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직 교수입니다. 분야는 브로드하게 인공지능이라 말씀드리겠습니다. 워낙 인공지능 분야 인기가 높다보니 최근 30대 초반 박사 임용 소식도 주변에서 많이 듣고 있습니다.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22122999481)
이렇게 보면 실적만 좋으면 학벌 상관 없이 교수 되기 쉽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현재 속사정을 보면 안타깝게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저도 국박입니다). 최근에 각 학교마다 해외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들 중 실적이 좋은 사람들이 국내 대학으로 많이 지원하다보니 경쟁률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대학본부 눈높이도 점점 높아져서 타교 신임교원이랑 연구실적 비교하는 등 레벨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네요. 교원 TO 는 계속 확보하고 있지만 그만큼 뛰어난 분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교수 임용이란게 원래 그렇습니다만, 지금 박사 초년차인 분들 중 교수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요즘 임용되는 교수들보다 실적을 1.5 - 2배 이상 쌓지 않으면 임용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포닥은 반드시 미국이나 유럽으로 다녀오셔야 할 거구요.
컴퓨터비전 전공자 분들은 1저자 기준 탑학회 논문 2-3편 정도로는 서류 통과는 어렵고, 최소 5편은 되어야 후보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NLP 나 다른 분야 전공자 분들은 희소성이 있지만 서울의 중상위권 이상 대학이나 과기원은 2년만 지나도 금방 TO 가 소진될 것 같네요.
물론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랑 대학에서 뽑고 싶은 분야는 다르니, 취업이 목적인 분들은 아직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다만 안타까운 점은 국내 기업에서 리서치가 메인인 곳들은 점점 줄어들 전망입니다. 자세한 사정은 여기에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인공지능 연구쪽으로 잘 알려진 회사들 몇몇이 구조조정 예정입니다.
신임교수로 지원하시는 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tip 몇 가지만 정리드리면.
1. 연구계획서랑 추천서를 꼼꼼하게 준비해두세요. 작년까지만 해도 워낙 교원 뽑기 어려워서 어느 정도 실적이 좋으면 연구계획서나 추천서는 대충 봤었는데, 이젠 워낙 실적이 좋은 후보들이 많이 지원해서 다른 서류들도 같이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계획서를 대충 적거나 영어가 엉망이면 안 됩니다. 그리고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의 추천서가 없으면 아쉬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박사 말년차라면 해외 유명 랩 포닥을 반드시 고려해두세요.
2. 임용 이후를 위해 학회 논문을 저널에 제출할 준비를 해두세요. 연구 중심이 아닌 한국 대학들은 아직까지 교원 실적을 평가할 때 학회 논문보다 저널 실적을 더 인정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임용 전에는 학회 논문을 열심히 쓰다가도 임용 이후에는 재임용과 승진을 위해 저널 논문을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용 이전에는 학회 논문으로 평가를 받고, 임용 이후에는 학회 논문에 좀 더 살을 붙이고 저널에 제출해서 실적을 인정 받는 전략이 좋습니다. 저널 리뷰 기간과 임용 시점을 고려해서 미리 제출해두면 마음 편하게 재임용을 대비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3. 공동 1저자 논문을 너무 많이 쓰진 마세요. 요즘 공동 1저자 논문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실적 나누기가 심하다는 의견이 나오다보니 CV에 기재된 실적 대부분이 공동 1저자 논문이면 서류 평가에서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물론 2저자 논문보다 정량평가는 높게 받을 수 있습니다만... 임용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공동 1저자 자리를 호의로 주지는 마시고 가능하면 단독 1저자로 준비하는 걸 추천합니다.
참고로 제가 말씀드린 건 일반적인 임용 추세를 담은 얘기이고, 특정 학교의 예외적인 사정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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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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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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