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양한 학교에서 진학한 석박사과정 학생들을 지도해본 경험에 기반하여 말씀드립니다. 고학벌? 고학점? 자격증? 다 좋죠. 다다익선인 것은 틀림없고 나중에 크게 작용할 수 있죠.
그런데 제가 짚고 싶은 것은 학부 기초교양과목을 정말 형편 없이 들었거나 학부 졸업논문 작성에 대한 시스템이 없어서 논문에 대한 이해력이 전혀 없다는 느낌을 계속 받습니다.
예시를 들자면, 논리적인 접근법. A라는 현상을 관찰하고 원인과 가설을 세우고 하나씩 소거하면서 원인과 결과를 매칭하고 실험으로 검증하는 등의 연구적 흐름은 고사하고 그냥 A라는 현상이 나오면 결과만 저에게 먼저 보여주기만 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냐고 물어보면, 그걸 제가 떠먹여서 알려주길 바라는 표정으로 한참을 가만히 있네요;;
그리고 논문을 적어오라고 하니 고찰(discussion) 파트에 결과만 엄청 적거나 인트로(intro) 파트에서부터 해당 주제에 대한 본인의 결과를 먼저 적어버리는 말도 안되는 행동을 보입니다. 학부때 보통 논리적 흐름이나 논문작성에 대한 기초적인 수업이나 트레이닝은 받지 않나요?
요즘 입학하는 학생들이 예전보다 학부 학점은 더 높아진 것 같은데, '나에게 수업을 해주고 시험을 출제해줘'라는 생각으로 저를 바라보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대학원은 그런 곳이 전혀 아닌데 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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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1개
2024.09.08
완전 동감합니다.. 학점은 좋아도 뭔가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거세된거 같아요. A란 현상에 대해 이론적으로도 생각 안해보고 그냥 A' 다룬 논문 하나 띡 가져오고
2024.09.08
도발적인 발언이 될 수 있으나 저는 이러한 견해가 일종의 널리퍼진 착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근거로는 우선 자기 편향을 들 수 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위치까지 도달하신 선생님은 학생시절 부터 꽤 우수한 학생이셨을 겁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마도 선생님만큼 재능넘치지도 열정도 없을 겁니다. 이는 선생님께서 학생이셨을때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따라서, 그 시절에도 대부분의 학생은 논리적 흐름이나 글쓰기에 미숙했으나, 선생님께서 당시에 그러한 경향을 관찰할 만한 위치에 없으셨고, 지금은 그때보다 더 전체적인 샘플을 관찰할 수 있게 되어 해당 트렌드가 더 눈에 잘 들어오실 겁니다.두번째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지금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대입 통계와, 선생님께서 대입하시던 시절의 통계에서 두 집단의 능력차이를 추론할 만한 근거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셋째로는, 말씀하신 주장이 사실은 세대를 거치며 항상 나오던 지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폼페이 유적지에서도 발견 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지적이 언제나 사실이었다면, 인류는 퇴보를 거듭하고 있는 셈이 될 텐데, 이는 사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면이 있지요. 학생들이 맘에 차지 않으시는건 이해합니다만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시는건 어떨지요? 혹시 그 중에서도 예쁘게 피는 꽃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론 이게 학생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대학에서, 심지어 최상위권 대학에도 기초과목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학부 수업에서 코어 과목은 그 분야의 통찰이 있는 교수가 가르쳐야는데 연구잘하거나 소위 국가 과학자, 리더라는 사람들이 가르치나요? 수업은 어차피 주니어들, 슬라이드 수업으로 하니 학생들의 교육 퀄러티가 안올라가죠.
교수님들의 탓만도 아니고, 현재 대학이라는 구조가 교수에게 연구비도 많이 따고, 창업도 해서 돈도 벌어오게 만드니, 교육은 마지막이 됩니다. 그 결과 값을 우리는 보고 있는겁니다.
2024.09.08
202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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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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