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가장 핫한 댓글은?

문과생의 미국 이공계 박사 후기 (장문 주의)

박사 자연

2026.05.08

3

1246

매번 읽기만 하다가 처음 글을 쓰게 되네요.

여기 이미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선배 박사님들이 많이 계시지만, 최근에 졸업한 박사생 입장에서 김박사넷에 종종 올라오는 질문에 관한 제 견해와 다른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전 한국에서 학부를 마쳤고 주전공은 문과였습니다 (이공계 복수전공을 하긴 했지만, 태생은 문과), 졸업 후 바이오 분야로 미국에서 다이렉트 PhD를 했구요. 저 역시 미국 나오기 전, 그리고 나온 뒤에도 교수님들과 선배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적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경험을 토대로 하는 주관적인 관점들이라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1. ~인데 미박 가능할까요?
SPK가 아니라서 YK가 아니라서 (물론 저도 아닙니다), 등등 출발선에서 부터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착실히 준비하면 안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나와서 보면 물론 저 학교 출신들이 아무래도 많긴 하지만 다양한 곳에서 정말 많이 옵니다, 여기서 그렇게 걱정하는 지방대 분들도 종종 계시구요. 사실 출신 학부 덕을 보는 사람들은 미국에서 학부를 마치신 분들이 가장 유리하죠 (다이렉트의 경우). 이미 이곳에 만들어 놓은 시스템, 커리큘럼 내에서 training도 받았고, 추천서도 아무래도 교수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가 좀 더 수월한 면도 있구, 여러모로 대학원 입장에서는 익숙하고 불확실성이 적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석사 학위를 하고 오면 이러한 uncertainty를 다이렉트 지원자 보다 깊이 있게 주도적으로 연구해 본 경험과, peer-reviewed publication을 통해 뛰어넘는 거겠죠, 단순히 석사>학사 라는 스펙이라고 하기 보다는 말이죠. 중요한 것은, 출신 학교가 합격 여부를 가를만큼 big deal이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물론 높으면 높을 수록 좋죠, 그만큼 그 학교 출신들에 대해 축적된 좋은 인식도 있을테고, 하다 못해 들어는 봤을테니).

개인적으로는 그래도 기본적인 연구가 돌아가는 학교에 있다면,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각 학교에 계신 교수님들은 모두 좋은 곳에서 박사-포닥을 마치시고 능력이 출중하시기 때문에 그 위치에 계신분들이신데, 본인이랑 같은 길을 걷고자 하는 후학을 안도와주실 교수님이 계실까요? 학부 과정 동안 착실히 가고자 하는 분야 전공 공부 꾸준히 하고, 랩 생활도 적극적으로, 착실히 하고, 방학 때 연구소 등에서 인턴도 한 뒤에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발전시킨 나의 scientific research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SOP에 잘 녹여서 지원하면, 적어도 한 군데는 붙습니다. 교수님들 많이 찾아뵙고 귀찮게(?) 하세요,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실 겁니다. 저도 제 교수님이 SOP를 적어도 일곱번은 첨삭해주셨습니다... 당신 학과도 아닌 타과 학부생 SOP를 말이죠 (교수님 감사합니다ㅜ).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저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해서 미박 지원하는 사람들이 (합격이 아니라, "지원") 절반도 안될 겁니다. 그러니 출발 선상이 다르다고 해서, 명문대가 아니라서,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일단 나오시면 SPK든 지방대든, 다 내 동기고 미래에 colleague가 될 사람들입니다, 나올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나온 분들이에요. 실제로 다들 졸업 후 제 갈 길 알아서 잘 찾아갑니다.

2. 영어에 관한 한 가지 조언
간혹 스펙도 쌓고 영어도 더 준비할 겸 석사를 한 뒤에 미박을 준비 하신다는 분들이 계신데요.. 저 위에 언급했듯이 확실한 publication이나 좀 더 연구 경험을 축적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모를까, 영어가 준비가 덜 되서 미루는 건 정말 뜯어 말리고 싶습니다. 학부 때 시간이 많을 때도 준비가 안됐던 영어가 연구하느라 바쁜 석사 기간 동안 준비가 될리가 없다는게 일차적인 이유입니다. 더 중요한건, 한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기껏해야 시험을 위한 영어 준비가 되니까요. 어차피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배우게 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영어권 국가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어서 어려움이 없었지만, 저와 함께 학위 과정을 했던 한국에서 초-중-고-대학을 다녔던 친구들을 보면 처음엔 다들 엄청 고생합니다. 전 그런 제 친구들을 정말 존경합니다. 연구하기도 힘든데, 그걸 외국어로, 학생들 가르치고, 수업 듣고, 디스커션 하고, 그랜트/논문 쓰고... 그렇게 한 1년 정도 부딪쳐가면서 생활하다 보면 늘더라고 합니다, 제가 옆에서 봤을 때도 그렇구요. 그러니, 영어는 미리 자격요건 채우는 정도만 하시고, 그 이상 뭘 준비하겠다는 마음은 아껴두었다가 나오셔서 쓰길(?) 바랍니다.

3. 학위 과정 동안 적절한 휴식과 취미 생활을 가질 것
마지막으로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은건, 학위 과정 초반부터 너무 전력투구 하지 않길 바랍니다. 흐름 타는 날엔 밤새 실험하고 데이터 분석하고 논문 쓰고 이런 날도 있어야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좀 더 꾸준히, 지속가능한 페이스로 완급조절 해가면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졸업이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고 논문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올 것 같은 마지막 몇 달, 그때 풀 악셀 밟을 때가 올겁니다, 그때 가서 마른 걸레 쥐어짜듯 극한까지 달리면 됩니다. 안그래도 힘든 학위 과정을 타지에서 하면 스트레스 풀 곳도 없고 힘에 부치는 날도 많이 올텐데, 적절한 휴식 취하면서, 중간중간 나를 챙기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템포 조절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롱런하는 자기관리? 일종의 능력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지치지 않게 꼭 재충전의 시간을 그때그때 가지시길 바랍니다. 위에 글 다 무시하고 이것만 챙기셔도 좋겠어요 정말.

4. 지도교수님/랩은 정말정말정말 신중히 고를 것
추가적으로 생각이 나서 몇 가지 더 적습니다: 랩을 고를 때, research fit도 당연히 봐야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교수님의 mentoring philosophy에 대해서도 꼭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이런건 물어봐도 돼요, 그래야하구요. 이야기 나누다 보면 어느 정도 보일거에요, 본인 trainee들에 대한 마음씀씀이가. scientific하게 뿐만 아니라, professional, 그리고 인격적으로도 성장하게끔 롤 모델이 되어주시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 독창적인 아이디어도 추구해 볼 수 있게끔 autonomy 를 줄 수 있는,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내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시는 그런 교수님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말 감사하게도 그런 교수님을 만나서 학위 과정 동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주기적으로 랩 전체가 학회를 가는지 알아보는 것도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될거에요 (이건 미국 유학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봅니다). 지도 교수님과의 관계는 정말 너무 너무 중요합니다. 여기서 박사 하다가 지도교수님과의 관계가 틀어져서 학위 못 마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의외로 되게 많습니다. 그 랩 trainee들에게 기회가 된다면 교수님에 대해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안좋은 얘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겠지만 당연히, 정말로 좋은 교수님들은 그 랩 구성원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거에요). 그리고, 조금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예를 들어 A국가 교수님과 A국가 학생들로만 (혹은 대부분) 이루어진 랩들은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뭐, 알음알음 다들 아실거에요 이 부분은.

5. 논문에 관하여
이 역시 다이렉트 PhD 초점에 맞춰 쓰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논문이 있으면 당연히 유리합니다, 저자 위치에 상관 없이요. 여기서 흔히 말하는 탑 저널일 필요도 없어요, 높은 저널이면 당연히 좋고, 아니어도 상관 없습니다. Publication을 CV에 뭐라도 한 줄 더 쓸 수 있는 스펙이라고 생각하지 않길 바랍니다, 본질은 그게 아니니까요. 제일 중요한건 얼마나 scientific method을 충실히 이행해서 independent하게 얼마나 insightful하고 robust한 impactful research를 진행할 수 있느냐가 핵심입니다. 실험은 중고등학생도 시키면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자에 이름을 올리는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구요. 핵심은 그 research question을 어떤 실험으로 address하는지 생각해보고, data를 interpret하고, alternative hypothesis/explanation이 있는지, follow-up study로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연구가 왜 significant/innovative하고 field에 어떻게 기여하고 어떠한 gap을 채워주는지 등등이 되겠습니다. 물론 학부생이 이걸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어요, 시간도 없구요 (그럼 그게 대학원생이지 학부생인가요..?). 하지만 이러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 본 사람과 그냥 테크니션 마냥 교수님이 시키는 실험들 칼 같이 해서 (아무리 완벽하게 할지라도) 기계적으로 데이터 뽑아내는 사람은 면접 때 5분만 이야기 해보면 구분이 됩니다. 실제로, 저희 랩은 교수님이 석/박사나 포닥 지원자들에게 따로 저희 랩 미팅 때 꼭 리서치 발표를 시키는데요, 후자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자주 보입니다, 그런 분들은 안타깝지만 당연히 리젝으로 끝나구요. 반대로, 저런 깊은 고민을 해본 사람은 면접 뿐만 아니라 SOP에서도 티가 날거에요, 그게 포텐셜이고, 그게 publication이 가지는 의미이며, 논문 저자라면 갖추고 있어야 할 사항입니다. 오히려 논문은 있는데 저런 깊이 있는 discussion이 불가능하면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논문을 하나의 스펙으로 접근하시지 말고, 적어도 내가 맡은 부분은 실험도 당연히 내가 하고, 그 결과의 implication이 뭔지 고민도 해보고, idea도 짜고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직접 introduction이나 discussion도 써보시길 바랍니다, 큰 그림을 보세요. 기회 있으면 꼭 포스터 발표 많이 하시고, 영어로 할 수 있으면 제일 좋구요 (이게 면접 때 도움 많이 될겁니다).

리뷰 논문 많이 보시면서 trend도 확인하시구 논문은 하나를 보더라도 세세히 읽어보세요. Results 보다는, introduction과 discussion을 깊이 있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거기에 그 study를 위한 premise와 justification이 다 나와있고, scientific writing의 기본이 되는 structure가 들어있을 겁니다 (날림으로 쓴 논문만 아니라면…). 정말 잘 쓰여진 논문들은, 문장 단위로 해부 하듯이 읽어보면 왜 그 문장이 거기에 있고 그 단어가 거기 쓰여있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정말 적재적소에 맞게, 간결하면서도 insightful하고 impact있는 주옥 같은 글들이 한 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저도 그런 논문들은 따로 인쇄해서 자주 참고하곤 합니다. 저렇게 착실히, 충실히, 때로는 치열하게, 적극적으로 몇 년 하시다 보면 생활 속에 science가 스며든 자신을 발견할 날이 올겁니다. 그러면 내가 티를 내려고 하지 않아도 조금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면접관이나 교수님들도 바로 알아보실거에요.

두서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모두 건승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카카오 계정과 연동하여 게시글에 달린
댓글 알람, 소식등을 빠르게 받아보세요

댓글 3개

2026.05.09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어쩌다가 좋은 기회가 생겨 미국에서 RA로 풀펀딩 석사하고 있습니다. 여기 온지 1년이 되었지만 영어는 아직도 부족하고 논문도 퀄리티가 좋지 않아 요즘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네요. 미박을 준비하고 있는데 영어 인터뷰 실력도 딸리고, 탑티어 논문도 없어서 많이 걱정이 됩니다. 글쓴이님 글 보고 파이팅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댓글 1개

해당 댓글을 보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

2026.05.11

다 공감가는 말이네여

댓글쓰기

게시판 목록으로 돌아가기

미국 대학원 합격 후기 게시판에서 핫한 인기글은?

미국 대학원 합격 후기 게시판에서 최근 댓글이 많이 달린 글

🔥 시선집중 핫한 인기글

최근 댓글이 많이 달린 글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