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 문제 관련하여 여쭤보고 싶습니다.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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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서성한 중 한 곳에서 학사를 졸업했고 현재 타대에서 석박통합 3학기째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현재 사수 문제 관련해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사수가 없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아예 처음 해보는 주제라서 선배들이 제가 하는 연구를 아예 모르기 때문에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제가 연구 주제를 고를 때 이 사실을 아예 모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 연구 주제에 대해 교수에게 설명을 들을 때 분명히 우리 연구실 사람들은 이 주제에 대해 모르긴 하지만 다른 연구실 학생 중에 본인이 공동 지도를 맡고 있는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이 주제의 전문가니 그 학생을 사수로 붙여주겠다라는 얘기를 듣고 이 주제를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교수는 저와 그 학생을 단 한 번도 같이 불러서 제 연구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교수를 기다리다가 제가 그 학생의 번호를 알아내서 이것저것 물어보긴 했으나 결국은 다른 연구실 사람이고 사수로 지정을 받은 것은 아니기에 토의를 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처음부터 이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가지진 않았습니다. 결국은 내 연구고 교수가 학생과의 교류가 적은 것은 아니니(1주일에 한 번은 미팅을 합니다.)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인드로 지내왔습니다. 토의를 할 선배도 없고 자료 정리를 도와줄 사람도 없으니 당연히 많이 지적을 받았으나 그래도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계속 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교수에 대한 회의감이 들만한 일이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외부 기관에 성분 분석을 맡기고 해당 결과를 분석을 해보려고 하는데 분석을 하는데 쓰는 프로그램이 너무 구식이고 매뉴얼도 제대로 정리된 게 없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가 독학을 하는데 한계를 느껴서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교수는 자기 인맥이 있다며 교육 관련한 사람에게 연락을 해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히 그런 매칭은 없었습니다. 두어 달이 지나고 미팅 도중 분석이 막히자 "그럼 너는 또 말하겠지. 이 프로그램 어떻게 쓰는 건지 모르겠다고" 라는 소리만 듣고 끝났습니다. 제 나름대로 다른 프로그램을 찾아서 분석을 해보고는 있으나 이 때부터 제 회의감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번째 계기는 2주 전에 발생했습니다. 역시나 분석에 난항을 겪고 있었고 미팅 도중 세부적인 지적까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실험 안전과 관련한 얘기가 나왔는데 저에게 해당 물질이 안전하냐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저는 모른다고 하니 큰일나겠다 큰일나겠어 실험 잘 하는구나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물론 이 물질의 안전도 체크 방식은 신입생 안전 교육에 나오는 게 맞으나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해당 안전 교육을 과연 제대로 수강하는 학생이 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대충 들은 너 잘못이 맞다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제가 이 실험의 구상을 교수에게 말한 게 올해 2월인데 여태까지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와서 이 지적을 들으니 상당히 황당합니다.
요새 운전에 관심이 생겨서 운전 연습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현재 제가 느끼는 교수가 저에게 바라는 걸 비유하자면 면허를 갓 딴 자식에게 부모가 본인 차를 주면서 이제부터 너가 알아서 운전하고 다녀라 이러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론 분명 자식 책임이지만 주변에서 부모를 좋게 볼 리가 없겠지요. 최근 그래서 이 문제와 관련해서 교수에게 상담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나도 사수 없이 했다와 너가 제대로 신경을 써야지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학부 연구생을 했었습니다. 해당 연구실의 주제가 마음에 들었고 교수님도 괜찮았으나 제 사수가 자료 분석, 실험 준비 등을 하나도 알려 주질 않아서 "아 이 연구실에 계속 있어도 내가 무언가를 배우긴 힘들겠다"라는 느낌이 들어서 결국 타대 진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진학을 하고 나니 아예 사수가 없어지는 제 상황이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대생이라서 차별을 받는 건 아닙니다. 저희 연구실은 한 명 빼곤 다 타대생입니다.)
이 글은 제 입장에서만 쓴 글이니 제 주관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땐 제가 연구에 집중하지도 않고 대충하면서 어린애 마냥 투정을 부리는 거일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저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이렇게 사수 없이 그냥 연구를 하는 게 보통의 경우인건지 아니면 제가 특이한 케이스인지, 그리고 제가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어린애 투정인지 냉철하게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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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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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4

사수나 같이 얘기할 사람의 역할은 그 사람이 나한테 모든걸 알려주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같이 붙잡고 얘기하면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겁니다. 내가 알고싶은 특정 분석법이나 아이템에 대해 딱 답을 내려줄 사람은 곧 나랑 아주 똑같은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 사실 없는게 당연해요. 학생이 막혔을 때 좋은 힌트를 줄 사람을 잘 찾아주는 것도 교수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경우 내부에서 해결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 많은걸 교수한테 요청하게 돼서, 교수가 어 얘는 의지가 없나? 하고 생각하기 딱 좋을겁니다. 그럼 질문을 잘 하는 방법이 그 다음입니다. 내가 님이 오 노력했네 하는 수준으론 찾아봤다고 어필을 해야죠. 예) 제가 이렇게저렇게까지 알아보고 여기까자 찾아봤는데 이런이런점은 나오고 이런저런건 안나와서 이건 실제 사용자 문의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OOO 교수님 방 논문에서 이 분석을 썼던데 혹시 교수님께서 메일 한 통 보내주실 수 있으실까요...? 찾아가서 문의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주제를 하더라도 선배들도 붙잡고 물어보세요. 연구실 내에선 서로 뭐하는지 어느 정도는 터놓고 알고 있어야 하는게 기본입니다. 그리고 모르는 남한테 설명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고, 그렇게 하다가 정리가 돼서 힌트가 보이기도 합니다.
물질 안전은 실험 전에 MSDS 찾아보고 하시는게 기본이고 실험실 출입교육에서 수없이 하는 얘기라 교수가 걱정하는게 타당합니다. 제가 교수였어도 그건 철렁했을 것 같네요.

대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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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막스 베버*

2022.11.24

박사졸업한 입장에서 보기에 조금 답답한 부분들이 있네요. 지도교수나 사수의 역할을 너무 기대하는것 같은데,
결국 99%의 일은 본인이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졸업논문이든 저널에 싣는 논문이든 지도교수가 안봐주는 경우가 흔하고 기초실험방법 정도만 사수한테 배우고 심화적인 부분이나 각종 프로그램 사용법 등은 본인 스스로 익히는거 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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