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세팅하려니 빡세네요. 학생들 관리하기도 힘들고요. 오랜만에 들어왔다가 연구실 들어가고 나가고 하는 것에 대해서 글이 보이길래 한 번 의견을 남겨봅니다.
과제 수주 (인건비 포함), 랩 세팅, 논문, 행정... 너무 바쁜데 학생 연구를 지도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네요.
그거 하려고 교수한 것이지만 인간적으로 피곤할 때가 많아요. 뇌가 잘 안 돌 땐 쉬고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 현타가 오고, 마침 학생이 뻘소리를 하면... 평소엔 그러려니 하다가도 급 심호흡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교수도 인간이라는 걸 한 번만 생각했음 좋겠네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이니, 튀고 그런 것 하지 말고.. 연구실을 옮길 거면 노티스하고 옮기고 학부연구생만 하고 싶은데 석사 들어가겠다고 뻥치지 말고 (하다가 좋은 기회로 옮기는 것 말고) 뭐 그런 것들을 지켜줬음 하고요. 본인 하고싶은 것 하겠다는데 아쉽고 괴롭겠지만 그 마음 관리도 교수 책임이니까, 맘 좀 정리하게 노티스는 했음 하는 거에요.
교수가 여러분 인생을 책임지진 않지만 학위 기간 동안은 책임지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전 학위할 때 길 가면서 교수님이 2년 뒤엔 더 좋은 과제를 많이 땄으면 좋겠다 어떡하지 이런 고민 안 했어요, 여러분도 안 하잖아요?
근데 교수는 잠 자면서도 해야한단 말이죠. 인간 하나를 다른 인간 미래를 위해 고민 많이 하는 교육자로 만들어서 그 안에서 학생 본분을 열심히 하면서 성장할 수 있구요. 상처주고 저 놈이 변해가는 걸 목격할 수도 있겠죠. 버터플라이 이펙트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여러분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저한테 도움되지도 않는 이런 얘길 하는 이유는, 그 태도가 여러분 앞으로의 인생을 책임질 거 거든요. 순간 불편하다고, 내 이익을 취하겠다고 똑똑한 척 해봤자 마음도 불편할 것이고. 사람은 별로 현명하지 않아서 행동하는 대로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책임보다 자기 이익이 우선인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만 주변에 남기지 말았음 합니다.
졸업해서 교수랑 친구처럼 적어도 잘 지내는 사람들 있어요. 다들 이런 고민을 하고 제대로 부딪혀봤던 사람들입니다. 사회 나가면 생~각보다 사람 관계가 너무 중요해요. 이미 자리잡은 인생 선배 하나 만든다는 생각으로 진정성 있게 행동했음 좋겠습니다. 애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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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3개
2023.08.11
개인적인 생각인데, 학생이 교수한테 민폐를 끼치는 케이스보다는 교수가 학생한테 이런저런 잡일시키고 갑질하는 케이스가 더 많지 않을까요? 말씀하신 학생들의 행동이 분명 잘못된건 맞지만, 학생들이 과도한 일감 혹은 연구실을 이탈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두려움이나 보복 등 때문에 지도교수와 제대로 된 소통없이 나간다는건,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많은 연로한 괴수들이 만들어 낸 문화도 한몫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연구실이 더 많겠지만, 이건 확실히 대한민국 학계의 악습임에 틀림없으니깐요.
2023.08.11
대댓글 8개
2023.08.11
202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