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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문화, 한국식 문화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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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지도교수님께서는 미국에서 약 5년 남짓 박사과정을 하시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 관련해서 많이 말씀하시고 또한 미국에서의 경험에 영향을 많이 받으셨다고 얘기를 하십니다.

한편으로는,
거기서 배우신 경험들을 토대로 저희를 지도해주시고 조언들도 해주십니다.
가령, 미국에서는 지도교수와 학생과의 관계가 한국처럼 상사와 부하 관계가 아니라 같은 학술적 동료(collegue)라는 점을 강조하시면서
교수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는게 아니라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태도로 본인의 연구를 끌고 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에서는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 또한 저희처럼 교수가 강의를 하고 학생들이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주로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고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끌어나간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교수님이 하시는 수업 또한 대부분 학생들이 준비해서 발표하고 교수님은 거기에 코멘트하시는 식으로 진행이 되죠.
물론 제가 학창시절 때부터 심지어 대학생이 되고 나서도, 소위 주입식이라고 하는 형태의 교육을 주로 받아 와서 그런지
이러한 방식의 자기주도적 수업 및 지도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었습니다만,
박사과정을 마치고 앞으로 스스로 제 살길 찾아나가야 하는 지금에 와서 느끼는건
독립적이고 (나아가 창조적인) 연구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자기주도적 마인드셋이 참 중요하구나 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서의 경험은 무색하게 한국식(?) 태도와 마음가짐을 상당히 요구하십니다.
거의 반강제로 참석이 요구되는 주말 등산이나 워크샵을 비롯, 잦은 회식과 술자리..
심지어 제가 술을 정말 못하는데,
졸업논문 쓰느라 한창 정신없었던 마지막 학기에도 술자리에 꼬박 꼬박 불려나가서 2차, 3차 따라다니고 술을 안 마시면 졸업하기 싫냐는 말씀에 억지로 마시고 다음날 망치고 했던 일들이 지금까지도 상당한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적어도 미국에서 공부했던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미국에서 이러한 문화는 잘 없는 것 같은데 말이죠.

그래서 돌이켜 보면,
개인의 주체성과 자율성 및 책임이 강조되는 서양의 문화와 집단 내에서의 화합과 협력 및 시너지가 강조되는 우리나라의 문화
두 문화 모두에서 배워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이 있다고 느끼지만서도,
한편으로는 '본인의 편함이나 이익에 따라서 취사선택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미국식, 어떤 경우에는 한국식 방식을 강조하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이번 년도 하반기부터 미국에 가서 포닥생활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동서양 문화 각각의 자율성과 조화성을 두루 갖춘 전인적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만,
반대로 그 둘 모두 애매하게 갖춘 반푼이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뭐 어떤 솔루션을 바라고 쓴 글은 아니니 그냥 편하게 읽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냥 잡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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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개

2023.03.12

지도교수가 이상한 사람이네요. 미국에서 학생들이 알아서 공부하고 주도적으로 수업을 이끈다구요? 미국 생활 오래했지만 그런 경우 이공계 수업에서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네요.
미국 문화가 좋다면서 술자리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는 것부터 정신나간 인간이네요.

대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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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100% 취사선택 맞아요 ㅋㅋㅋㅋㅋㅋ 자기가 수업준비 안해도 되고 편하니 수업은 (자기 생각에) 미국식 자기가 놀고싶으니 회식등산은 한국식 ㅋㅋㅋㅋㅋㅋㅋㅋ 제 기준 가장 못난 유학파 교수의 전형입니다. 진짜 못났네요.
미국이야말로 문화의 용광로라 이래야된다 저래야된다가 딱히 없는 곳입니다. 기관의 합의된 룰과 policy가 있을 뿐이죠. 저런 식으로 강요하면 신고당하기 딱좋아요. 다만 자기가 더 주도적으로 찾아가야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곳인건 맞습니다. 한국처럼 친절하게 선배가 와서 알려주고 이런건 없어요.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니 잘 적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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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2

미국에서 박사과정중인데, 대학원 수업은 한국에서보다 훨씬 교수가 더 준비해서 진행합니다. 다른 학교는 모르겠지만 저희 학교는 대학원 수업을 관심있는 학부생들도 꽤 많이 듣기도 하고, 대학원 수업에 TA까지 두고 열심히 가르치시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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