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최선을 다했지만, 교수님 성에 안 찬다면, 이건 과연 욕심쟁이 교수님일까요, 모자란 학생일까요?
처음 석사 진학을 준비할 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난 학문적 관심이 높고, 잘 할 수 있으니 날 데려가는 교수님은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석사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곳을 알아보다 세 군데로 추려내 면접을 보고 가장 열정 있는 교수님을 선택하였죠.
하지만 그 과정은 참혹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았고, 공부할 시간도 빠듯했죠.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논문 한 편 못 내고 도망치듯 졸업했습니다. 박사 진학 제의는 받았습니다만, 제가 거절했습니다. 전 석사 때 결과로 논문을 바랐지만, 계속 안 내주시고 미루셨거든요. 박사까지 진학해서도 그렇게 논문 못 내고 나갈까 걱정됐습니다. 그리고 월급과 졸업으로 협박당하는 것도 너무 지쳤었습니다. 부모님 욕까지 먹어가면서요.
학위 하는 동안, 그리고 끝나고 나서도, 다른 교수님들 학생분들 대다수가 대단하다며 칭찬해 주셨지만, 가끔 생각하면 정말 교수님이 논문 내주고 싶을 만큼 내가 잘했으면 논문 내주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더라고요. 밖에서 보는 것과 내부가 다르기도 하고요.
객관적으로 교수님은 정말 학문적으로 뛰어나신 분이에요. 인성 문제는 과거 교수님 동창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지만, 그래도 임용되고 초기 3년간은 아무 문제 없었다고 하더군요. 제가 들어오고부터 교수님은 돌변하기 시작했던 것이, 제가 이상한 건 아닐까 의심하는 한 가지입니다.
제가 시키는 족족 다 했고 젊기 때문에 교수님이 무리해서라도 시켰고, 가끔 반항하면 협박으로 억누르고 그랬지만, 결국 그것도 제가 교수님과 소통을 잘 못 해서 그런 거잖아요? 제 동기는 강하게 반항해서 교수님이 일도 덜 주셨습니다. 제가 반항하면 교수님이 계속 협박만 했습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는데 상담하러 가도 계속 제 편만 들어주고 힘들었죠, 괜찮아요 하는 식이라 신경과 가서 뇌 검사도 받았는데, 멀쩡하다고 하고....
지금은 졸업해서 다른 실험실에 있지만 마음은 계속 불안합니다. 살면서 가장 최선을 다 한 일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있는 실험실에서도 실제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면 교수님이 싫어하시고, 어떻게든 원하는 방식으로 짜 맞춰 들고 가면 유능하다고 하십니다. 그 문제로 지금 교수님과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솔직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으로는 어디서도 인정받기 힘든 걸까요? 어떻게 바뀌어야 저는 이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제 고집대로 살아가도 되는 걸까요? 과연 교수님과 환경이 이상한 걸까요? 알고 보니 제가 이상한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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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IF : 2
2022.07.06
일단 이 글만 봤을때 지도교수에게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학생이 소통을 잘못한다고 협박하고 막말하지 않습니다. 제대로된 소통은 서로가 맞춰가는거지 을이 일방적으로 갑에게 맞춰주는게 아니에요.
그리고 한가지 유념하셨으면 하는건 연구라는건 유능하고 열심히 한다고 해도 잘 안될 수 있는 겁니다.
정답이 있는 시험이야 열심히하면 실력이 늘겠죠. 그런데 연구라는건 정답이 뭔지 아무도 모르는 문제를 푸는데 열심히만 한다고 될리가 있나요.
제가 아는 연구자들은 모두 실패를 반복하면서 좋은 연구를 했습니다.
실패를 자양분 삼아 앞으로 잘하면되지, 거기에 얽매여서 자책만 하는건 자의식과잉으로 보이네요.
석사과정이 열심히만 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박사는 왜 그리 오래하겠나요...
괜히 힘들었던 과거에 집착마시고 현재에 집중하고 지금 자리에서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IF : 5
2022.07.06
정신차리세요. 교수가 이상한겁니다.
제목 보고 혹시 너무 세뇌당한 영혼인건 아닌가 생각했는데 예지력이 더 상승했네요. 필요하면 치료도 받으면서 건강하게 실험실 생활하세요.
2022.07.06
학생은 부족하기 때문에 학생이라는 위치에 있는 것이고, 그걸 이끌어가는건 교수의 역할입니다.
교수는 교육자로서 인간으로서 의무를 다 해야하고, 학생이 성장하는거에 초점을 맞춰야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 교수님이 본인의 자존감 뭉개버리진 않았나요?
저존감을 뭉개는 순간.. 학생들은 교수를 절대화 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집니다.
- 혹은 논리적으로 자기(교수)가 틀렸는데 기분이나 권위로 자신을 깔본 적은 없나요?
그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교수한테 어떤 말을 하겠나요..
학생들을 개별 연구자로서 존중하고 인정해줘야 하는데, 찍어 누르기식으로 일정을 요구하는 것은.. 자기 성공 공식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거고, 학생들은 결국 눈치만 보게 되겠죠.
또 같은 상황을 좋게 풀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굳이 힘빠지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가 그 교수고요
대학원을 가는건 학생이 자신의 인생에 베팅을 한 것일텐데, 그 진지함에 비해서 나쁜 지도교수님들은 그들의 젊음을 원래 가치보다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네요...
2022.07.06
2022.07.06
2022.07.06
대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