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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듯 살아온 사람이 감당해야 할 몫

202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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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도에 26살으로 학부 졸업을 했습니다.

그 후 우울증 등으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1년을 흘려보냈습니다.




1년동안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가정환경과 형편으로 인한 불안함에 매일을 시달려왔습니다.

불안함은 사람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고 공포에 질린 사람은 항상 원하지도 않은 일을 닥쳐서야 하게 됩니다.

때문에 저는 지금껏 삶의 모든 선택에 있어서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무언가에 쫒기듯 부랴부랴 했습니다.

불안함은 그래도 좋은 연료인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장과 괜찮은 학점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기타 스펙 하나도 없음..)




하지만 동기없이 불안함만을 연료로 달려왔기 때문인지, 어느 순간 공포에 고장나버린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더군요

아마 이때문에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1년을 흘려보낸 것 같습니다.




막연히 집을 떠나 타지로 혼자 내려왔습니다.

거의 히키코모리처럼 지내며 매일을 술로 보내던 도중 도피성으로 24년 전기 카이스트에 지원하여 합격했습니다.

실적과 알럼나이가 괜찮은 랩실에 지원하여 컨택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이었습니다.

뒤늦게, 제가 스스로 원하는 분야를 찾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미래의 청사진도 그려졌습니다.
그곳은 다른 대학원의 연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합격한 학과를 입학 취소하고 가을학기에 해당 학과의 랩실에 지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컨택을 했더니 교수님께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석사 5명을 모두 받아서 25년도에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25년도에 지원하면, 다시 1년을 손놓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28살에나 석사를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부모님도 곧 아프시기 시작할거고 집에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모험을 하는게 맞을까"
"1년을 버렸는데, 1년을 또 버려야 하는 걸까"
"지금 갈 수 있는 연구실도 나에게 과분한데, 재입학에 실패하게 되는 등 잘못된 선택을 하는게 아닐까"
"내가 저 연구실을 정말 원하는게 맞나, 입학을 앞두고, 또 도망치기 위해 구실을 만드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들 때문에 망설여집니다.

그러다가도,

"살면서 한번이라도 스스로의 선택으로 원하는 것을 해보고 싶다"
"28살에 스스로 설계한 길을 걸어온 사람은 10퍼센트도 안될 텐데, 1년 더 주어졌다고 생각하고, 정말 도망치지 않고 제대로 알아봐 볼까"

하는 생각들도 듭니다.




여튼 요즘 마음이 정말 많이 복잡합니다.

매일 입학포기 각서를 띄워놓고 고민중입니다.





결론은 없습니다. 털어놓을 가족도 없어서 여기에 푸념해 봅니다.

그래도 하나 알게 된 사실은 있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스스로 살아오지 않고 쫒기듯 살아온 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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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울적한 마르틴 하이데거*

2023.10.28

힘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박사과정 도중에 교수님 때문에 중증우울증으로 위험한 선택을 생각했습니다.
태어난 것 자체부터 부모님께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건 스스로가 잘못한게 없습니다.
부디 좋은 사람이 되어서 세상을 바꿔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온실 속 장미보다 야생화가 제일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2023.10.29

불안함을 마주하고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는 데에서 이미 큰 한걸음 하신 것 같습니다. 이 모든게 도망쳐온 과거에 대한 속죄가 아닌, 본인의 삶을 본인이 잘 살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주세요

2023.10.29

단순하게 1년이라는 시간이 낭비되는게 아깝다고 생각하신다면 25년도에 입학 가능하다고 컨택한 연구실의 교수님과 인턴 활동 관련해서 문의해보심이 어떨까 합니다. 인턴생활를 석사과정 생활처럼 열심히 하시면서 졸업에 필요한 여건에 대해서 빠르게 확보하면 조기졸업을 교수님과 상의해볼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28세에 석사 입학이 늦은 시기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결국 회사에 들어가게 되고 일을 하게 될 때 그 자리에 걸맞는 실력만 갖추고 결과를 낸다면 나이로 흠 잡을 사람은 없다고 생각드네요. 입학하셨던 학교를 포기하면서 선택해본 새로운 연구실의 연구 분야라면 본인이 다른 외부 여건으로 압박을 받는다고 해도 그 분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대학원 생활을 함에 있어 목적 없이 막연하게 아무 분야로 도피성으로 입학을 하는 것이 오히려 그 학위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기도 그 생활을 버티기도 힘들것 같습니다. 아직 늦었다고 생각하며 자책할 필요 없어 보이며 본인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을 회복하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조금 더 움직여보는 것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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