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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자도 기구하다. 왜 사나 싶다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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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반년차때 랩실에서 연구 못한다고 쫒겨났다.

위엣라인들은 내가 열심히 안한다고 구박했지만 주말 안가리고 일주일에 4~5번은 새벽세시까지 남아가고 빨리가더라도 12시넘겨서 집에가곤 했다. 데이터가 뽑히든 안뽑히든 자살충동이 느껴지고 성과 못내면 쫒아내겠다는 으름장때문에 벌벌 떨려도 자리에 앉아서 뭐라도 하려고 했다. 관우처럼 어떠한 고통이 와도 의연하게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누가봐도 괜찮냐고 물어볼정도로 벌벌 떨고 정신 나간 사람처럼 굴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할일을 하려했다.
내 노력이 어쨌든 결과는 랩 실에서 쫒겨났다.

입발린 소리인진 모르겠지만 선배들이 말하길 다른 연구원둘에 비해 랩실의 질서와 보고체계도 잘지켜주고 어느정도 실력도 있댔다. 내가 단지 사람들이랑 잘 섞이지 못했을 뿐이란다. 그럼 연구못한다는건 핑계고 인간대 인간으로 맘에 안드는데 구실삼아 내쫒은건가? 자퇴서를 내러갔을때 지도교수에게 길을 잘못들었다 생각될만큼 나한테 소질이 없었냐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더라 오히려 어느정도 실력도 있다고 했다.

자퇴서를 내러간 당시에는 어차피 다른 랩실에 컨택도 됐으니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안에선 억울함과 분노만 차오른다.

실력도 곧잘있고 잠재력도 있어보이는데 위계도 지켜주는데 그럼 난 왜 쫒겨난거지 싶다.

내 과거를 숨기고 새로간 연구실에서 인턴생활을 하는데 반년동안 욕먹으며 익힌거 덕인지 새 연구실 사람들로부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다닌다.

더 의문이 든다.

여기서 잘한다는 소리듣고 다니는데 객관적으로 실력에 하자도 없으면 그럼 난 대체 내쫒긴건가 싶다.

누군가는 과거는 다 털어버리고 새출발해라, 그러게 과거에 잘하지 내가 못해놓고 한심하게 그딴소리나 하고 다니냐 그러더라

뭐 부정은 안하겠다. 어쨌든 내가 한 행동때문에 이렇게 된거니까. 그리고 새출발하는게 합리적으로 생각했으니까 다른데서 새출발한거고.

다만 지금 내 처지가 너무 고통스럽고 심기가 불편해서 넋두리나 늘어놓눈거다.

내 동기놈은 지금쯤 졸업논문 쓰는데 난 이 랩실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내가 들인 시간과 돈도 아깝고 내가 지금 뭐하는건가 싶고 자존심상하고 내처지가 비참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첫 랩실에서는 어떻게든 학위를 따고 싶었다.이대로 관두면 지지해준 사람둘 볼 면목도 없었고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자는 오기도 있었으니까. 박사를 통한 교수의 지도 포기선언으로 결국 다 포기하고 나갈수 밖에 없었지만....

지금 전 랩실에 다시들어가고 싶다 그런 생각은 들지 않는다. 어쩌면 잘나왔다는 생각 또한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응어리를 조금이라도 내뱉어서 이 ㅈ같은 마음을 달래고 싶기때문이다

그냥 지금 힘들고 너무 ㅈ같다 ㅆ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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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2023.07.14

사람대 사람으로 맘에 안드는 구석이 없진 않겠다. 그래도 어찌 그런거 없는 사람 없겠나.

2023.07.14

낮에 뜬 별은 아무리 밝아도 티가 안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별이 밝았음을 알 수 있죠. 자신이 빛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으신듯 합니다.
젊은 앨런 튜링

IF : 1

2023.07.14

꾸준히 잘해내고 남들 피드백 잘받아들이면 충분히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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