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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지도교수님이 특이한 경우였구나.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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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주로 이공계 랩 이야기가 많아서 비교대상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심리학 학부생 시절에 우연히도/운 좋게도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연구보조로 일을 하게 되었음.
코로나로 우리집 사정이 어려워져서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때까지 무려 8년을 다녔음. 그 사이에 학사 졸업, 석사 졸업도 했음.

교수님은 주로 동료 의사들이나 심리학과 교수님들과 공동 연구를 많이 하셨음.
그리고 레지던트들이 졸업할 때 쓰는 논문 지도해주시고.
교수님 성품이 너무 좋으셔서 인턴/레지던트들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것도 없고, 실적가지고 압박주는 것도 없고, 오히려 주변에서 인턴/레지던트들에게 압박 주는 것을 본인이 막아주다가 장렬히 전사하는 스타일이랄까.

나 인간비 주려고 교수님이 연구비 타는 과제 열심히 알아보고 신청하시고 일함.
과제와 과제 사이에 연구비가 안 나오는 빈 기간이 있었는데 사비를 털어 인건비 챙겨주심.

내가 처음 연구보조일 시작할 때가 **사이버대학 4학년 때였는데,
이 교수님은 그때부터 나한테 "데이터는 많은데 논문화해줄 사람이 없다. 올해는 꼭 논문을 한 편 써보도록 해라" 이런 말씀을 하셨음. 병원이다보니 임상 데이터가 많은 건 사실이었고, 레지던트들도 너무 바쁘기 때문에 데이터가 많은 것에 비해 논문 쓸 사람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음. 하지만 사이버대학 학부생한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런 얘기 들을때마다 어이가 없어서 웃고 넘겼음.
당시엔 딱히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수련받아서 자격증따고 취업또는 창업하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흘려 들었음.
여튼, 학부 졸업후 수련받다보니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대학원 들어갔음.
처음엔 주제도 모르고 일반대학원 시험봤다가 다 떨어졌음. 내 스펙이 과연 그럴만 했음.

나란 놈, 원래 포기가 빠르고 그다지 좌절하지 않음.
얼른 계획을 수정해서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으로 돌렸음. 주경야독하시는 분들이 모이는 야간 대학이라 일반대학원에 비하면 입시가 쉬웠고, 나를 일반대학원에서 떨어트렸던 학교의 교육대학원에 들어가게 되었음.
석사논문을 쓰다보니 너무 재밌는 게 아니겠음?
석사 논문 제출하고 1주일 후에 첫째아이가 태어나서 졸업식은 못 감ㅋㅋㅋ
애 키우면서 석사논문의 전반부를 국제학술지용으로 고쳐써서 SSCI/SCIE 등재지에 냈는데 리비전 없이 억셉이 됨. 헐--;;;
상당히 용기를 얻고 석사논문의 후반부를 국제학술지용으로 고쳐서 쓰고 있었는데 둘째가 태어나고 이어서 코로나 크리 맞고 집이 망함.
전세금 빼서 지방으로 이사옴. 진짜 울면서 논문 마무리해서 얼마 전 SSCI 등재지에 내서 지금 피어리뷰 중임.

사회과학쪽 석사가, 특히 사이버대 출신이 이 정도 연구 실적이면 장한 거임ㅋㅋㅋ
나중에 생각해보니 지도교수님이 삐약삐약 학부생이던 애한테 논문 써봐라 논문 써라 몇 년을 얘기한 게, 사실은 '너도 논문 쓸 수 있다'고 격려해주었던 것이었던 거 같음.

연구실에서 일했던 지난 8년을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귀인을 만난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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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개

2021.09.30

좋은 교수님들도 많아요. 그런데 그런 분들은 김넷에 그닥 올라올일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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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심리쪽이라 그런지 학부생 심리를 잘 아시고 좋은 방향으로 잘 이끌어주셨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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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30

저도 비슷한 케이스예요 ㅋㅋ 심리 전공하고 정신과에서 연구원 하고 있는데 교수님 성품 너무 좋으시고 실적 압박 없으셔서 오히려 더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게 되네요. 열심히 한다고 인건비 상한선 넘겨서 월급 더 챙겨줄 방법 없나 고민하시더니 결국 올려주기도 하셨고요. 그리고 전 멘탈도 좀 불안정했는데 교수님이랑 일하면서 많이 안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항상 제 선택이나 결정 지지해주시고... 여러모로 존경스러운 분이에요. 인생에 평생 몇 안되는 귀인으로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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