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논문 몇편 읽어야 하는지 질문을 보고 생각이 나서 씁니다.
학생들의 경우 논문을 읽기 참 힘듭니다. 저도 대학원생부터 지금까지 연구경력이 15년 되어가는데 논문 읽기 참 힘들고 어렵습니다.
그래도 꾸역꾸역 읽어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긴합니다.
그러니 많은 학생분들도 논문을 얼마나 많이 읽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허락하고, 내가 그만큼 열심히 한다면 논문을 많이 읽을수록 좋은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되어 있고, 논문 읽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효율적으로 논문을 읽고 학습해야 됩니다.
분야마다 연구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논문을 읽는 빈도나 정독 횟수에 정답이 있는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해도 잘 안가면서 그냥 무작정 많이 읽는다? 이는 안하느니만 못합니다.비효율적이며 시간낭비입니다.
특히, 연구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서 이것저것 짧게 붙잡고 훑어만 본다면, 그 논문의 내용을 잘못 이해하고 단편적인 지식만 쌓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해가 안되면서 나는 그 내용을 안다는 자기 합리화에 쉽게 빠집니다.
얄팍하게 이해한 지식은 연구에 별 도움 안됩니다.
그 분야 전문가들은 초록과 인트로, 결론만 봐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으나, 학생들의 경우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열개의 지식을 얕게 아는 사람보다, 하나라도 깊게 이해한 사람이 더 좋은 연구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대학원생은 논문 몇편을 읽는지에 집착하면 안되며, 정말 잘 쓴 논문 한두편을 집중해서 읽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석사생의 경우 먼저 지도교수님이나 선배들이 추천해주는 논문에 집중하는게 좋습니다. 석사생 때는 좋은 논문을 골라낼 능력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인트로와 인용된 논문들을 살펴 보면서 관련 분야 동향을 파악하고, 이들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연구를 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내 연구 주제와 깊게 관련된 논문이라면, 이론적인 것도 완벽히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가 가지 않으면, 관련된 텍스트북이나 논문을 찾아보면서 이해해야합니다.
그리고, 논문 내용을 직접 따라서 구현해보고 재현이 되는지 경험해보는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구현을 해보면 논문에 나와 있지 않은 장단점을 체험할 수 있고, 논문에서 이해 안가던 부분들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몇달이 걸려도 좋으니, 좋은 논문 하나와 거기에 인용된 주요 논문들 몇편을 완벽하게 이해하는게 필요합니다.
(여기까지가 석사과정에서 필요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험이 좀 쌓인다면, 내가 읽은 논문들과 관련된 최신 학회나 저널 논문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겁니다.
이제는 훑어보면서 내개 도움이 될 만한 논문들을 선별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대가랩에서 나온 연구들을 우선 살펴보세요. 지식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검증되지 않은 집단의 연구 결과를 볼 경우 분별이 어려울수도 있으니 대가랩을 먼저 살펴보는게 좋습니다.
그러면 내가 이전에 본 논문에서 소개된 방법들의 한계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고, 대가들은 그걸 어떤 방법론으로 극복하고 발전시키는지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중요한건, 어떤 논문도 자신들이 제안한 방법의 단점을 명확하게 쓰지 않습니다. 그러니 최신의 연구에서 기존 방법의 어떤점을 개선했는지 보면서 유추해 내야 합니다.
이정도 수준까지 올라왔다면, 이제 일주일에 논문 몇편보냐는 의문이 안들겁니다. 필요한 만큼 알아서 보면 됩니다.
(여기까지가 박사과정 수료전까지 필요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부터는 새로 나오는 방법들에 관한 논문들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즉, 새로운 방법들의 한계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논문을 보고 있을 겁니다.
(여전히 무지성으로 논문에서 하는 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아직 발전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이제 파악한 그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고민해 봐야죠.
어떤 방법이 적합할지 고민하고, 그 방법론에 해당하는 논문이나 책을 읽어봐야겠죠.
하지만 내가 풀어야 하는 문제를 위한 방법은 없습니다. 기존에 있던 방법론을 수정해서 내 문제에 적용해야 합니다.
결국 이것이 연구가 되고, 그 결과가 논문이 될겁니다.
그 이후는 분야마다 다르며, 알아서 잘 하실테니 더 말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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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사려깊은 찰스 다윈*
2021.12.11
질문글 작성자입니다. 고맙습니다.
예전에 토플을 수단으로 영어 라이팅 실력을 늘리고 싶을 때, 많은 에세이를 쓰는 것 보다, 한편 한편 계속 붙잡고 계속 수정하고 다시 읽어보고 하면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을 했고, 주위에 영어공부(토플/GRE) 하려는 학생들에게는 그런 방법을 추천해줬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느 정도 괜찮은 글이 써지고 나면, 이제 제한시간 안에 쓰는 연습도 하고, 다양한 주제로 주기적으로 쓰다보니, 시험에 대한 대비도 되더라구요..
써주신 글을 읽어보니, 논문 읽기도 마찬가지인거 같아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도움이 많이 될거 같습니다.
특히 저같은 경우에는, 모르는 단어 나올 때 마다 사전 3개에서 단어를 찾아서 볼 정도로 꼼꼼한 편이어서, 해당 질문글에서 속독으로 읽어서 경향을 파악하는게 좋다는 (제가 받아들인 바로는) 취지의 답글이 많이 달린거 같아서, 그렇게 해야하는가.. 하는 고민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21.12.11
2021.12.12
2021.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