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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웬만하면 오지마라 (장문)

Marcello Malpighi

2020.02.13 36 56981

SPK에서 학석박한 물박사다. 

진지하게 나는 학문이 너무 좋아서 대학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면 안읽어도 된다.

근데 어설프게 내가 그나마 잘하는게 공부같은데 좀 더 해서 기왕이면 박사 되고싶다 이런 애들은 한번 읽어봐라.

대학원으로 서열놀이 하는 글이 항상 있는거 보면 대학원이나 학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런 중요한 진로에서는 항상 현실을 잘 알고 선택을 해야한다.

가장 문제는 입학 전 생각한 대학원 생활과 실제 대학원 생활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학부생 인턴? 나도 대학원다니는동안 몇명 맡아봤지만 체험판일 뿐이다.

인턴하면서 실험설계부터 논문작성까지 참여해볼 일이 많겠냐 원생도 저년차에는 선배가 하는 주제에 보조로 들어가고 교수가 시킨 주제 하는게 비일비재한데


내가 생각하는 현실적으로 대학원을 와도 괜찮은 경우 적어본다. 


1. 앞에도 말했지만 연구가 너무 좋은 경우.

- 근데 이거 바뀔수도 있다. 애초에 연구를 해본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냐? 극히 드물게 학부인턴 2,3년 하면서 좋은 저널 1저자 쓰는 애들도 있는데 (학부다닐때 우리과에 있었음) 그런 애들은 김박사넷 볼일 없지

- 그리고 대학원 졸업해도 학계에 남는 사람보다 안남는 사람이 더 많다. 니가 대학원 와서도 정말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몇년간의 포닥생활까지 한 뒤에야 연구를 직업으로 할 수 있다. 

- false-positive가 제일 많이 뜨는 케이스다. 다시 한 번 주의해라. 


2. 학위를 위해 인생의 몇년을 희생하는게 아깝지 않은 경우.

- 예를 들어서 네가 평생 일 안해도 먹고살 걱정이 없는데 학부를 SPK 못간게 한이라서 6년 7년 8년이 걸리더라도 최소한 국내 최고대학 학벌을 이력에 한줄 넣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문제없다. 

- 돈많으면 그냥 하고싶은거 하면 되기 때문에 대학원을 와도 된다. 솔직히 맘편히 다니는 애들 꽤 봤다. 


3. 인더스트리에 박사 수요가 많은 전공을 택하는 경우.

- 요즘 핫한 ML이라던지(근데 수요공급 균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반도체 관련연구 하는 곳 등등 가면 졸업하고 굶을 일은 거의 없다.

- 그냥저냥 대학원 다니고 졸업했을 때 제일 무난한 경우다. 30대 초반에 회사가서 과장정도 하면 학사졸에 비해 나쁘진 않다. 그래도 20대 중후반 인생 퀄리티는 훨씬 낮다.


4. 정말 꿀같은 전공을 나만 알고 있는 경우.

- 예를 들어서 모 학과는 교수들이 거의 한 랩 출신이다. 그러니까 이 분야를 개척한 원로교수가 있고 그 뒤에 학과가 만들어지니까 그 사람 밑에서 나온 제자들이 줄줄이 교수가 된거다. 

- 근데 니가 선구안이 아무리 좋아도 들어가서 졸업할때는 어떻게 되어있을지 장담못한다. 


5. 빠르게 손절하고 그 뒤에 백업플랜이 있는 경우 

-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이 있으면 들어와도 된다. 1년정도 다녀보거나, 2년해서 석사정도 따고 나가면 그렇게까지 큰 손해가 있진 않다.


6. 전공을 살짝 트는게 목적인 경우

- 3번이랑 좀 겹치는데, 예를 들어서 학부에서 생명과 하고 바이오인포매틱스 석사 한 뒤에 IT 기업 취직하는 케이스가 있다. 

- 대학원 중에 학제간전공 하는 대학원들이 있기 때문에, 경력을 좀 스무스하게 바꿀 수 있다.


이상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연구가 뭔지 알고 있고 그게 너무 좋다는 사람은 신경 안써도 된다. 혹은 강렬한 의지를 가져서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그냥 무시해도 좋다. 

근데 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한채로 선택을 하기 때문에 한명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써봤다.

내 개인적인 대학원 경험을 얘기해주자면, 나는 스스로 그냥 한명의 소시민일 뿐이라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각을 많이 재보고 대학원에 온 편이라고 생각한다.

직업적 연구자가 되는게 목적이 아니고,학위 따서 일반 사무직보다는 조금이라도 자율성이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authority를 갖춘다고 생각하고 대학원 원서 썼었다.

그리고 미필이라 전문연 하면 군필보다는 2년 세이브한다고 생각했었고 애초에 회사갈 생각이라 인더스트리에 가까운 공대 연구실 가서 3년차부터 산학받으면서 돈걱정 할 일 없었고 취직도 수월했다.

집에도 어느정도 여유는 있어서 빠르게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었다.

즉, 애초에 소소한 목표를 가지고 대학원 왔고 거의 다 내 생각대로 풀렸다.

근데 그래서 내가 만족하면서 보냈느냐? 별로.

교수님 만날 때 데이터 안좋으면 아침부터 속쓰리고, 

실험 한번 시작하면 될때까지 뽑아야하니 밤새다가 간이침대에서 쪽잠 자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말안듣는 놈 부사수로 받아서 뒤치다꺼리 해주고,

그래도 기왕이면 즐겁게 하고 싶은데 논문을 위한 논문 쓰다보면 도저히 가치를 못느끼겠고,

빨리 졸업준비 하고싶은데 과제 하나 맡아서 일년에 두세달은 그것만 붙잡고 앉아있고, 

연애도 학부생 때는 재밌게 했었는데 매일 집-랩-집-랩 하다보니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누구 만날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안생기고 (거기에 남자 대학원생은 인기도 진짜 없다) 

그나마 취미로 풋살이라도 꾸준히 해서 크게 건강 상하진 않았는데(경미한 우울증 증상은 있었다) 졸업할 때 쯤에 엄청 살찐 친구들도 많다.  

대학원 나오고 나니, 나는 원래 밝고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사람이 좀 염세적이 되고 피폐해지더라. 


물론 내가 애초에 대학원에 맞지 않는 인간이라서 괴로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원에 잘 맞는 인간이란게 원래 별로 없다. 몇달, 몇년 간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어야 하는데, 사람은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 환경에서 꾸준히 열심히 하기가 정말 어렵다.


나는 다시 학부 졸업할 때로 돌아가면, 대학원 원서는 안 쓸 것 같긴 하다. 몸이 점점 늙는게 느껴지는데 20대 중반부터 30 넘어서까지 연구실에 있었던 기억밖에 없는게 너무 아쉽다. 

댓글 36

  • Mary Wollstonecraft

    2020.02.13

    Well said

    대댓글 0개

  • Joseph Haydn

    2020.02.13

    배제대 학생임니다. 현실적으로 학부를 나와 할수있는게 없을것 같아 spk를 노리는데, 성배님께선 어떻게 생각하신지요? 궁금함니다

    대댓글 1개

    • 뉘우치는 로버트 보일

      2021.06.29

      이공계 박사입니다.
      현실적으로 배재대에서 SPK는,,, 어떤짓을 해도 안될거에요.
      지거국으로 편입 혹은 수능 다시봐서 학부 학력을 올리면 이후 SPK대학원 입학은 가능성이 좀 있습니다.
      입학 이후에도 박사까지 꿈꾼다면 졸업은 험난할거구요
      제 아들이라면 도시락 싸들고 따라다니면서 말릴겁니다. 진작 공부하지 늦바람 났다고. 정신 차리라고.

  • Pierre Curie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0.02.13

    내가 실패했으니 너네도 실패할거다

    대댓글 0개

  • Sully Prudhomme

    2020.02.13

    범인들의 생각이군.

    대댓글 1개

    • 성급한 스티븐 호킹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1.02.24

      댁은 뭐 스페셜한거 있나?

  • Charles Hard Townes

    2020.02.13

    대학원 라이프를 현실성있게 쓰긴하셨는데, 그렇다고 살면서 박사딸필요 없다고 확언할수 있는 근거가 뭔가요? 박사과정 힘든건 누구나 알아요. 학위 안따고 사회나갔을때 평생이 더 힘들어질것 같으니까 가는거예요.

    대댓글 0개

  • Francis William Aston

    2020.02.13

    이런 경험도 있을 수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확인하였네요..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대댓글 0개

  • Humphry Davy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0.02.13

    명예와 전문성을 얻을 수 있는 쉬운 길이 어디있음? 남들 부러워하는 판검사, 의사, 회계사 이런 사람들이 게임, 연애, 여행 할 거 다 하면서 직업을 얻었을까? 직업을 가진 후에는 시간이 널널해서 좋은 차 몰고 강원도 드라이빙도 하고 하와이에서 일광욕도 하고 그러나?

    물론 위 직업들을 남들보다 쉽게, 혹은 즐기면서 딴 사람들도 있을거임.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피나는 노력과 시간 투자로 이룩해낸거고, 그 속에서 끝없는 스트레스와 불확실성 속에서의 우울함이 있었겠지.. 박사의 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함.

    대댓글 0개

  • George Orwell

    2020.02.13

    위에 댓글은 뭘보고 실패했다는거임?ㅋㅋㅋ 가짢네 진짜.. spk 학석박이 취업 못해서 이런 글 써준것같음?

    대댓글 0개

  • Marcello Malpighi (작성자)

    2020.02.13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원 가지말라고 하는것도 아니고 대학원 가서 인생실패했다는 것도 아니고 인생 날로먹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학위과정과 그 이후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만을 가지고 다니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니 그 과정에서의 cost와 benefit을 잘 알아보고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라는 거임

    대학원에 오면 안되는 이유들 내가 대학원 다니면서 겪은 잣같은 일들 맘먹고 썰풀려면 끝도없는데 대학원에 와도 왠만하면 괜찮은 경우들 골라서 적어줬구만 왤케 다들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냐? ㅋㅋ

    그리고 명예랑 전문성은... 명예는 너무 애매한 개념이니까 제끼고, 박사의 전문성도 좀 애매하다 자칫하면 그냥 피상적인 전문가 이미지에 그치는거다 이건 내가 까려고 그런게아니고 진짜 잘생각해봐라 네가 예로 든 판검사 의사 회계사 이런건 국가공인자격이다 의사면허 없이 의료행위를 하면 처벌받는것처럼 그 자격을 가짐으로써 배타적으로 어떤 행위를 할 수 있는 지대가 직접적으로 형성된다 이게 소위 말하는 전문직의 조건이기도 하고. 반면에 박사학위는 자기가 전공한 극히 협소한 부분을 꽤 잘 안다는 뜻일 뿐 그 자체로는 어떤 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세상에 학사는 절대 못하는데 박사만 할수있는일이 뭐있냐 능력되면 하는거지 그래서 박사의 전문성은 엄밀히 말하면 박사학위자가 전문성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해야지 박사학위 = 전문성은 성립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빼먹었네 stem 학위 따서 미국 나가고싶은 사람도 대학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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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iedrich Schiller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0.02.13

    시간 내주셔서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각오 단단히 하고 진학하겠습니다.

    대댓글 0개

  • Marcello Malpighi (작성자)

    2020.02.13

    난 이미 과정 끝낸 사람이고 어떤 억하심정 비슷한 것도 없이 쓴 글인데 불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은 왜 반감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거다 반사적인 감정에도 그 기저에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 댓글까지 맘에안들면 어쩔수 없고

    대댓글 0개

  • Karl Ernst von Baer

    2020.02.13

    너무 좋은 글이군.. 앞으로 꽃길만 걷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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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rnst Mayr

    2020.02.13

    왠만하면 보고 욕하러 들어왔는데 정성글이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대댓글 0개

  • Sully Prudhomme

    2020.02.13

    본문이 틀리니까 다 왠만하로 쓰고 있네

    대댓글 0개

  • Avicenna

    2020.02.13

    저는 학부는 타대, 박사는 SKP 에서 받고 현재 교수로 임용 발령 대기 중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분 글은 거의 틀리지 않습니다 ㅎㅎㅎ 말투가 좀 거칠어서 그렇지 여기 학교 서열 매기는 뻘 글들보다 백배는 유익한 글인것 같습니다. 공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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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rving Langmuir

    2020.02.13

    여쭈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한국전력공사 연구원을 목표로 석사 혹은 석박 통합으로 지원하려고 합니다..
    후회는 안하겠죠..?

    대댓글 0개

  • Charles Dickens

    2020.02.13

    '몸이 점점 늙는게 느껴지는데 20대 중반부터 30 넘어서까지 연구실에 있었던 기억밖에 없는게 너무 아쉽다' 에 너무 공감합니다. 저도 skp학석박이구요.
    제 20대 초반은 너무 재미있는 기억밖에 없는데, 25살부터 30살까지는 우울한 기억밖에 없네요. 다행히 지금은 행복하지만, 대학원을 가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삶을 살았을 것 같습니다.

    대댓글 0개

  • Pierre Curie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0.02.13

    20대 중반부터 30 넘어서까지 회사다니고 회식끌려가고 바쁘게 사는것보단 대학원 생활이 나음

    대댓글 1개

    • 똑똑한 프랜시스 크릭

      2021.06.22

      진심 와닿았어..

  • Albrecht von Haller

    2020.02.13

    현재 박사과정생인데 졸업한 선후배(석사졸업생 포함)들이 한 얘기를 시간순으로(졸업전부터 취업해서 나간 후) 정리해본 결과,
    졸업 전에는 당연히 좋은소리 안나옴...이놈의 연구실 얼른 때려치고 나가야지 등등...
    근데 잘 취업해서 자리잡은 사람들은 학위 따길 잘했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임, 심지어는 박사하기 싫어서 석사로 나간 사람들 중에도 박사학위까지 할 것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음. 막상 갔더니 학위가 주는 여러 혜택(연구의 주도성, 혹은 승진에 있어서 학위가산점 등)들이 있어서 그런듯. 글쓴이님이 아직 프레쉬박사라서 약간은 부정적일 수 있는데 막상 학계나 산업계에서 자리 잡고나면 의견이 또 달라지실 수 있음ㅎㅎ

    대댓글 1개

    • 온화한 게오르크 헤겔

      2021.03.04

      취업하셨대요. 집에 돈걱정도 없고. 그리고 3년차부터는 산학으로 돈도 받으셨다하니 앵간한 회사원정도로는 받으신듯

  • Maurice Maeterlinck

    2020.02.16

    제 미래를 고민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댓글 0개

  • Herbert Marcuse

    2020.02.17

    Avicenna 님 혹시 학부 라인을 알 수 있을까요..? 진지하게 고민중인 학부생인데 꼭 알고 싶습니다

    대댓글 0개

  • Giovanni Verga (탈퇴한 회원입니다)

    2020.07.18

    솔직 담백한 글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음 좋겠네요.

    대댓글 0개

  • Otto Diels

    2020.12.08

    엄청 솔직하고 좋은 글 같은데... 대부분의 대학원의 고충을 적은 글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대댓글 0개

  • 온화한 게오르크 헤겔

    2021.03.04

    "몇달, 몇년 간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어야 하는데, 사람은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 환경에서 꾸준히 열심히 하기가 정말 어렵다" 석사생인데 벌써부터 이런걸 느낍니다 ㅋㅋ 그리고 위에 말씀하신거 정말 저랑 하나도 안틀립니다. 그래서 석사까지만 하고 취업하려고 합니다.

    대댓글 0개

  • 건강한 데이비드 흄

    2021.03.06

    근데 그래서 내가 만족하면서 보냈느냐? 별로.

    교수님 만날 때 데이터 안좋으면 아침부터 속쓰리고,

    실험 한번 시작하면 될때까지 뽑아야하니 밤새다가 간이침대에서 쪽잠 자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말안듣는 놈 부사수로 받아서 뒤치다꺼리 해주고,

    그래도 기왕이면 즐겁게 하고 싶은데 논문을 위한 논문 쓰다보면 도저히 가치를 못느끼겠고,

    빨리 졸업준비 하고싶은데 과제 하나 맡아서 일년에 두세달은 그것만 붙잡고 앉아있고,

    연애도 학부생 때는 재밌게 했었는데 매일 집-랩-집-랩 하다보니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누구 만날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안생기고 (거기에 남자 대학원생은 인기도 진짜 없다)

    그나마 취미로 풋살이라도 꾸준히 해서 크게 건강 상하진 않았는데(경미한 우울증 증상은 있었다) 졸업할 때 쯤에 엄청 살찐 친구들도 많다.

    대학원 나오고 나니, 나는 원래 밝고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사람이 좀 염세적이 되고 피폐해지더라.



    물론 내가 애초에 대학원에 맞지 않는 인간이라서 괴로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대학원에 잘 맞는 인간이란게 원래 별로 없다. 몇달, 몇년 간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어야 하는데, 사람은 즉각적인 보상이 없는 환경에서 꾸준히 열심히 하기가 정말 어렵다.



    나는 다시 학부 졸업할 때로 돌아가면, 대학원 원서는 안 쓸 것 같긴 하다. 몸이 점점 늙는게 느껴지는데 20대 중반부터 30 넘어서까지 연구실에 있었던 기억밖에 없는게 너무 아쉽다.


    => 이 부분 개공감...

    대댓글 0개

  • 젊은 아리스토텔레스

    2021.03.10

    석사 졸업했지만, 많이 동감합니다. 살 많이 쪘습니다.

    그래도 그만큼의 benefit은 있었다고 생각해서 후회는 없습니다.

    주변에서 조언을 구한다면 연구에 적합한지 물어보고 안 적합하다면 예상되는 cost를 어느 정도 알려주고 스스로 그만큼 benefit이 있을 거라고 충분히 확신이 들면 그때 진학해라 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대댓글 0개

  • 징징대는 쿠르트 괴델

    2021.04.30

    4번은 진짜 멋 모를땐 열심히 하면 되겠지 했지만 점점 현실을 알게 됨.... 몇몇 잘나가는 랩에서 교수직이나 정출연등등 다 가져가는것 처럼 보임. 이게 비리라기 보단 사람이란게 자기들이 알고 있는 잘나가는 랩 유명한 교수 제자들이 오면 당연히 암묵적으로 신경을 더 쓰겠지. 전 뭐 대학원 생활 딱히 스트레스 안 받고 나름 즐겁게 해서 학위과정에 대해선 후회는 없음 (제 지도교수님들이 안 유명할 뿐 잘대해주심 ㅋ).

    대댓글 0개

  • 용감한 알프레드 노벨

    2021.06.21

    dd

    대댓글 0개

  • 용감한 알프레드 노벨

    2021.06.21

    교수님 만날 때 데이터 안좋으면 아침부터 속쓰리고,

    실험 한번 시작하면 될때까지 뽑아야하니 밤새다가 간이침대에서 쪽잠 자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말안듣는 놈 부사수로 받아서 뒤치다꺼리 해주고,

    그래도 기왕이면 즐겁게 하고 싶은데 논문을 위한 논문 쓰다보면 도저히 가치를 못느끼겠고,

    빨리 졸업준비 하고싶은데 과제 하나 맡아서 일년에 두세달은 그것만 붙잡고 앉아있고,

    연애도 학부생 때는 재밌게 했었는데 매일 집-랩-집-랩 하다보니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누구 만날 정도로 마음의 여유도 안생기고 (거기에 남자 대학원생은 인기도 진짜 없다)

    그나마 취미로 풋살이라도 꾸준히 해서 크게 건강 상하진 않았는데(경미한 우울증 증상은 있었다) 졸업할 때 쯤에 엄청 살찐 친구들도 많다.

    대학원 나오고 나니, 나는 원래 밝고 재밌는 사람이었는데 사람이 좀 염세적이 되고 피폐해지더라.

    - 솔직히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환경에 의해 사람이 변하게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똑같은 환경에서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환경에 사람에게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다고 생각해서요.. 예를 들면 군대 꼭 다녀오라고 하는 사람이 많겠습니까? 군대에서 좋은 경험 했다는 사람들 역시 많지 않습니다. 군대는 엄청 열악한 환경 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저는 군 생활이 정말 뜻 깊었습니다. 그 안에서 시간도 엄청 알차게 써서 자기개발도 많이 했고 독서와 운동으로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고 자부합니다. 또 저역시 밝고 유쾌한 사람이었고 그 성격 유지해서 여전히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 주는 사람이라 생각하고요. 그치만 저랑 같은 자대, 같은 중대, 같은 소대 바로 옆 침대에 있던 쟤 맞후임은 도저히 군생활 못 견디다가 일말때 정신병으로 의가사 했습니다. 뭐 본문에도 언급하셨듯이 본인이 대학원에 안맞는 사람이었을수도 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대학원 나온다고 무조건 여자친구랑 헤어지거나

    대댓글 0개

  • 뉘우치는 로버트 보일

    2021.06.29

    올해 졸업한 프박으로써
    제가 생각하던바를 잘 표현해주셨네요 박수!!!
    수고하셨습니다

    대댓글 0개

  • 시끄러운 코페르니쿠스

    2021.07.20

    ㅠㅠ 공감됩니다. 고생많으셨네요. 다들 꽃길 걸으시길....

    대댓글 0개

  • 깜찍한 코페르니쿠스

    2021.07.21

    혹시 서울 하위권대학인데 지방국립대 훌륭한 교수밑에서 배우는건어떻다고생각하심
    아빠회사다니면서 견문을 넓히려는목적임
    원래는 ssh랩실다니다가 나왔었는데 현재 직장인2년다되가는데 후회되고하여 집 가깝고 그런곳에 다니고싶은데

    대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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