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초년차부터 탑티어 쓰고 publication record를 잘 가져오고 있는 상황인데, 계속 이 방향으로 가다보니 pressure가 미쳤음. 교수님도 뭔가 되는 것 같아 보이니 여기도 내자 저기도 내자 하면서 push 하시고, co-work 도 많아지면서 동시에 구상하고 실험하고 writing 하는 논문이 7개 ㅇㅈㄹ로 곱창 나버림.
한편 지금 내 백로그에는 아이디어가 너무 많고, 이 아이디어들 다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한데, 코스웍 듣고 TA 하고 잠은 또 못줄이는 타입이라 잠 자고 나면 정말 해야할게 쏟아지는…
이렇게 4년 살다보니 정신이 나가버림. 번아웃이 오고, 이렇게 해도 내가 가고 싶은 자리에 갈 수 있을까, 친구들과의 쓸데없는 생애 소득 격차 생각나고…
이 와중에 컨퍼런스 갔는데 (virtual) 어떤 빅테크 팀장이 나한테 논문 너무 많이 쓰지 말라고 함. 논문을 출판할거면 왜 출판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CV에 논문 편수 많은 것보다 임팩트 있는 논문이 한두편 있는게 나은데, 탑티어를 썼어도 그 안에서도 잊혀지는 논문과 임팩트 있는 논문이 나뉜다고. 임팩트 있는 논문을 쓰라고.
이게 잘하는 짓인가 계속 고민 하다가… 그냥 교수직과 빅테크를 안간다고 생각하기로 했음.
솔직히 논문 많이 쓰려고 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교수하고 싶었던 이유가 젤 컸는데, 이렇게 내가 고통 받아가면서 논문을 쓰고 교수가 되면 또 이렇게 논문을 쏟아낼거라고 기대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더 하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존내 열심히 하는게 내 인생이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빅테크를 가고 싶었던 것은 사실 거기서 N년 있다가 학교로 옮기고 싶었던건데, 그 외에도 내가 빅테크를 안가면 내 또래 애들보다 생애 소득 격차가 벌어질 것 같아서 그랬던 거였던 것 같음. 진짜 내가 빅테크 가서 행복할지 잘 모르겠음.
생각해보면 난 그냥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냥 재밌게 코딩하는 직업만 가질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음. 박사과정에서 연구를 하는게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닌데, 저 publication cycle을 도는게 너무 고통스럽고 자괴감 느껴졌음. 이젠 졸업하고 프로그래머 뽑는데 아무데나 가고 싶음.
이젠 걍 내려놓고 졸업하기 전에 하고 싶은 연구, 큰 임팩트를 줄 수 있을만한 연구 하나 좋은걸 해봐야겠음. 연구 자체를 즐길 수 있고 결과의 하나로 publication이 나오면 참 좋겠는데, 몇년간 publication을 위해 연구를 해왔던 것 같아 참 시간들이 아쉬움. 생각해보면 학계/연구소 안가면 publication이 몇편이고 아무도 신경 안쓸텐데…
2021.09.23
2021.09.23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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