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중학생이던 나는 과학의 날이 마냥 즐거웠습니다. 4월 봄바람의 꽃향기도 한 몫 했겠습니다마는, 그저 친구들과 물로켓이나 고무동력기를 만드는 게 좋았습니다. 평가를 끝내고 친구들과 뭐가 효과적이었고 뭐가 문제였는지 시시콜콜 떠들던 그게, 우리의 과학이었고 또 나의 과학이었으며, 부서진 비행기를 든 몇 명의 과학자 사이에서는 어떤 우열도 없었습니다.
이 세대 중 일부는 과학자가 됐습니다. 사실은 꽤 많이 과학자가 됐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연간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거의 2배 가까이 늘었고 출판사에 게재하는 논문 수도 매년 4% 이상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더 많은 의논을 하고, 더 많은 실험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 앞에서 움츠러듭니다. 어깨를 펴기 전에 서로의 학위와, 기관과, 학술지 이름과, 심지어는 그 출판사까지 비교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안에서 우리는 모두 패배자가 됩니다. 서로의 연구에 대한 평가 기준은 과학적 비판 대신 저자의 소속이나 구글스콜라 목록이 되고, 전문성을 지닌 스스로의 동료 평가 능력을 제한합니다. 이렇게 쌓아올린 지식은 언제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모두 같은 편입니다. 엄밀하게 증명된 하나의 가설은 그 크기가 작을 지라도 거대한 지식을 쌓아올릴 주춧돌이 됩니다. 나의 연구가 그 무수한 돌들 위에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또, 나의 연구도 그 무수한 돌들 중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내가 이 모든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더 나은 삶과 환경을 얻기 위해 실질적인 경쟁에 직면해야 하는 현실에서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서로의 연구를 사랑하길 바라는 것이 공허할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이것이 우리가 스스로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