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오늘은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교수가 영수증을 던져놓고 간다. 내역을 보니 45만원이 긁혀있다. 지난주에 미국에서 돌아온 대학원생 자녀를 위해 인당 15만원짜리 오마카세를 다녀온 듯 하다. 45만원을 처리해라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돈의 출처 중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 세금이다. 새로운 발견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에서 세금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지원하는 형식은 과제 (프로젝트) 이다. 돈을 줄테니 무언가를 수행해서 보고하라는 것이다. 돈을 현금으로 주지는 않고 서류를 작성하면 그에 해당하는 돈을 처리해준다. 연구를 하다보면 회의를 해야하는 경우가 있는데 회의를 하고나서 식대를 써라고 회의비 항목이 존재한다. 회의비 항목으로 45만원을 처리하면 식대를 처리할 수 있다. 회의비에는 회의내용, 이름, 싸인이 필요하다.
나는 바로 회의비 서류를 작성한다.
과제명: 우주와 블랙홀 회의내용: 블랙홀이 지구 옆에 생긴다면 지구는 어떻게 될지 회의함.
여기까진 좋다. 근데 김영란법 때문에 인당 최대 3만원까지 허용이 된다. 즉 45만원을 채우려면 15명이 필요하다. 우리 랩실에는 총 4명으로 11명을 어디선가 채워와야한다. 바로 옆방으로 가서 홍길동을 부른다.
"야 이리와서 싸인좀"
평소 개네 랩 회의비에 내 이름 자주넣어줘서 그리 어렵지 않는 부탁이다. 싸인 동냥을 이리저리 하고 다녔지만 3명이 부족하다. 이에 졸업한 선배 3명 이름도 그냥 넣어서 처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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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2024.01.23
자기가 먹은건 적어도 자기가 회의록 쓰는 염치라도 있었으면
2024.01.23
졸업한 선배들이 직장 다니고 있으면 근태기록 땜에 걸릴 수 있지 않음? 우리 교수님은 직장인은 절대 쓰지 말라하시던데
2024.01.23
2024.01.23
2024.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