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아직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대학 4학년 학부생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부터 어느 학문을 전공하던 대학원에 가서 심도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목표는 경제학에서 천체물리학, 의학, 생물학으로 여느 아이처럼 변해왔습니다. 의학을 전공해도, 임상의학이 아닌 기초의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현재는 생물학을 전공 중입니다.
이 곳에 계신 많은 연구자분들에 비하면 많이 겸손해야 할 수준이겠지만, 열정도 있었고 제가 속한 단체가 국내 최고 수준의 학부도 아닐 뿐더러 그저 지방에서 다른 분야가 매우 유명한 국립대학이라서 이 안에서는 제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 재능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가지 방면으로 노력을 꽤 많이 했습니다. 군대도 엇복학을 통해 한 학기 일찍 졸업하기 위해 여유없이 빨리 입대했고, 그 안에서도 매일 연등 시간을 이용해 전공 공부를 했습니다. 누가 알려준 방법도 아니였는데, 논문 초록을 매일 한 편씩 해석해보는 저만의 활동을 하며, 전공 영어 수준을 늘려보고자 하는 노력도 했습니다.
그리고 복학해서는 군대에서부터 관심을 가진 자대 연구실에 들어와 1년 간 연구 생활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회에서 포스터 발표 상도 받고(상을 받았다는 것이 제 업적이 아니라 남들에게 제 포스터를 들려주기 위해 다리가 부을 정도로 오래 서있으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붙잡고 안되는 영어던, 한국어던 설명한 게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대외 활동, 학생회장, 동아리 활동, 전공과는 거리가 멀지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내 대회와 공모전 등 집을 '잠만 자는 공간' 으로 쓸 정도로 제 나름 노력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능력을 정성적으로 인정받아 국내 최고 인재들이 공부하는 집단에 들어가보고 싶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너는 할 수 있을거야."처럼 제 능력과 열정에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래서 영어 점수부터 맞추고자 토플 학원도 다니고, 이게 너무 힘드니까 텝스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어느 순간 모든 것을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영어공부가 손에 안잡히더군요. 결국은 이게 이어져 학사경고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7학기 졸업하려던 목표(표면적으로는 동기보다 1년 먼저 졸업하는 것이죠)는 물건너 갔고, 지금 8학기째(동기들보다는 한 학기 빠른 졸업)에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맘을 잡아도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 속에서도 제가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습니다. coursework가 중요한 것을 알아도, 여러 이유들의 중첩으로 학부 과목은 손에 잡히지 않고, 그저 논문들 찾아보며 제 관심 분야 식견 넓히는 것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다보니, '나는 대학원에 갈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대학원에 가고 싶은가?"라는 생각이 드는 단계에 와있는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진심은 정말정말 제가 원하는 분야를 깊게 파고 싶다는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꿈을 물어보면, 노벨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에 대한 진심인 마음을 담아 제 수준을 높이다 보면, 닿을수도 있는 곳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최우선적으로 대학원 면접에서 '성적이 왜 떨어졌나요?'라는 질문이 나오면 숨이 턱 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부터 제 마음을 조이고 있습니다. 매일 습관처럼 들어가던 김박사넷과 하이브레인넷, 하이그래드넷, 희망 랩실의 퍼블리케이션 메뉴 모두 어느 순간 들어가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곳이 되어버리기도 했습니다. 들어갈 때마다 학원 숙제 안한 고등학생처럼 조마조마하고 우울한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대학원만 가면 정말 매너리즘이 없어질 것 같은데, 대학원을 지금의 매너리즘 때문에 못갈까봐 너무 마음이 안좋습니다. '그건 니가 한거잖아 책임져'라고 하신다면, 뭐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른 학부연구생 생활과 길었던 영어공부시간, 다양한 활동 중 만난 사람들로부터의 마음의 상처는 꽤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겨내고, 제가 더 나은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한 조언의 말씀 구하기 위해 장문의 글 적어보았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 날카로운 조언, 혹은 비슷한 매너리즘에 빠지셨던 분들의 애정어린 격려 모두 감사히 받고 싶습니다. 제가 연구의 길이던 아니던 다시 일어서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글을 쓰고 다시 봤는데, 참 두서 없네요. 죄송합니다. 그냥 술 한잔 하면서 나눌법한 얘기 정도로 받아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술 한 잔 하면서 말씀드린다면, 이 안에 담겨있는 제 생각과 감정들을 좀 더 잘 설명드릴 수 있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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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2024.05.30
다 놓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 이유가 뭔지 깊이 생각해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정확히 뭔가요? 내가 원하는 대학원에 갈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 coursework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하는 불합리함? 학부연구생 생활이나 빠른 졸업을 위해 했던 활동들에서 얻은 인간관계의 상처? 대학원만 가면 매너리즘이 없어질 것 같은데 지금 겪는 매너리즘 때문에 좋은 조건을 마련하지 못해 대학원에 못 갈까봐 불안하다고 본문에 쓰셨네요. 그런데 매너리즘이 찾아온 원인을 정확히 모른다면 대학원만 가면 매너리즘이 없어질 거라고 믿는 것 자체가 허상일 수도 있죠. 연구자가 되고 싶으시다면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하나씩 배제해보거나 조건을 통제해보면서 내 감정이 어떻게 변하는지, 매너리즘이 덜해지는지 더 강화되는지 들여보시길 바랍니다.
2024.05.30
가끔 번아웃이 오면 반년 정도 쉬기도 하고 천천히 준비하는 걸 추천합니다. 조금 늦는다고 인생 안 망합니다. 쉴 때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쉬는 게 좋아요.
2024.05.30
2024.05.30
2024.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