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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넷 보면서 슬픈 점

IF : 1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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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름"이라는 많은 학생들이 연구에 대한 재미를 많이 못 느끼게 만드는 구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여기서 언급되는 학교들의 이공계 대학원을 졸업하면 양질의 취업이 어느 정도는 보장되는 면이 있는데, SKP를 나오던 YS를 나오던 SSH를 나오던 혹은 언급되지 않은 학교를 나오는 것이 그렇게 인생에 중요한 일일까 싶습니다. 연구의 가치보다 학계의 가치가 이 커뮤니티의 특성 상 overestimate 되어 있는 것 때문일까요.

저희 분야 (Computer Science) 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industry에 간다고 하면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흔히 Big Tech 라고 부르는 Google, Microsoft, Amazon 등등 영향력이 큰 회사에서도 비자가 문제가 되면 됐지, 어짜피 KAIST 말고 한국 학교 모릅니다. KAIST가 아니어도 거길 가신 분들 많고요.

학계의 취업 시장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 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아는 많은 Non-SKP 박사를 받으신 분들이 미국, 중국, 싱가폴 등 해외에서 faculty가 되는데 성공하신 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어떤 분들은 faculty가 되신 후에 Big tech에 research scientist로서 가신 분들도 있구요.

다른 면에서는 faculty도 이제 최고의 안정성을 가지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학령 인구가 줄고 있다는 국내적인 요인과 더불어 faculty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최근에 코로나로 인한 피해를 입어 비인기 학과의 tenured faculty들이 해고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 학계가 보수적이고 학벌을 많이 따지는 문화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이건 점점 바뀌고 있는 / 바뀌어야 하는 문화인 걸 모두 알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 계신 분들이 대부분 나중에 우리나라 학계를 이끌게 되실텐데, 학교 이름에 이렇게 천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게 너무 아쉽습니다.

저도 그렇게 좋은 대학에서 학부를 한 것은 아니고 대학원도 top school에서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원에 와서 인생 최고의 멘토와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랩 세미나에서 발표하던 논문들을 썼던 그 훌륭한 연구자들을 학회에서 직접 만나서 수다 떨 수 있는 기회도 인생에 너무 큰 영향을 주었고요(최근엔 코로나 때문에 못 가지만). 가장 중요하게도, 최소한 학위 과정 동안 정말 재밌게 할 수 있는 연구를 찾았습니다. 동료들과 주제를 놓고 아이디어 회의하고, 같이 떠들고 노는 것들을 재밌게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faculty가 될지 industry로 갈지는 아직은 모르고, 제가 졸업할 시점에 어느 정도의 연구자가 되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와 상관없이 충분히 학위 기간은 힘든 것만큼 즐겁고 의미가 많게 느껴집니다. 정말 궁금했던 것들을 알아가고, 멋진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고, 매년 내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시점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학위를 시작했거나 꿈꾸고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학교 이름보다는 더 고민해볼 가치가 많은 것들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세상에 어려운 문제가 많은데, 소수의 똑똑한 사람들 말고도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같이 풀어나가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연구자를 꿈꾸시는 분들에게도, 자신의 현재 학벌이나 미래에 학벌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더 중요한 건 정말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지 에 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다른 전공은 모르겠으나 CS 이시라면 코딩 열심히 하시고 선형대수랑 통계 과목 열심히 들어보시고, 재미를 느끼시면 회사 인턴십을 가거나 친한 교수님 랩에 학부 연구생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어쩌다 보니 뻘글이 길어졌는데, 이만 줄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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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개

2021.01.28

그게 아무래도 컴퓨터 쪽이라 그렇습니다. 컴퓨터는 거의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학벌이 주는 가치보다 실력이 중요하고, 지방대를 나왔건 서울대를 나왔건 실력면에서 평가할 수 있는 수단이 명확히 존재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그러나 자연계를 탐구하는 학문은 그게 쉽지 않습니다. 양이 너무 방대하며 그 많은 학문 중에도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는 모르는 분야도 많고, 그 실력을 증명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험적 스킬, 지식의 양, 논문 작성, 체계적인 분석력을 분석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을까요? 논문이 당연히 중요하죠. 그러나 교수가 캐리해서 논문 쓰는 케이스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기에 적절한 학벌이 지식 수준을 1차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경우가 많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SPK에 진학한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됩니다. 학문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어요.

2021.01.28

컴 프로그램쪽은 프로그래머 실력에 따라 연봉이 변하는 구조입니다

IF : 1

2021.01.28

@Alphonse Daudet 어떤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1차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말씀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가 큽니다. 저부터도 일단 의구심이 들어도 MIT나 Stanford에서 논문이 나오면 천천히 읽어보게 되더라구요 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한 이유는, 이 커뮤니티가 그 1차적 검증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는 학벌에 대해서 조금은 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느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e.g., SKP 미만 잡) 또한 그런 반응이 이 커뮤니티를 통해 학계에 정보를 구하러 오는 뉴비들에게 있어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줄까 두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구요.

자연계 학문이 정확히 어떤 학문을 말씀하시는지, 그리고 해당 학문들에 대해서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만, 학벌이라는 검증 방식이 연구자의 연구 의욕을 꺾도록 작동한다면 그 검증 방식을 재검토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최고의 학교를 나오지 않았어도 충분히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학생들이 많고, 최고의 학교를 나왔어도 연구에 대한 열정이 적거나 무의미한 연구들을 반복하는 연구자들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을테니까요.

다만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그런 관점에서는 학벌주의가 정말 학계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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