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21세에 미국 동부 R1 주립대에서 인문/사회과학 계열로 BA cum laude 졸업했는데 그게 벌써 12년 전 얘기입니다. 해가 넘어갈수록 더 늦기전에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공부와 연구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치네요. 결국 남들보다 늦지만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진짜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이악물고 도전할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뭐 하다가 이제 가느냐에 대해 구구절절 인생 스토리를 쓰려다... 다들 지루하여 도망가실 거 같아 잘랐습니다 ㅎㅎ)
마음은 먹었지만 하는 사업 인계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당장 다가오는 지원시기를 맞추기는 어렵습니다. 어떻게든 내년인 24년도 후기 입학을 목표로 바짝 준비할 계획인데, 그렇게 되면 입학 기점에 나이가 서른 넷이 되네요.
이미 진학을 결정한 상황에서 제 가장 큰 걱정은 랩에 계신 선배들이 나이 많은 후배에 대해 부담스럽게 생각하거나, 그런 것을 우려하여 교수님들께서 나이 많은 학생을 받기 꺼려하실 수도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계신 랩에서, 또는 과거 대학원생 시절 경우가 생긴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요? 또는 제 경우 랩 생활에 대한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으실지 여쭈어봅니다. 어떤 조언이라도 감사히 받겠습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8개
2023.09.12
부담스럽죠. 당연합니다. 연구실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보통 그래도 선후배간의 예의가 어느정도 존재하는데, 갑자기 나이 많은 후배가 들어오면 랩실 박사생들이 난감해 할겁니다.
일단 아직 들어가신것도 아닌거 같으니 좋은곳 찾아보셔서 수평적인 문화의 랩실을 찾아가시고, 나이가 많지만 낮은 자세로 열심히하면 다들 적응하고 좋게 봐줄거에요.
2023.09.12
2023.09.12
202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