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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물박사가 되어가는거 같아요...

2021.07.31

11

13006

누가 봐도 좋은 대학 학부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 밟고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학교는 하도 사람들이 서열질하고 싸워대기에 불필요한 논쟁 방지를 위해 말하진 않겠습니다.)

학벌로도 학위로도 어디가서 꿀리지 않을 것이라고는 자부합니다.

연구 성과도 교수님이 워낙에 타이트하게... 학생을 압박하는 스타일이시라서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졸업할때까지 1저자 논문 4개 이상은 적어도 쓸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선 꽤 높은 저널에 퍼블리쉬된 논문도 있고 높은 저널까진 아니더라도 완전 낮은 수준 저널에 낸 논문은 하나도 없습니다. (교수님이 일정 수준 이하의 논문은 논문으로 취급도 안하시기에... ex. if 5 이하, jcr% 상위 20% 이하 등...)

이 외에도 기타저자로도 논문 실적이 다수 있고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학회 발표, 수상등을 생각하면 실적은 충분히 쌓인 것 같습니다.

큰 의미가 없긴 하지만 학점도 썩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어디가서 제가 속해 있는 과 전공수업들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요...

제 연구분야를 설명하라면 백번이고 천번이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전공과목에 대한 지식이 진짜 박사 맞나 싶을만큼 처참합니다...

명색이 이공계 박사인데 솔직히 일반화학, 일반물리, 일반생물, 공학수학 질문하면 단 하나도 제대로 대답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 외에 전공과목들? 더 모릅니다...ㅋㅋㅋㅋㅋ

예를 들어 만약 전기전자 전공인 사람이 회로나 신호, 시스템 등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던지

화학공학 전공인 사람이 열전달, 물질이동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던지

기계공학 전공인 사람이 4대 역학에 대해 대답할 수 없다던지

이런 느낌입니다...

명색이 이 과에서 학석박을 하며 10년을 공부했는데 정말 남은게 없습니다...

벼락치기로 학점따기에나 급급했지 지나고나니 고등학생과 다를게 없는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중에 교수는 커녕 (누가 누구를 가르치겠습니까) 정출연이나 기업에 간다쳐도 이렇게 전공 지식이 허접하고 수준 이하인 물박사를 누가 뽑아줄까 우울하네요...

남들은 그냥 겸손하다던가, 기만한다던가 생각하겠지만 정말 이 학벌, 실적등을 가지고 있음에도 냉정히 봤을때 저는 그냥 물박사도 아니고 정말 물물물물박사가 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제 실력을 제가 아는데 그럼에도 그냥 학벌과 실적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을지 고민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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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개

2021.07.31

신기하네요...
방정맞은 카를 가우스*

2021.07.31

흠...
귀여운 에르빈 슈뢰딩거*

2021.07.31

원래 그렇죠 뭐. 교수님들에게 전공지식 물어봐도 잘 모를때 많잖아요. 그거랑 비슷한거예요. 주어진 정보로 새로운 연구결과를 창출하는게 박사이지 교과서를 외우는게 박사는 아니니까요
염세적인 레온하르트 오일러

IF : 1

2021.07.31

'앎' 에대한 정의는 사실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입니다.

제 얘기를 조금만 해볼게요.
저는 글쓴이 보다 더 나아간 케이스 일겁니다. 학위 학벌부터 시작해서 NCS급 논문도 몇편 써봤고, 솔직히 쓰는게 어렵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바로 아래 탑저널은 힘을 좀 들인다면 아무때나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몸담고 있는 학계가 나아갈 방향을 물어보면 적어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업에서 어떤게 중요하냐고 묻냐면 글쎄요... 가르치는 거야 어렵지않다만 모든 분야를 다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고등학교 수준, 넓게는 대학교 수준 까지의 지식은 정의가 가능합니다. 근데 대학원 수준만되도 실험적 발표로 이루어진 이론이 주를 이루고 더 이상 명확히 정의 되지 않죠. 이런 상황에서 본인 필드를 고등학교때 학습지 수준으로 정리가 가능하다면 저는 이미 필드 내 대가라고 보겠습니다. 보통 그런 사람들이 네이처에 짧은 리뷰로 최신 필드의 전체 상황을 정리해 주거든요. 하물며 다른 필드에 대해서도 논의가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겠죠. 쉽게말해 '앎에 대한 본인의 기준'이 너무 높은 겁니다.

우리나라는 연구자로서 성공한 사람에게서는 완성도 있는 수업을 기대하죠. 그런데 본인은 아직 연구자로서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에요. jcr 기준 상위 20% 4편은 현재 교수 임용 기준 서류 턱걸이도 못 미칩니다. 그리고 그걸 이룬 사람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벌써 생각할 정도로 이 필드는 녹록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구자로서 본인의 방향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 중에 그 부분이 문제가 되는 사람은 본 적이 아직 까진 없네요. 글쓴분이 가지고 있는 고민 저도 역시 과거에 가지고 있던 부분이었고,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해결 되는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엔 연구자로서 좋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댓글 2개

2021.08.02

해외 이야기이긴 한데, 제 교수님이 같은 말을 해 주셨어요. 학부를 엄청 우수하게 졸업하셨는데 그 때는 자기만큼 잘 이해한 학생이 없는 줄 알았다고요. 그리고 나서 대학원을 다른 필드로 갔는데, 그 랩에서 하는 연구 때문에 자기 전공이랑 아예 상관없는 전공으로 학부를 마친 학생에게 자기 전공을 좀 설명해야 할 상황이 있었고, 고작 몇 달 안에 연구를 같이 할 정도로 그 학생의 이해도를 끌어올릴 수 있었대요. 본인이 4년 걸린 걸 몇 달 만에 부분적으로나 따라잡은 거죠. 그래서 학부 때 나는 뭘 한 거지? 싶었다 하시더군요. 지금은 아예 필드의 컨센서스가 한달에 한번씩 갈아엎어지는 분야 교수 하시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학부 공부할 때 생각하던 완전한 이해나 앎은 있을 수도 할 수도 없다고, 그저 누가 주장을 하면 우리가 아직 그 주장을 알 수 없는 이유나 관련 연구를 열 개라도 댈 수 있는 게 자기가 교수 타이틀 다는 이유라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2021.08.02

말이 너무 중구난방인데, 핵심은 배우려 하기보다 배우는 방법을 배우라는 뜻이었던 것 같아요. 앎이란 건 어차피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 어떻게 아는가, 모르는 문제를 봤을 때 어느 개론서부터 펼쳐서 문제를 파악하는가 를 배우라고. 어떤 교수님은 제가 학부생 때 멋도모르고 딱 학부생이 할 만한 연구주제를 들고 갔을 때, 분명 아는 대로 이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제가 한 학기 전에 본 전공책을 꺼내 읽으시더라고요. 학부생마냥. 이 분들 개인적으로는 다 대가 소리 들으실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학부생 전공책을 가끔 펼쳐보시는 거죠.
쑥스러운 윌리엄 셰익스피어*

2021.07.31

제가 생각하는 물박사랑 개념이 많이 다르네요. 박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은 문제상황을 해결할 능력이 있는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주변에 지잡대 나와서 랩 들어온 사람이 있는데 맡는 프로젝트마다 성과 전혀 못내더군요. 이유는 뭘 어떻게 해야되는지 갈피조차 못잡아서요. 그럼에도 시간때워서 SCI 1편으로 졸업은 했는데, 이런 사람이 물박사라고 생각해요. 문제해결능력 미달인 경우요. 박사 중에 고등학교~대학수업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식을 모두 머리 속에 넣어두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은 겁니다. 그게 본인 연구에 크게 도움 되지 않는 전공분야도 많구요.

2021.07.31

글만 봐도 답답하다

2021.07.31

원래 그래요 세부전공 탔으면 타 세부전공 다 까먹죠ㅋㅋ수학도 쓰는 수학 아니면 다 까먹고요

2021.08.03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이게 무슨 물박사..? 원래 박사는 좁고 깊어서 본인 연구분야 아니면 다 까먹기일수인데

2021.08.26

원리와 배경에 대해 정확하게 잘 알고 계시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지식을 이해하고 외울 필요는 없지만, 작성자분께서 지금 하시고 계신 연구분야와 관련된 원리와 배경을 세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라면 지금도 괜찮아 보입니다. (저는 가끔 제 이해도를 따지기 위해, 초등학생이나 비전공자에게 설명한다고 하면 그들이 알아 들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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