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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랩 vs 대가랩] 연구 및 논문비교 (과학자를 꿈꾸는 분들에게)

후회하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2022.02.21 25 39137

저는 학사/석사 spk중 하나를 졸업하고, 유럽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현 세계 랭킹 20위권 안의 모 대학에서 연구 중인 포닥 연구원입니다.
지금 일하는 연구실은 매년 CNS 중 하나가 한편씩은 나오는 연구실입니다.
저 개인도 IF 20-30 이상의 저널에 섭밋, 리뷰, 출판 등의 경험이 몇 번 있어서,
좋은 논문 작성과 출판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어요.
재밌게 눈팅만 하다가 저의 경험이 연구를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 글을 써봅니다.
모든 랩마다 차이와 강점이 있고, 일반화하려는게 아니니, 재밌게 참고만 하세요~

[일반랩]
1. 연구 분야만 맞다면, 연구 주제 선정에 미친듯이 까다롭진 않음
2. 교수의 과학적 기여도가 크지 않고,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에만 충실
3. 논문이 전반적으로 테크니컬한 부분에 집중함. 예를 들면, 실험 결과 설명에 집중 및 성능 몇프로 개선 등의 나열.
4. 인트로: 여러 논문에서 짜집기해서 적당히 다시 씀.
5. <결과 = 논문> 이라고 생각함.
6. 디스커션이나 컨클루젼: 나온 결과를 그저 요약, 강조, 나열함. 결과에 비해 오버 셀링 (selling)하려 노력함.
7. 에디터에게 보내는 커버레터가 몹시 지루함. 초록과 결론의 반복. 심지어 커버레터를 학생에게 맡기기도 함.
8. 교수가 연구 기본에 충실하다기보단, 자꾸 논문 얘기만 함. (예: 논문 써야 된다, 논문 언제 나오냐 등등)

[대가랩]
1. 연구 주제 선정에 매우 까다로움. 프로포절 단계에서 리젝되는 아이디어가 많음.
- 잘 채택되지 않는 주제: 약간 참신하긴 하지만 큰 임팩트는 없는 성능, 방법, 물질 단순 개선 아이디어, 옛날(?) 연구에 기반한 연구, 제법 새롭긴 하지만 시대의 요청과는 조금 동떨어진 흥미 위주의 연구.
- 잘 채택되는 주제: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가 많은 연구, 그 안에서 새로운 분야를 열 수 있을 가능성이 보이는 연구, 분야의 발전을 가로막는 크리티컬한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연구.
2. 교수 혹은 박사급 이상 (포닥 및 시니어 과학자 등) 의 과학적 기여도가 제법 큼. 연구에 어려움이 닥칠 때 해결 혹은 우회 가능한 연륜에서 우러난 아이디어 제공.
3. 논문에 있어 연구 비전을 탁월하게 보여주는데 큰 비중을 둠.
4. 인트로: (복붙편집없이) 처음부터 새롭게 기획하는 편. 논문 수정시 인트로에 초집중해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게 쓰려고 노력.
5. 결과와 논문의 '스토리'는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함. 인트로에서 제기한 문제와 가설을 결과를 통해 '입증'하는 것. 따라서 결과는 앞에서 제시한 과학적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보여주는 근거의 예시로서 작용. 때문에 결과 그 자체보다 어떤 문제를 던지고, 무엇을 풀어내고 있느냐가 훨씬 중요해짐.
(!! 5번이 논문의 질을 크게 좌우함 !! 데스크리젝 당했다거나, 내 결과가 더 좋은것 같은데 왜 저 논문은 억셉되고 내껀 안됐냐는 의문이 든다면, 내가 어떤 (매력적인) 질문을 던졌고, 어떤 근거(=결과)를 제시하여 풀어냈는가의 로직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음.)
6. 디스커션과 컨클루젼: 각 결과가 가진 임팩트와 의미를 전달하는데 많은 비중을 둠.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들을 진솔하게 (하지만 너무 적나라하지 않고 세련되게) 씀.
7. 커버레터가 지루하지 않고 솔직함: 커버 레터는 논문이 아님! 편지의 기능에 충실하여, 연구의 핵심 뿐 아니라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음. (예: 왜 이 연구가 이뤄지게 되었는지, 왜 이 연구가 중요할 수 밖에 없는지를 테크니컬한 부분 뿐 아니라 참여 과학자들이 어떻게 만났고, 선행연구에서 본 연구가 어떤 디스커션을 통해 나왔고 등의 연구 서사까지 자유롭게 풀어내기도 함. 작가가 출판사에 편지쓴다고 생각하면 됨.)
8. 랩에서 이미 논문이 제법 잘 나오는 편이라, 논문양을 늘리기 위해 학생을 닥달하기보단, 연구의 과학적 임팩트에 집중함.
9. 기본과 본질에 충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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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있어 좋은 과학적 방법론과 결과는 예선전과 같고,
<비전>과 <통찰>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결승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위 대가랩이 대가랩이 된 이유는, 시대와 분야를 바라보고 앞날을 그려내는 <비전>의 차이가 큰 것 같습니다.
좋은 선배 과학자에게 비전이 담긴 조언을 들을때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감동이 있습니다.
만일 아쉽게도 교수님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연구자 자신이 그런 비전과 통찰을 갖도록 포커스를 맞추고 연구해나가면,
박사과정을 마칠 때 즈음엔 분명 <과학 테크니션>이 아닌 <과학자>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거라 생각해요.
모두들 화이팅 하세요~~~!!!!

댓글 25

  • 징징대는 마이클 패러데이

    2022.02.21

    교수님이 자꾸 인트로 빠꾸 먹이는 이유가 이거였나?

    대댓글 0개

  • 우아한 루이 파스퇴르

    2022.02.21

    대가랩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연구들은 아이디어 내기도 힘들고 진행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는데 보통 연구 주기와 갖고 나가는 논문 수나 퀄리티가 어느 정도인가요? 제가 아는 연구실 중 일부는 확실히 NSC가 많이 나오긴 하는데 학위 기간동안 최상위 저널 1개(NSC, 메이저 자매지 급) 정도만 쓰고 나오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물론 논문 수준을 생각하면 이해가 갑니다만 오히려 한국의 정량평가에서는 손해를 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듭니다.

    대댓글 3개

    • 후회하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작성자)

      2022.02.22

      글쓴이입니다. 제가 본 경우, NSC 혹은 메이저 자매지는 짧으면 2년(일 엄청 열심히 하는 포닥 주저자) - 길면 8년(정규직 연구원 주저자)까지도 연구기간을 가지고 합니다. 때문에 NSC 경우 박사과정 학생들은 아무래도 주 저자보단 코어써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으며, 석박사급 이상 연구원을 고용하여 실험 진행도 많이 합니다. 현 연구실에선 박사과정 학생들의 주저자 연구 논문만 모아 놓는다면 NSC 본지 출판은 없습니다. (전부 포닥 이상)
      박사과정 학생들은 졸업 기한이 있으니 그간 진행한 연구들을 어떻게든 정리해서 내고 나가는데요, 현 연구실은 평균 주저자 3편 정도 (+@) 는 내는 것 같고 IF 10-15 전후는 하나씩 쓰고 가는 듯 보입니다 (이건 분야별로 상이하지만 엔지니어링 분야. 운좋으면 NSC 핵심 코어써로 @). IF 몇 이상 내라는 기준은 없습니다만, 연구 시작 시 교수님을 어느정도 설득시킬 수는 있어야 하고, 졸업(약 4-5년)이 급하면 어디든 내야죠. 다만 랩에서 수시로 좋은 논문이 나오니, 학생들이 각자 목표를 높게 잡는 것 같습니다.
      사실 '대가랩'은 그 연구실의 연구가 가장 앞장서 있고 관련 지식과 노하우가 많이 쌓여있는 분야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교수님의 열정이 이어지는 한 계속 연결이 되어 좋은 주제의 연구가 나오는 것이 아주 어렵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 학생이라면 좋은 연구를 하는 방법과 마인드를 훈련/경험하고, 적당한 선에서 연구 결과를 마무리하고 연구 정점은 그 이후에 찍는게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량평가는 늘 딜레마이지만... 제가 아는 어떤 유명하고 비범한 교수님은 평가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단 오직 좋은 연구만 생각했다고 하시고, 그런 연구자가 본인의 팀(랩)을 가지면 탄력이 붙어 분야를 리드하는 학자가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연구에 진지한 기관일 수록 그런 연구자를 잘 알아보는 것 같고요. (한국은 잘 모르겠습니다....)

    • 다정한 요하네스 케플러

      2022.02.22

      그런데 외국에서 코어써에 대한 인정을 어느정도 받나요? 제가 아직 학생이라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한국에서는 물론 NSC에 코어써라면 나쁠 것은 없겠지만 결국 실적(?)으로써는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아서요.

    • 후회하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작성자)

      2022.02.23

      단순 정량평가로는 크게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으나 어떤 컨트리뷰션을 했는지 어필할 수 있을겁니다. 사실 크고 어려운 프로젝트일 수록 여러 사람의 힘이 필요한데 1저자 외에는 인정받지 못한다면 시스템이 문제있다고 생각합니다. Faculty CV의 경우 대표 논문 5개에 코어써로 활동한 논문을 넣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 넉살좋은 찰스 다윈

    2022.02.22

    귀중한 팁 감사합니다.
    외국에도 혹시 한국에서처럼 마이크로매니징이 심한게 많이있나요?
    예를 들어 연구결과를 매일 확인한다던지 등등

    대댓글 1개

    • 후회하는 가브리엘 마르케스 (작성자)

      2022.02.22

      주변에선 못봤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이상 미팅하는 경우는 흔히 있긴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이거나, 그룹 세미나와 개인 디스커션을 따로 나눠 하는 그룹이라거나 정도가 평균인것 같네요. 잘하는 팀은 교수님이 논문/프로포절 쓰고 미팅 참석하느라 몹시 바빠서 마이크로매니징할 정신과 시간이 없어 보여요....

  • 산만한 플라톤

    2022.02.22

    좋은글 감사합니다. 제 생각도 좀 적어봅니다.

    비단 학계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평범/대가 를 구분하는 기준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느냐'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면 해결 방법(논문에서는 검증 방법 이겠죠)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니까요. 나무보다 숲을 보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더 정확히는 숲에서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물론 석사과정 수준에서는 이 관점을 가지기가 힘들지만, 이 관점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박사학위자들도 꽤 보이는 편입니다. 학위과정 하시는 분들은 왜 내가 연구를 하고 있는지 (좋은데 취업하려고! 라고만 생각하시면 앞으로도 답이 없을 겁니다) 깊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네요.

    대댓글 1개

    • 덤덤한 하인리히 헤르츠

      2022.03.24

      문제에 대해 잘 정의하는 방법론이 있을까요? 아니면 사람마다 다를까요?

  • 착한 라이프니츠

    2022.02.22

    오왕... 좋은 글과 댓글들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대댓글 0개

  • 쇠약한 마리 퀴리

    2022.02.22

    요새 인트로는 By the pendemic~ 으로 시작하는게 국룰 아니었냐?

    대댓글 1개

    • 속편한 아인슈타인

      2022.02.23

      a...

  • 재밌는 게오르크 헤겔

    2022.02.24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왜 학위를 하고 연구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네요.
    저도 도움이 되는 좋은 연구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댓글 0개

  • 칠칠맞은 마리 퀴리

    2022.03.04

    대가랩 커버레터 구경해보고싶어요ㅠㅠㅠ리젝만 먹으니까 괴로워요ㅠㅠㅠㅠ

    대댓글 0개

  • 밝은 찰스 배비지

    2022.03.19

    지도 교수가 내 논문 아이디어 듣고 나는 논문 실험 raw 데이터 수집 부분(시간 투자 大)에 강제 투입하고, 자대 출신 동기한테 제1저자 시키더라. 그러고도 매번 논문 아이디어 달라고 나한테 지랄하고. 내 인건비도 빼먹고, 졸업 안 시키겠다는 협박이나 하고.

    사람 새끼 같이 안 보이더라. 이런 인간 같지 않은 교수만 안 만나도 大성공한 것임.

    대가는 바라지도 않고, 쓰레기 교수만 안 걸려도 행복한 것임.

    너무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대댓글 1개

    • 춤추는 르네 데카르트

      2022.03.19

      듣기만해도끔찍하네요.. 지나가다 맘아파서 댓글답니다..

  • 만만한 루이 파스퇴르

    2022.03.23

    응애 나 일반랩 척척석사

    대댓글 0개

  • 점잖은 맹자

    2022.04.05

    작성자님이 생각하실때 좋은 논문이라고 생각되시는 논문들 1-2개라도 추천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배우고싶습니다....

    대댓글 1개

    • 졸린 앙투안 라부아지에

      2022.04.28

      NSC논문들은 다 추천이죠 뭐 본인분야의 NSC 찾아 읽으시길

  • 행복한 찰스 다윈

    2022.04.21

    저는 그 논문이 왜 거기 실렸는지 모르겠다고 지도교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다시 읽어보니 오타를 발견했다면서 쪽팔린다 하시네요. 리비젼 과정에서 오히려 리뷰어와 교감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외로웠는데 왠지모르게 이 글이 많이 위로가 되네요..감사합니다.

    대댓글 0개

  • 건강한 막스 플랑크

    2022.04.29

    연구 관련으로 요즘 고민하는 게 많았는데... 도움 되는 글 감사합니다

    대댓글 0개

  • 착한 존 내시

    2022.05.06

    nature science c 가 머예요??
    n s 이건 맞나요,,?

    대댓글 1개

    • 시끄러운 하인리히 헤르츠

      2022.05.16

      Cell

  • 비관적인 안톤 체호프

    2022.05.17

    대가까진 아니고 대가 언저리 랩(매년 CNS급 한편 + IF 10점대 후반 2-3편)에 있었는데 대체로 공감합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유럽이었는데, 교수님이 아시아인 마인드였다는게 다르네요. 정신력을 항상 강조하는... 아무튼 교수님의 글쓰기 능력이 거의 신급. 전체를 조율하고는 능력도 대단했죠.40대 중반에 유럽내에서 손꼽히는 연구소의 연구소장이 되었으니... 어디서 꿀린다는 생각은 안해봤었는데 내가 다시 태어나도 저렇게는 못되겠다고 느꼈습니다.

    대댓글 0개

  • 낙천적인 밀턴 프리드먼

    2022.06.07

    김박사넷에서 보기 힘든 정말 좋은글

    대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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