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

지도교수와 잘 맞는다는것

춤추는 쇠렌 키르케고르

2022.02.05 18 24756

한국에서 학/석사 후 미국내 Top 10에서 박사학위중입니다.

저도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때 종종 들러서 조언을 많이 얻곤 했는데 이제는 제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여러분들께서 학교 랭킹, 그러니까 SPK인지, 아닌지, Top 20안에 드는지, 들지 않는지, 심지어 SPK 내에서도 어느 학교가 더 나은 선택지인지 고민하고, 연구 분야가 유망한지 많이 고려하실겁니다. 그러나 그 교수님께서 얼마나 나와 잘 맞는지는 생각보다 크게 고려하지 않는것 같아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석사를 진학할 때 오로지 '유학'만을 바라보고 석사 지도교수님을 믿고 자대로 진학했습니다. 나름 공부에 자신이 있었고, 교수님들과 컨택도 잘 되었지만요. 그 이유는 미국 박사 지원을 위한 최대한의 지원을 약속해주셨고, 인품도 훌륭하셨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연구에 있어서는 본받을만한 교수님은 아니셨습니다. 교수님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어 하셔서 제가 스스로 연구실을 새롭게 세팅하고 공부했지만 무엇보다 연구는 '내가 잘 하면 되니까' 이런 생각이었죠.

결과적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부끄럽긴 하지만 나름 괜찮은 저널들에 출판했고, 그 덕에 미국으로 나와있습니다. 결국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제 고집이었습니다.

그러다 이곳에 와서 지금의 지도교수님을 만나고 꽤 놀랐습니다. 개강전 첫 미팅때 나눈 이야기들, 교수님이 연구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철학에 너무 공감했고, 그리고 지식과 통찰에 엄청나게 놀랐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돌이켜보면 석사때 한 연구들은 인용도 많이되고 괜찮은 저널에 실렸지만, 그 연구를 하면서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빨리 출판하지 않으면 누군가 비슷한걸 낼텐데...'라는 생각이 자리잡은 한편, 저와 교수님이 만난 첫 날 나눈 이야기가 학자로서 추구하던 철학인 '남들이 할 수 있는 연구는 하지 않는다'였습니다.

고작 이제 이곳에서 두번째 학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이곳에서의 삶이 너무나도 만족스럽습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언제나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난관에 봉착하면 함께 고민하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똑똑한 사람이기에 배워가는점이 많습니다. 비유하자면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데, 파티에 끼워서 강제로 쩔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이제야 왜 저명한 학자에게 배운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제가 그런 학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배움에 있어서는 이전보다 훨씬 나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지식과 기술은 논문을 많고 선구적인 저자의 출판물을 읽으면 습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통찰은 쉽게 얻기 힘듭니다. 입학 전 교수님들과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시고,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과 최대한 맞는 분들과 함께하시기 바랍니다.

댓글 18

  • 자상한 갈릴레오 갈릴레이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2.02.05

    매우 공감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학부연구생, 석사, 박사를 모두 다른곳에서 하고 있는데 지금 생활에 가장 만족합니다. 진정한 멘토를 얻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석사나 석박통합 학생들이 제한된 정보로 교수님의 성향을 많이 알기 어렵다는점이 아쉽긴 합니다.

    대댓글 0개

  • 세심한 데이비드 흄

    2022.02.05

    부럽다...

    대댓글 0개

  • 허기진 게오르크 헤겔

    2022.02.05

    누적 신고가 5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사람은 어딜가나 사람을 잘 만나면 성공한다고 함
    교수도 사수도 동료들도,,,잘 만나면 행운

    대댓글 0개

  • 열정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2022.02.05

    저도 새로운 곳에서 박사생활 하면서 왜 교수님을 잘 만나야 한다는 건지 공감하게 됐습니다. 지도교수님과의 연구케미가 정말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연구하셔서 더 좋은 길로 가셨으면 좋겠네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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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천적인 존 스튜어트 밀

    2022.02.06

    지당한 말씀이지만
    일련의 과정과 일정 시간이 소요되어야만
    결과론적으로 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미리 알고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요..

    대댓글 1개

    • 춤추는 쇠렌 키르케고르 (작성자)

      2022.02.06

      맞습니다. 저도 입학 5개월전부터 네곳의 연구실 교수님, 학생들과 미팅을 통해 가장 잘 맞는곳을 선택했지만 정말 잘 맞다고 느낀건 정작 미국에 도착한 후였습니다. 그럼에도 지도 교수님과 잘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성실한 앨런 튜링

    2022.02.06

    조금 다른 소리하자면, 지금 글쓴이분이 느끼시는게 흔히 말하는 '미국뽕'입니다. 그 미국뽕 많이 맞으시면 한국 리턴하기 어려워요... 물론 미국에서 계속 자리 잡고 사실거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미국에서의 교수가 말하는 연구가 맞고, 한국에서 추구하는 연구가 틀린게 아니라,
    이제는 그냥 서로 다른 겁니다. 그게 국가든 문화든 환경 등에 따라서요.
    미국뽕 맞았던 사람들이 나중에 학위 받고서,
    한국에 못 들어오는 것을, 자의적으로 한국에 안 들어오는 것으로 포장하면서 정신승리하는 사람들을 많이봐서 노파심에 이야기드려요.

    남은기간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대댓글 3개

    • 선량한 앙투안 라부아지에

      2022.02.06

      솔직히 이건 지도교수 성향 차이 아닌가요? 저도 학부연구생 및 인턴으로서 두곳, 석박 통합으로 세곳의 연구실을 거쳤지만 그냥 사람마다 다른겁니다. 교수님들 중에서 '임팩트가 큰'연구 성과, 그리고 특히 석사생들이 취업을 위해서 가지고 있어야 할 논문의 수나 퀄리티 사이에서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고 그저 공장식으로 논문만 출판하시는 분들도 많죠.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탑저널을 더 고집한다고 하지만 이 글에서 '미국뽕'으로 폄하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분명 이런 스타일의 지도교수와 맞지 않는 학생들도 있을겁니다.

    • 춤추는 쇠렌 키르케고르 (작성자)

      2022.02.06

      각자의 커리어 목표에 전략적으로 잘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 역시 지금의 지도교수님 연구 철학에서는 정량적 평가 요소가 부족할 수 있기에 스스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포닥 과정동안 주변의 한국인 동료분들이 꽤 있어서 한국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미국에 남아 있을지, 한국으로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허기진 쇠렌 키르케고르

      2022.03.16

      와 이걸 이렇게 꼬아서 이해할 수도 있구나... 정신승리는 댓글 쓴 분이 하는거 같아요.

  • 성실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2.02.06

    너무 공감합니다. 교수님의 인성뿐 아니라 연구에 대한 자세도 매우 중요하죠. 취업에 관심있는 학생에게는 아주 높은 탑저널을 고집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낮지만 여러편의 논문을 가지는게 더 중요하고, 학자로서의 길을 가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혹독한 트레이닝이 중요할 수 있죠.

    대댓글 0개

  • 쩨쩨한 제임스 와트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2.02.06

    진짜 ㄹㅇ임... 학부때 인턴하면서 지도교수 보는 안목(?) 기른게 진짜 큰 도움됨..

    대댓글 0개

  • 낙천적인 유클리드

    2022.02.06

    너무 하트뿅뿅은 좋은 자세는 아닙니다. 저도 외국 경험이 많은데, 교수님에 대해서 하트뿅뿅으로 바로 보는 건 한국문화가 좀 심한 편입니다. (이를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유교문화에서 본 받을 사람이 되고자함이 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수님도 그렇게 보는 편입니다.) 외국은 어느 정도는 비지니스 파트너 입니다. 너무 하트뿅뿅 보다는 그냥 Dry하게 연구에 열심히 임하는게 좋습니다.

    미국 교수님들 중에는 처자식도 없이 연구만으로 전인류를 하드캐리하는 분들이 많은데... 처음에는 그런 분들이 하트뿅뿅 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의 경우 연차가 쌓이고 나이가 들어 가면서 그 교수님은 그 교수님의 삶이 있고 나는 나만의 방식이 있음을 깨닭아 갑니다.

    대댓글 2개

    • 낙천적인 유클리드

      2022.02.06

      유학와서 하트뿅뿅으로 연구하다가 분야 자체가 소강상태로 접어 들면서 잡서치에 고생한 친구도 있고.. 여튼 차갑고 냉철한 머리로 상황 판단하는게 맞습니다!

    • 춤추는 쇠렌 키르케고르 (작성자)

      2022.02.06

      맞습니다. 저도 사실 와서 랩미팅도 없고, 딱히 압박이 없으니 즐겁게 연구하다 어느새 나태해지는 저를 되돌아봤습니다. 그 후 매주 개인미팅과 저널클럽을 요청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자유로움과 적절한 긴장감의 균형을 맞추는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 낙천적인 유클리드

    2022.02.06

    잘하는 박사 동료가 있으면 자극을 많이 받습니다. 이래서 MIT 등의 완전 탑스쿨이 좋습니다. 그런 곳에 가면 해당 분야의 최고수준 인도, 중국 박사 학생들 있는데.. 이런 친구들 보면 혀를 내두르게 만들죠. 전인류 탑클 학생들인데.. 오히려 왠만한 MIT 교수들 보다 뛰어난 박사 학생도 있고.. 세상은 넓고 나는 얼마나 부족한가를 느껴보면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제프 베조스도 이 이유 때문에 프린스턴 물리학과를 자퇴했죠. 쫓아 갈 수 없는 천재 친구를 보고..

    대댓글 1개

    • 낙천적인 유클리드

      2022.02.06

      앗.. 이거 위에 대댓글로 달려던건데.. 서툴러스 그냥 댓글로 ㅋ

  • 꼼꼼한 르네 데카르트

    2022.03.22

    하트뿅뿅으로 들어왔다가 인성질(?)에 눈탱이씨게맞고 욕쟁이가 되었는데 디스커션은 더 활발해졌습니다. 쩔받는다는 표현 너무 저희세대,,,어쨋든.. 쩔받고싶네요. 부러워요..,,,

    대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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