인더스트리보다 더 상위의 직장이라는 서열의식을 버리고, 세상을 좀 넓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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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5개
2020.12.28
운동도 하고 주말도 있고 삶의 즐길수 있는 회사는... 미국 대기업이신가요?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네, 본문 글에서 보듯이 미국에서 포닥하고 오퍼받아서 자리 잡았습니다. 영주권은 회사에서 진행해줬구요.
Noam Chomsky*
2020.12.28
미국은 고용안전성이 어떤가요?
2020.12.28
타일러도 그 미국의 시카고 대학 학부로 서울대학교 석사를 따러 왔죠. 대한민국 관점에서는 있을수 없는 일일 뿐더러 타일러가 사는 미국에서도 정상적인 루트는 아닐 거예요. 그래도 지금 충분히 자기 하고싶은거 하면서 돈도 많이벌고 사는 거 보면 세상에 정답이 어디있나 싶어요
Henry Miller*
2020.12.28
국박 - 해외포닥 후 현지 취업등으로 이민이나 영주권 얻기 수월한가요?
2020.12.28
기존에 유학 생각은 따로 없으셨나요?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Noam Chomsky // 저는 반도체 설계 쪽입니다. 반도체 업계로 한정해서 말하면, 설계는 안정성 높고 공정은 요즘 장기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있는데, 중견 이상의 규모인 회사들은 장기적인 안정성 높습니다. 레이오프 칼바람 불고 그러는 회사들도 있지만 대부분 공정 분야였고, 그 이유는 인건비 등의 문제로 더이상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 보다는, 삼성이나 tsmc 두 회사로 생산물량을 넘기는 과도이였기 때문입니다.
Henry Miller // 세부전공에 따라 너무 달라서요. 저도 제 쪽 아니면 잘 모릅니다. 논문 많고 분야가 컴공이나 전기전자면 niw로 받을 수 있습니다.
IF : 1
2020.12.28
미국 대기업 경우 100% 정년보장 이런건 없습니다. 팀이 날라가거나 그런경우도 왕왕있구요. 미국 기업이 잘 나가는거는 그만큼 인수합병도 잘하지만 안될거 같은거는 잘 쳐내기 때문이죠. 하지만 워~낙 기업이 많기 때문에 짤리면 다른 회사 잘 알라봐서 가고 그러죠. 자기가 잘한다 싶으면 오히려 옮기면서 직급/연봉 올리거나 현 회사에서 협상할때 leverage로 쓰죠.
미국 대기업은 한국 정출연이니 한국 지방 국립대 교수니 이 레벨에서 논의 될 필요가 없죠; 기본적으로 대화/소통의 수평적인 회사 문화, 저녁이 있고 마당에서 고기 궈먹고, 아파트 수영장에서 가족이랑 수영하고, 휴일이면 가족이랑 차타고 멀리 여행가고 이런게 가능한게 미국이잖아요.. 한국 대기업은 이렇게 못해요. 그러니까 돈좀 더 버는 대기업이 낫냐 그나마 저녁이 있느 정출이 낫냐 이런 논란이 나오는거죠.
그리고 미국 CS분야 대기업의 경우 연봉 미친듯이 올라서 교수 다 빼가는 거 아시죠? 박사 졸업생들도 연봉이 3배 4배 차이나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구글, facebook, amazon가지 미국내에서 연구원/교수 안합니다.. 한국은 이정도 대우를 못해줘요. NAVER 카카오 등 매출 규모나 종업원수 규모를 보세요.. 매출 규모로는 삼성, 하이닉스, 현대, 포스코 순인데 전통적인 일을 하는 회사라 연봉을 뭐 크게 올려줄수도 없는 기업들이죠. 전혀 한국 사정이랑 다른 이야기네요.. 미국 AI/ML/CV분야는 탑 스쿨 교수 하도 빼가서 주구장창 오프닝 내고 그런 상황이죠...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Rembrandt // 네 없었습니다만, 박사부터 미국에서 하는게, 기회가 더 많기는 합니다. 저는 당시 전공 운이 잘 맞았습니다.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Emil von Behring //
저도 한국사회에서 박사들이 교수직에 목 매는 현상이 인더스트리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적기 때문이라고 생각을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미국처럼 기업이 많아서 여기 저기 옮겨다닐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국은 이공계 박사가 갈 만한 기업이 삼성, 하이닉스,엘지..로 거의 정해져 있죠. 컴공분들은 네이버나 카카오도 있겠으나 이 분야는 제가 몰라서 패스.
그리고 한국 기업들은, 특히 삼성은, 새로운 신기술을 추구하기보다는 인력을 갈아서 공정 효율을 높이는 류의 연구를 주로 하죠. 이런 류의 연구가, 박사 특히 physical science 쪽 하신 분들이 재미나게 할 만한 분야가 아니죠.
한국에 미국 빅테크 회사 한두개만 있었어도, 지금같은 교수직에 목매는 현상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의미 없는 가정이죠.
2020.12.28
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더스트리에서 포닥보다 훨씬 간단한 일을함.
또 학계는 남는다고 남고싶어지는게 아님. 무한 포닭질은 학계에 남는 것도 아니고 결국 자멸하는 길이기에..
즉, 학계 -> 인더스트리 매우 용이하나, 인더스트리 -> 학계는 매우 힘들기 때문에 상위직이라는 인식은 벗어날 수가 없음. 미국처럼 연봉 3억씩 때려박고 교수 연봉은 그대로라면 인더스트리로 잘 빠지지 ㅋㅋ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Titian // 포닥 오래하면 인더스트리에서도 싫어합니다. 학계-> 인더스트리가 용이한건 바이오쪽 학위하고 제약회사 가는 경우 말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인더스트리 -> 학계, 학계와 인더스트리간의 간극이 큰 분야는 한번 인더스트리로 오면 다시 학계 가는거 힘듭니다. 그런데 파트타임이나 겸임교수로 겸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컴공쪽은 학계-인더스트리 양쪽 방향으로 이직이 가능합니다. 축복받은 전공이죠.
미국은 딱히 교수라고 우대해 주는 문화 없고 (최상위 대학 제외), 굳이 누가 상위네 하위네 하며 생각할 필요를 못 느낍니다. 그런 말하는 사람도 주변에 없고요. 있다면 굉장히 이상한 취급 받을 겁니다.
2020.12.28
국박 후 포닥 온 한국사람들에 대한 미국 기업들의 인식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학위를 미국에서 마치지 않은 사람들을 낮게 평가하는지 궁긍합니다.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미국이 낫다, 천국이다 라는 글로 비춰질까봐 걱정이 들기도 하는데, 제 요지는 진로를 꼭 특정 기업 몇개에 한정하고, 교수 안되면 저 기업에서 일하는게 내 미래다..이런식으로 생각하시지 말라는 겁니다.
참고로, 미국 회사가 한국회사에 비해서 전반적인 근무환경은 좋은건 사실이고 조직문화가 수평적인것도 사실이지만, 아시안이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도 있습니다. 특히 메니저트렉으로 올라가려면 이런 페널티를 깨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리서치/엔지니어링 트랙으로 길게 가는게 가능하고, 연구원 다이렉터급까지 올라가면 임원급들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나이 어린 메니저 밑에 나이 지긋한 연구원이 같이 일하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나이문화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부러운 문화입니다.
Edwin C. Kemble*
2020.12.28
저도 이번에 반도체 설계쪽 랩 신입생이고, 만약 연구가 제 적성에 맞는 길이라고 판단되면 국박후 해외 포닥 생각하고 있는데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학계보단 (제 역량이 안될 것 같기도 하지만...) 미국쪽 인더스트리에 자리잡고 살고 싶어서 이 글을 굉장히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 다면 한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 해박을 하시지않고 국박 후 해외 포닥을 결정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설계 전공이시라, 논문 주기가 짧지는 않아서 국내에서 박사까지 끝내고 가신건가 궁금합니다.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Rembrandt // 실력만 있다면 문제 없습니다. 영어는 잘 하셔야 합니다. 저는 지원 당시 영어가 바이링구어 수준은 아니어도, 업무적인 소통은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한 수준이었습니다. 근데 영어를 실력으로 극복하는 케이스도 있기 때문에, 영어가 딸린다고 너무 두려워 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운도 중요합니다. 코로나 사태에도 잘나가는 기업들은 오히려 더 잘나갑니다. 좋은 선택하길 바랍니다.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Edwin C. Kemble // 군대 문제도 있었고요, 그당시는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그냥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싶다.. 이정도의 마인드였습니다.
Edwin C. Kemble*
2020.12.28
넵, 답변 감사합니다.
2020.12.28
교수 정출연 기업 논란의 이유는 한국의 기업일자리가가 매력적 않아서 그럼. 일하는 시간은 길고, 휴가는 적고, 안정적이지도 않음.
외국에서 일하는데 너무 만족함.
IF : 1
2020.12.28
저도 ㅂ슷한 상황에서 컴공 대기업 리서처로 ㅇㄹ하고 있습니다. 연봉은 교수의 4배 이상. 워라벨 좋습니다. 원하는 연구주제를 자유롭게 고르진 못하는데, 그건 미국 교수들도 어느 정도 비슷해서 큰 불만은 없구요. 교수는 주업무가 교육, 연구, 행정 셋인데 그 중 무엇도 안 중요한게 없어서 스트레스 받습니다. 회사는 하나에 집중해도 괜찮아서 편하고요. 편하고 돈도 많이 주는데 솔직히 일에서 오는 보람은 없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못 견디고 spk로 이직 결심했습니다. 업무강도 엄청 올라갈테고 연봉은 7분의 1로 삭감되겠지만요.. 학생들 가르쳐서 잘 되는 거 보고, 한국 사회에서 제 목소리도 내는게 더 보람있을거라 생각합니다.
Arthur Holly Compton*
2020.12.28
ㄴ 글쓴이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컴공은 요즘 정말 축복받은 전공이죠. 제 분야가 아니라 짐작이 안 가는데, 어떤 점에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셨는지요?
Jean-Paul Sartre*
2020.12.28
미국에선 인더스트리가 연봉 3배 주고 (사실 cs 한정이지만) 재취업이 쉽지만
한국은 인더스트리나 교수나 페이 차이 없고 나이먹으면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함
Jean-Paul Sartre*
2020.12.28
그리고 교수 다수는 인더스트리를 경험하고 온 반면 교수 경험하고 인더스트리 오는 경우는 드물지
미국도 마찬가지임. 한국기업에서 요즘 미국교수들 돈다발주고 모셔오는데 다들 겸직이거나 테뉴어때나 오지
교수자리 때려치고 오는 사람들 없음
William Harvey*
2020.12.28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Anton Webern*
2021.01.08
Jean-Paul Sartre //
굳이 cs 한정 안해도, 미국에서는 인더스트리가 교수보다 연봉이 훨 나아요.
하드웨어 쪽은 연봉이 약하지만, 소프트웨어쪽에 비해서 오래 가는게 장점이고요.
그리고 미국 기업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한국 기업에서 모셔가려고 하지만 잘 안가는건 매한가지죠.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0.12.28
202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