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가지 말라는 혹은 오지 말라는 연구실은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을 하는 것을 핑계로 조금 힘들었던 지난 일들을 대나무숲 마냥 소리치고 싶어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석박사 과정 약 7년.. 저에게는 많이 길었던 시간이었고 이제 박사학위까지 얻고 연구실을 나갈 예정입니다.
이제는 졸업하게 되는 이 연구실에 처음 인턴을 했을 때 선배들과 주변 지인들이 이 연구실 오는 것을 많이 말렸습니다. 이유는 연구실 분위기가 별로라며..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시다며 하지만 '나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인턴 시절부터 저년차까지 연구실에 수많은 정치질들을 보며 지냈습니다. 서로 뒷담하고, 교수님 만나면 교수님께 다른 사람 욕하느라 바쁘고 A 선배랑 친하게 지내면 B 선배에게 욕먹고, B 선배에게 실험을 배우면 C 선배가 욕하고 뭐 이 시절 이야기도 자세히 말할 수 있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제 실험을 하고 정치질에 끼지만 않으면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저년차가 지나자마자 정치질에 중심에 제가 있었습니다. 5, 6명이 지속적으로 저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 실험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다. 실험을 못 한다. 후배를 그렇게 가르치는 게 아니다. 교수님께 편애를 받으려 한다. 연구비 횡령을 한다. 쟤 논문은 뽀록이다 (논문 실적이 좋았습니다). 실험 결과 가짜다. 자기 일을 후배들 시킨다 등.. 여기서? 스트레스?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시했습니다. 어디에나 그런 놈들은 존재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제 잘못입니다. 무시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거짓된 소문들을 바로 잡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다보니, 저들 뿐 아니라 연구실 전체가 저런 내용으로 수근거리기 시작합니다.
일이 조금 커졌지만 이 때까지도 사실 제 실험을 잘하고 남에게 피해 안 주면 언젠가는 사람들이 사실을 알아줄거라 생각했습니다. 멍청하게도. 하지만 이제 저런 뒷담화나 앞담화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실험 방해는 기본, 쌍욕하고, 때리고, 물건 던지고, 장비 부수고 등 하.. 멘탈이 나갔습니다. 길가다 맞고 실험하다 맞고 근처에 있으면 물건이 날라오고 제가 사용하려고 예약한 장비는 자기들이 돌아가면서 예약하거나 갑자기 부수고 .. 더한 내용은 적지 않겠습니다 자기들 이야기 하는 거 알까 어지럽네요 교수님께 말씀? 간단히 말씀은 드렸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미 과거에도 정치질이 있던 연구실이었어서 교수님께서 가볍게 여기셨습니다. 자세히 말씀드리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신고는? 교내 신고 시스템은 삼자대면을 해야해서 그 당시 멘탈로는 마주하는 게 불가 했습니다. 어떤 일을 또 당할 지 무서웠습니다. 교외 신고 시스템은 멍청하게도 증거를 안 모아 두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멍청하게 휘둘리며 1, 2년을 보냈습니다.
뭐 이러다 보니 신체적 정신적으로 몸은 망가졌고, 실험도 제대로 못했고, 일상생활도 못했습니다. 결국 많이 상태가 심각해져 병원 여러 개 다니고, 상담 받고, 주변 사람 도움 받으며 졸업까지 왔습니다. 뒤에 해결기간 내용이 너무 짧습니까? 실제로 그 기간동안 기억이 머리 속에 많이 없습니다. 아직도 회복 중이기도 합니다. 멘탈이 평소에는 나가있다가 정신이 조금이라도 돌아오면 그 때마다 그냥 실험이랑 논문만 썼었습니다. 다행히 그래도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뭐 여전히 연구실은 정치질 하느라 바쁘고 저 욕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건 여전하지만.. 저는 졸업했으니.. 마무리 된 거겠죠??..)
정말 주변 도와준 사람들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국내와 국제 학회 수상들, 좋은 논문들,높은 if, 국내외 특허들 등 결과를 나름 저희 분야에서는 탑급이라 말할 수 있는 정도로 여러 개 얻은 상태에서 졸업합니다. 그들과 같이 남을 까내리면서 기분 좋고 싶지는 않지만, 저를 괴롭히는 무리는 실적 없이 졸업과는 먼 삶을 여전히 보내고 있는 것에 조금은 행복합니다.
연구실을 나오고 보아도 여전히 이상한 사람들은 많네요.. 뭐 어디에나 있겠죠? 저도 누구한테는 이상한 사람일 수 있고 누구나 힘든 대학원 생활을 보내고 사회에 있으신 분들도 비슷하거나 더한 경험들 겪으시겠지만, 이 글을 통해 저도 한 번 힘든 티를 내봤습니다. 실명으로 글을 남길 용기는 없었고, 대신 누가 읽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조금 있었나 봅니다.
연구비, 연구분야, 교수님 인품 등 김박사넷에 여러가지 평가 항목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연구실 분위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완벽한 연구실이야 없겠지만 후배님들은 그래도 본인에게 맞는 괜찮은 곳을 잘 고르시길 바랍니다. 제가 학위 기간 동안 느낀 바로는 다른 항목들 포함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2024.01.29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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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