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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이 왜 힘든가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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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박사까지 공부하는건 다들 쉽지 않은 길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사람들은 공부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박사까지 공부를 마치는게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공부는 좋아하지 않았으나 석사때 경험해본 바로는 내게 있어서 연구는 재밌었다. 그래서 박사까지 공부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내 기대만큼 박사과정 생활이 즐겁지는 않았고, 박사과정이 왜 괴로운가에 대해 나름대로 느낀게 있다. 오늘은 주말이라 쉬고 싶기도 하고 그냥 내가 느낀 바를 공유하고 싶어서 끄적이게 됐다.



[박사 과정이 힘든 이유 첫 번째: 외롭다]
박사생으로써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첫 째, 알다시피 박사까지 공부하는 사람은 많이 없다. 덕분에 친구들과 만나도 박사과정의 고달픔을 공감받기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내던 친구들,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이미 진작부터 회사생활을 하고 있고, 2년~4년씩은 되어간다. 우리들은 모여서 이야기를 해도 공감대 형성이 잘 안된다. 나는 고등학교 친구 모임이 있지만, 그들은 모두 회사 얘기, 투자 얘기, 자동차 얘기같은 것들을 하게된다. 특히 회사 이야기라면 사실 대화에 끼어들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내가 대학원 이야기를 하자니 모두들 공감을 못한다. 그럼 나도 투자, 자동차 이야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연구에 정말 몰두하려고 하다보니, 연구 외에 다른 것들은 잘 모른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이 무지함을 친구들을 만나면 느끼게 된다. 그 안에서 나는 은근한 외로움을 느낀다.

두 번째, 내가 다루고 있는 연구 문제는 나 말고는 아무도 생각해본 적 없는 문제이다. 왜냐하면 연구는 인류가 발견한 적 없는 새로운 지식을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누군가가 풀어봤던 문제라면 내가 풀고있을 이유가 없다. 아무도 안 풀어봤기 때문에 풀어볼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근데 그 연구 문제를 푸는데 하루 이틀이 걸리는게 아니고 짧으면 3~6 개월, 길면 1년 이상 계속 그 문제를 붙들고 있게 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의 고민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미 박사생까지 오게되면 너무 전문성이 깊어져 버려서 주변 친구들이나 가족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깊이까지 와버린다. 그 상태에서 나는 이런 방법 저런 방법들을 다 고민하고 있는데, 이런 고민들을 과연 누가 듣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나마 운이 좋으면 지도교수가 나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교수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박사생을 열심히 도와주고 문제를 같이 고민해주는 교수는 난 본 적 없고 들어본 적도 없다.



[박사 과정이 힘든 이유 두 번째: 풀어도 되는 문제를 풀고 있는건지 모른다]
대학생까지는 보통 문제도 이미 확실하게 누군가(교수님 혹은 선생님)가 정해놨고, 심지어 답까지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에 반해 대학원에서는 나 스스로가 문제를 찾고, 그 문제의 해답을 찾게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무래도 내가 어떤 문제를 풀지를 찾아야 한다는 점인것 같다.
그런데 이런 차이가 가끔은 큰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석사생보다는 박사생에게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석사생은 박사생에 비해 작고 쉬운 문제를 풀게 된다. 그래서 그 문제가 풀만한 문제인지 교수나 주변 선배들이 보기에 쉽게 가늠이 되는 것 같다. 그런데 박사생이 푸는 문제는 교수가 봐도 이게 풀수 있는 문제인지 아닌지 가늠이 잘 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박사를 목표로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큰 연구 성과를 안고 나가고 싶다는 야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물박사라는 말은 듣기 싫으니. 그래서 이런 야망 덕분에 기존 연구로 부터 big step 을 도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인지 더더욱이 다루고 있는 문제가 정말 풀 수 있는 문제인지 알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문제를 풀고있는데 이 문제의 해답을 찾지 못하고 1년 이상 붙들고 있게되면 심적으로 불안함이 밀려오게 되더라. 혹시 내가 못 푸는게 아니고, 그냥 진짜 풀수 없는 문제를 내가 붙들고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의욕이 서서히 사라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년간 실패하는 수 많은 실험들도 나의 힘을 빼놓는다. ‘이거는 풀지 못하는 문제다.’ 라고 나 혼자 단정짓기도 한다. 결국 그 문제를 풀던 안풀던 나의 선택이지만 문제 풀기를 포기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면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쏟은 시간이 스스로가 너무 아깝기도 하고, 그냥 계속 풀어보자니 다시 괴롭다.
적어놓고 보니, 결국 이 얘기는 박사과정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라기 보다는 본인이 문제 설정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의존하는 문제로 보이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그냥 실력이 부족하니까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지 뭐..


논문만 써보다가 이런 글을 써보자니 어떻게 마무리하는게 깔끔할지 잘 모르겠다. 그냥 박사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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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2025.09.27

무슨 대단한 삶을 살겠다고 대학원 가는 사람 있으면 뜯어말림

2025.09.27

박사는 고행을 즐길 수 있는 자들이 소명의식과 재능이 동시에 있을때 적절한 포지션임.

2025.09.27

저는 그냥 박사수료로 만족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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