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휴가겸 학년별 대학원 진학 로드맵에 대한 글을 쓴 사람입니다. https://phdkim.net/board/free/40256 표로 대충 만들었더니 우려한대로 형식에 대한 쿠사리를 먹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냥 글로 적겠습니다.
김박사넷에 처음 글을 올렸는데 좋아요를 눌러주셔서 감사하네요. 오늘은 컨택 성공의 법칙에 대해 적을까 합니다.
우선 제목의 컨택 성공의 '법칙'은 없습니다. 어차피 컨택이든 입시든 교수님의 주관에 의해 결정되는거라 왜 컨택이 됐는지, 왜 안됐는지 원인을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럼 왜 제목으로 낚시하고 이딴 글을 쓰냐? 지원자 입장에서 컨택 가능성을 높일 방법이 있기 때문에 도움드리고 싶어 씁니다.
1. 컨택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들 1) 메일 : 기본적인 컨택 방법입니다. 메일의 장점은 작성하기 쉽고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장점은 곧 단점으로 이어지는데 '아무나 쉽게' 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즉 메일을 보내는 행위는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교수님도 그만큼 많은 컨택 메일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고 지원자 또한 '아무나'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그래서 답변을 못받고 씹힐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그럼 메일을 통해서 컨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냐? 메일을 잘 써야하고 많은 교수님께 보내야죠. 메일을 잘 쓴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방법이지만 당연한 걸 못하는 지원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서 '잘 쓴다'는 뜻은 교수님 입장에서 매력적인 지원자로 느낄 수 있게 쓴다는 뜻입니다. 그 방법으로는 형식을 잘 갖추고 내용(지원동기, 그간의 노력 등)을 통해 본인을 잘 어필하는 것이겠죠.
나는 형식을 잘 갖추고 내용을 통해 나를 잘 어필했다고 생각하는데 뭘 더 어떻게 잘 작성하냐? 메일 작성 후 대학원이나 직장인 등 사회생활을 하는 지인들께 첨삭이라도 받아보세요. 스스로 잘 썼다고 생각하더라도 사회생활하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미숙한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알아서 잘 쓰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분들은 이 글을 보지도 않을거고 이미 대학원에 잘 가셨을 겁니다). 학부생이 메일을 작성할 일은 많지 않으니 부족한 건 당연합니다. 첨삭받고 보완해서 메일 보내보세요.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저도 교수님께서 온 몇몇 컨택메일을 구경해봤는데 놀랍게도 7~80%의 메일이 평범하거나 후졌기 때문입니다. 보통 본인이 쓴 글은 본인이 첨삭 불가합니다. 암만봐도 괜찮아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상위단계에 계신 분들께 첨삭 요청 드려보세요. 간결하면서도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글일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메일을 훌륭하게 작성해도 교수님 여건 상 TO가 없다던지 더 훌륭한 지원자가 있다면 안뽑으시겠죠. 운의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에 여러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물고기를 낚고 싶으면 좋은 낚싯대를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 낚싯대를 던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2) 교환학생, 교수님 수업 수강 시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의 관점으로 볼 때, 진입장벽이 낮은 메일과 다르게 진입장벽이 높은 방법이 있습니다. 교환학생과 그 교수님의 수업을 수강하는 것입니다. 두 방법은 단기적으론 시간과 노력이 꽤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시간과 노력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정말 좋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이 방법을 활용해 저희 랩에 입학한 타대학부생의 사례를 보며 탁월한 컨택 전략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타대학부생의 경우, 저희 교수님 랩에 들어오고 싶어서 저희 학교로 국내교환학생을 온 뒤 교수님 수업을 1학기 동안 수강했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하루도 빠짐없이 질문하며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는데 이 사실을 교수님이 '직접' 대학원생들에게 공유해주셨습니다(교수님이 학부생 이름을 기억하시는건 여러모로 예삿일이 아닙니다ㅋㅋ). 솔직히 자대생들도 질문 잘 하지 않는데 타대생이 자기 수업을 듣겠다고 수 백 km 달려와 교환학생을 하며 열심히 질문하고 참여하니 교수님이 관심 갖지 않으실 수가 있을까요? 그 학생은 수업 끝나고도 수업 관련 질문하고자 교수님 오피스에 방문했고 수업 질문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에 대한 면담을 나눴다고 합니다. 교수님께 메일을 보내는 수많은 학생보다 먼 곳까지 와서 본인 수업을 듣고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과 면담하고 싶으신 건 당연한 겁니다.
물론 교환학생으로 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원하는 대학원에 진학할 가능성이 백프로는 아니겠죠. 교수님의 여건이 안되는 등 운의 요소 때문에 진학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유도 모른 채 메일로 거절 당하는 것보다 교수님과 면담하며 이런저런 상황을 알게 되면 상실감이 덜하겠죠(하지만 교수님이 진짜 뽑고 싶은 학생이라면 TO를 따오시던 한 학기 뒤에 입학을 권유하시던 기회를 주십니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몇 번이나 면담을 나눈 학부생을 타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절하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또한 교환학기에 여러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참여하면 면담할 기회도 그만큼 높아지겠죠. 당장 해당 연구실에는 못 들어가더라도 교수님께서 '~한 것을 보완해보게' 등 과제를 제안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건 다른 학생이 아닌, 오로지 교수님께 눈도장을 찍은 나한테 주어진 과제인만큼 사활을 걸고 과제를 수행하면 되겠죠.
졸업을 하셨거나 당장 원서를 넣으셔야 하는 분들께는 불가능한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1학기 이상 남으신 분들께는 위 방법 추천드립니다.
3) 계절학교(XX분야 여름학교, 겨울학교) 물리,생명,양자,원자력,기계,컴퓨터 등 몇몇 분야에서는 여름학교/겨울학교를 주최합니다. 이런 계절학교는 학부생이나 일반인 대상으로 모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해당 분야 관련 수업이나 실습을 지원합니다.
그런데 이런 수업의 연사가 누구냐? 교수님들인 경우가 많습니다(실습은 대학원생이 할 수도 있겠죠). 그리고 코로나가 풀리면서 오프라인으로 많이 진행됩니다. 교수님들을 만나뵙고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면담요청드려서 대학원 관심을 표현하세요. 이것만큼 좋은 컨택방법이 있을까요.
특히 계절학교의 주제는 그냥 물리분야, 생물분야가 아니라 해당분야 중에서도 좁고 구체적인 주제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그 분야에 '구체적인 관심을 가진 학생'임을 증명한 것입니다. 열심히 수업 들으시고 모르시는 것 질문하시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 고민도 말씀드리면 확률이 높아질 수 있겠죠?
4) 계절인턴십(ist 대학 여름/겨울 학부인턴십) unist, dgist 등 대학에서는 공식적으로 타대생을 위한 학부인턴십을 주최합니다. 간혹 '학부인턴십 신청 전에 컨택 필수인가요?'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필수'라는게 어디 있겠냐만은 가능성을 높이고 싶으시면 미리 컨택하시면 되죠. 보통 5월/11월 쯤 학부인턴십 공고가 나니까 그보다 몇 개월 전에 미리 교수님께 메일보내시면서 '학부인턴십 참여하고 싶은데 ~한 이유로 교수님 연구실에 관심을 갖고 있다. 면담 부탁드려도 싶다' 와 같이 얘기하면 됩니다. '합격하고 얘기해봅시다' 라고 답장오면 그렇게 하면 되고요.
사실 계절인턴십이라는게 꼭 그 기간에만 인턴을 할 수 있다, 그런 뜻은 아닐겁니다. 학교에서 인건비를 일괄적으로 제공하니까 공식 기간이 정해져 있는거지, 계절인턴십 아니더라도 학부인턴 해보라고 권유하시는 교수님도 계십니다. 이 경우 인건비는 교수님 과제비에서 나가는게 차이겠죠.
2. 마무리 컨택의 핵심 전략은 낚싯대를 미리, 여러 개를 던져 물고기를 낚을 가능성을 높이는 겁니다(교수님이 물고기처럼 비유되지만 그 뜻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교수님 눈에 띌 사건을 의미합니다). 물론 이것은 지원자가 꽤 괜찮은 '낚싯대'를 갖췄다는 것이 전제됐을 때 통하는 전략입니다. 낚싯대라 하면, 내적동기(왜 대학원에 가고 싶고 왜 그 분야의 그 연구실이 관심있는지 등)와 역량(학점-학부수업도 못따라가는데 대학원을 어떻게 가나요.., 영어성적-영어를 못하면 논문을 어떻게 읽나요.., 기타 경험)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냐를 의미합니다.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다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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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2023.03.23
크...👍
2023.03.23
질문이 있습니다. 메일을 많이 보내보라고 하셨는데 메일 많이 보내는거 위험하지 않나요? 타대 교수님들이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같은 대학에 여러 교수님들이면 소문(?)이 날수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요...
2023.03.23
2023.03.23
대댓글 2개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