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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싶으면 주저하지 마세요

방탕한 백석

2021.06.28 21 26706

여기서 자주 언급되는 학교출신 박사입니다. (SPK 아님)

여기 상주하는 분들중에 이와 관련해서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 글을 써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랩이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결단을 내리세요.

그만두시란 말입니다.

당신이 뭔데 남의 인생갖고 왈가왈부하냐고 하실 수 있는데,
정당하고 자연스러운 고난을 뚫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는 것과
부조리와 썩은내나는 비리가 가득한 곳에서 억지로 억지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런 말도 안되는 곳에서 버티고 견디는 것이 끈기있게 세상을 배워나가는 것이라 착각할 수 있겠지만,
대개 그런 것은 시간낭비입니다. 안 배워도 된다는 말이죠.

저 역시 흔히 말하는 괴수랩 출신입니다.
진짜 상상도 못할 일들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곳이었죠.
흡사 대한민국 비리의 압축판 같은 느낌...

그 곳에서 학위하면서 얻은게 아무것도 없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게 더 많다하면 그건 더 큰 거짓말입니다.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건강, 정신상태, 대인관계...
제 손에 들려있는 불투명한 미래와 학위기가 과연 이 모든것을 희생할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들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요즘 세상에 박사학위 딴다고 절대로 모든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말도 안되는 곳에 본인이 속해있다면, 탈출하세요. 인생이 아깝습니다. 학위말고도 할건 많아요.

솔직히 자기 자신은 압니다.
지금 내가 그냥 불평불만에 휩싸여 투정을 부리고 있는것인지,
정말 상식 이하의 상황들을 단순히 외면하고 있는것인지.

신중하게 판단내리시길 바랍니다.

+)
그럼 저는 왜 버텨서 학위까지 받았냐고요?

저한테는 그 누구도 이런 조언을 해주지 않았거든요.
지금에 와서는 솔직히 조금, 아니 꽤 후회됩니다.
그렇게 몸버리고 멘탈터져나가면서까지 버틸 가치가 있었던 길인지 잘 모르겠어요.

댓글 21

  • 무기력한 그레고어 멘델

    2021.06.28

    맞죠ㅎㅎ 아니다 싶으면 무조건 ,'Run'이 답입니다. 버티다가 정신과 내원하고 건강 악화로 수술까지 하게됩니다. 고생하셨어요.

    '박사'학위가 돈을 벌어다 주지 않음에 동의하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필요한 직업이죠.

    '돈'을 위해 박사(×)
    '연구'를 위해 (0)

    대댓글 0개

  • 허탈한 헤르만 헤세

    2021.06.28

    조용필 올라가는 추신수

    대댓글 1개

    • 약삭빠른 레오나르도 다빈치

      2021.06.28

      스랖하니?

  • 자상한 마르틴 하이데거

    2021.06.28

    며칠 전에 연구실에서 런한 사람입니다. 불투명한 진로, 살벌하고 면학과는 거리가 먼 연구실 분위기, 저임금, 도저히 정해지지 않는 연구주제까지 정말 이대로 있다가는 제 인생이 단단히 꼬이겠다 싶어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한 주의 시작이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정말 오랜만에 느꼈습니다. 이제 뭘 해 먹고 살지 고민하면서 오랜만에 좀 쉬려고요. 연구실에 갈 때마다 심하게 긴장해서 그런지 허리랑 머리도 아프고요.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진짜 아니다 싶으면 빨리 손절하는 게 답이더라고요.

    대댓글 0개

  • 대담한 토마스 홉스

    2021.06.29

    좋은 랩의 기준이 뭘까요..ㅜㅜ??

    대댓글 2개

    • 재치있는 시몬 드 보부아르

      2021.07.30

      다 필요없고 지도교수님 인성이요 ㅋㅋㅋㅋ

    • 오만한 칼 세이건

      2021.09.12

      교수님의 인성은 좋은데 가르침은 부족할때는 어떡하죠?

  • 정직한 스티븐 호킹

    2021.06.29

    동의함. Run

    대댓글 0개

  • 허탈한 로버트 후크

    2021.06.30

    내가 생각하는 연구실 Run하는 기준:
    1. 연구실 다니는거 말고도 할거 많고 먹고 살 수 있을 때
    2. 살인충동 느껴지거나 연구 외적인 이유로 정신건강이 안좋아질 때

    대댓글 1개

    • 쑥스러운 에르빈 슈뢰딩거

      2021.08.16

      살인충동까지는 아닌데 진짜 폭력충동 느껴지면....?

  • 무기력한 그레고어 멘델

    2021.06.30

    이거는 석사를 떠나서 모든 곳에서 맞는 얘기

    대댓글 0개

  • 선량한 카를 마르크스

    2021.07.20

    저도 런하려 했는데 교수가 붙잡아서
    간신히 버텨 학위 받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원서 안넣을겁니다
    몸건강 나빠지고 정신건강 피폐해지고 사람이 어두워지네요
    전문성이고 나발이고 모르겠고..
    랩바랩이겠지만.. 썩은내나는 더러운 곳에선 런이 정말 답이죠...

    대댓글 0개

  • 바보같은 카를 가우스

    2021.07.24

    관두고 첫 월급 받았읍니다.
    월급 몇배로 받으면서 사람대접받고 그러니 행복하네요

    대댓글 0개

  • 집요한 플라톤

    2021.07.25

    정말정말 맞아요. 인간 같지도 않은 교수가 많습니다. 회사라는 집단이 아닌 학교에서의 교수는 아무도 제지 할 수 없어 더 난리인 것 같아요..

    대댓글 0개

  • 당당한 쇠렌 키르케고르

    2021.08.01

    이런 좋은 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도움 받았으면 좋겠네요

    대댓글 0개

  • 비관적인 카를 마르크스

    2021.08.14

    좋은 글 이에요..

    대댓글 0개

  • 쑥스러운 에르빈 슈뢰딩거

    2021.08.16

    후우.. 너무 심적으로 도움되는 글이네요..
    저는 석사만 할꺼라서 이제 반년 조금더 넘게만 버티면 되는데..
    요즘 너무 자퇴가 마렵습니다.
    저도 몸이 많이 망가지고있고 매우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루하루 버티고있습니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가 자퇴를 하면 더더욱 불확실해질까봐 너무나 두렵습니다..
    그래서 그냥 버텨보려고요... 몸이 버텨주길...
    오늘도 계속 잠 설치다가.. 이만 들어가보겠습니다

    (지도교수님을 찾는 중이시라면...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말이 많고 자존감이 너무 높은 교수님은 피하세요...)

    대댓글 1개

    • 조급한 루이 파스퇴르

      2021.09.01

      말 많고 자존감은 높은데 실적이 좋은 교수님이면요???

  • 즐거운 막스 플랑크

    2021.08.30

    일단 그냥 진로만 봐도 답 나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1년이라는 시간도 안 아깝습니다. 2년차 때 바로 그냥 그만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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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회하는 아르키메데스

    2021.09.17

    쓰레기 교수들 우리나라 대학에 참 많습니다
    거기서 탈출 못하고 있는 1인입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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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된 그레이스 호퍼

    2021.09.21

    저는 인문학 전공자입니다.
    제가 박사과정생 시절 조교로 있던 연구소가 연 10억 규모의 대형사업에 선정되면서 온갖 일을 다 겪어 건강도 잃고 지도교수의 노예로 살다시피 했습니다. 주말 명절 포함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지하철 막차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일만 하고, 언제 공부해 논문 쓸거냐는 잔소리에, 일이 마음대로 안 되면 화를 내고, 남들 앞에서 무안주고..... 밤늦게 일하다 불러내서 자기가 사업단 운영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구구절절 생색을 내고 그러다가 제가 힘들 때는 자기 책임이 아니라며 철저히 외면하셨죠..... 스트레스로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져 쇼크가 와서 사경을 헤메고 다닐 때에도, 그 때문에 공황장애와 PTSD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보냈을 때도요.
    수료하고 나서 의미없는 하루하루를 살다가 이 글을 보고 많은 용기를 얻어 지도교수에게 할 말 못 할 말 다 쏟아내고 대학원 때려쳤습니다. 지금은 운동하면서 심리치료도 받고 있고, 취업 프로그램에 참가도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부 좀 했다는 어쭙잖은 자존심은 버리고 몸 쓰는 일이라도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1년 반을 넘게 고민하던 저에게 지도교수에게 저항하고 대학원을 때려칠 용기를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리고, 선생님께서도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대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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