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그렇습니다. 흔히들 이런 표현을 하잖아요. A motivation-driven life. 모티베이션이 있는 사람은 해당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 고민의 깊이는 사실 아주 단순한 질문 몇가지 만으로도 알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는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알려주시겠어요?
A: 인터뷰 관련해서는 일반적인 준비 방법은 되게 쉬운 거 같아요. 구글에 PhD 인터뷰 예상 질문 예시 검색하면 예상질문이 100가지가 넘게 나오거든요. 그거 다 준비하면 돼요. 매우 일반적이죠. 하지만 중요한 건 답변의 내용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인터뷰는 지원 프로세스 상으로도 그렇고, 서류를 통과한 후 마지막 작업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서류 상으로 보여준 모습과 인터뷰 때 나의 모습이 잘 매치가 되는 것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 되요. 그리고 나서 이제 추가적으로 교수님에 따라 조금 더 검증을 하거나 경쟁을 붙이거나 이뤄질 수 있는건데…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단순히 구글에서 나오는 모든 질문에 대비한다고 해서 대비가 되냐? 나의 모습을 잘 매치시켜서 대비하면 인터뷰 완벽하냐? 라고 물어봤을 땐 그건 아니에요. 분명 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모든 질문에 ‘대비’를 할 수 있다? 제가 자신있게 말씀드리는데 불가능해요. 상대방의 성향도 모르는데 앞으로 나눌 대화를 문제은행식으로 준비해서 다 맞출 수 있는건 힘들죠. 그럼 어떻게 대비를 해야되나… 나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해보고 나만의 스토리 라인을 만드는 것이에요. 나는 왜 박사를 가야되지? 나는 왜 여기 실험실에 가야만 하지? 꼭 이 길이어야 하나? 나는 박사 후에는 뭘 할 거지? 이런 고민을 인터뷰를 빼놓고 깊게 한번 해보세요. CV, SOP, PS, 등등등 수 많은 서류는 단지 서류 형식에 맞게 나를 보여주는 수단인거예요. 서류 목적에 맞게, 서류 양식에 맞게 나의 어떤 면을 보여줘야될지 적는 것이구요. 인터뷰도 단지 그 중의 하나인 거구요.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만 했는데, 그럼 제 이야기를 조금 해볼게요. 저는 재료를 전공하구요. 저는 인간이 구석기, 청동기, 철기와 같이 재료가 발전함에 따라 같이 문명도 발전한 것처럼, 다시 한 번 재료의 발전을 통해 한번 더 문명을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박사는 이를 달성시키기 위한 하나의 스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 물어볼 수 있죠. 왜? 저는 많은 사람들이 재료의 발전을 통해 문명이 발전하는 그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물어볼 수 있죠, 왜 많은 사람이야? 문명이 발전하는건 뭐야? 재료의 발전이라고 하는건 뭐야? 아, 제가 생각하는 문명의 발전은, 하면서 또 답변이 이어지구요.
또 다르게 물어볼 수도 있죠. 어떻게? 아 저는 재료 중에서도 특히 금속의 결함을 이 전에 없던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합니다. 어떻게? 아 그 중에 잔류응력이라는게 있는데, 왜 잔류응력이야? 아 그건, 이러합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변을 밤새도록 할 수 있도록 깊이 생각해보셔야 돼요. 그러면서 나만의 스토리 라인을 만드는 것이고. 그러면, 이제 서류들과 인터뷰는 나의 스토리 라인만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아직까지도 공감하지 못할 분들을 위해서 앞서 말씀드린 인터뷰를 간략히 말씀드릴게요. 가장 처음 인터뷰를 본 교수님은 제가 석사 때 수행한 연구에 대해서만 약 1시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왜 했고, 어떻게 했고. 저에 대해 물어본 것은 제 이름 밖에 없으실 거에요. 두번째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는 제 연구에 대해서 한 마디도 못했어요. 제가 준비한 피피티 자료는 하나도 관심 없으시고, 저에 대해서만 대화하듯이 물어보셨어요. 박사는 왜 진학해? 진학하고 뭐할거야? 너 외동이야? 부모님 뭐하셔? 등등등 그러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질문들도 많았어요. 세번째 교수님은 제 연구에 대해서 간략히 들으시고, 뭐 괜찮네 말씀하시고는, 실험실 소개부터 실험 장비 사용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애로 사항 있으면 어떻게 해야되는지 소개 위주로 말씀해주셨어요. 너도 장비사용할 때 애로 사항 같은 거 있지 않았니? 이런 거 물어보시고요.
제가 말한 3분 다 스타일이 다 다르시죠. 저도 나름 준비한 예상 질문을 담은 스크립트가 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인터뷰에서는 거의 써먹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만약 저만의 스토리 라인이 없었다면, 그 인터뷰를 유동적으로 풀어나가기 굉장히 힘들었을 거에요.
Q: 맞습니다. 미국 대학원은 진학이 아니라 채용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사 담당자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다르거든요. 물론 Integrity가 중요한 건 어디나 같겠지만 어떤 사람은 학벌이나 스펙 같은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경험이나 인성에 더 우위를 두잖아요. 김박사넷에서 이야기하듯, 미국 박사는 ‘경력직 연구자’를 뽑는 거라고 생각하면 더 이해가 잘 되실 거예요. 즉 교수님에겐 현재 어떤 인재가 필요할까 생각해보면 되겠죠. 그런 의미에서 방금 말씀하셨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시겠어요?
A: 두번째 인터뷰를 본 교수님과 인터뷰를 했을 때인데요. 질문 받은 당시에는 굉장히 엉뚱하다고 생각했지만 기억에 많이 남아요. 아르바이트 경험을 여쭤보셔서 돈가스 집에서 돈가스 튀긴적이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혹시 기름온도는 몇 도에서 튀겨? 라고 물어보셨어요. 벌써 6년이 지났는데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굉장히 구체적으로 말했어요. 두꺼운 돈가스는 190도에서 표면이 갈색이 될때까지, 얇은 돈가스는 170도에서 5분이라구요. 당시엔 물어보시는 이유를 몰랐어요.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말씀하신 것처럼 교수님 나름의 기준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서 말했듯이 교수님마다 중요시하는 기준이 모두 달랐어요. 보통 일반적으로는 스펙이 중요하고, 연구적인 디테일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저도 그랬었구요. 하지만 이 교수님은 굉장히 대가 교수님이세요. 리서치 그룹도 엄청 크고요, 그러다보니 리서치 그룹에 들어와서 해야하는 연구나 역할은 정해져있기에 오히려 그 사람의 Integrity, 성실성, 인성 및 태도(Attitude)를 디테일하게 보셨던 것 같습니다. 입학이 아니라 채용을 하는 거죠. 따라서 그런 질문을 함으로써, 제가 진짜 알바를 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했을지, 만약 리서치 그룹에 합류한다면 어떤 태도로 수행할지, 제 답변을 통해서 판단하셨 것 같습니다.
Q: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를 보는 후배들이 어떤 식으로 준비를 해야할 지 고민해볼 수 있는 내용이네요. 그래도 인터뷰를 하기 전에 어느 정도 준비하셨을텐데, 무엇이 가장 도움이 되셨는지 대략 알려주시겠어요?
A: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유학 준비를 할 때만 해도 인터뷰 준비는 거의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장 서류 준비해야되고, 당장 컨택해야되고, 또 실험실 일도 있고, 정말 바빴기에 인터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죠. 그리고 12월 15일에 모든 지원이 끝나고, 인터뷰까지 약 한 2주 정도 시간이 날 때,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거죠. 그래서 아까 말했듯이, 구글에 예상 질문 검색해서 나름의 스크립트를 만들었습니다. 한 50페이지 넘었어요. 그걸 달달 외웠죠.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터뷰 때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고, 달달 외운 건 영어적인 전달 능력 연습 정도에 그쳤던 거 같아요. 그래서 무엇이 도움이 되었나 생각해보니… 레벨업유학준비반이었어요. 여기 와서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스토리에 대해서 다함께 깊은 고민을 합니다. 특히나 여기 계신 선생님들이 논리에 맞게, 내 스토리에 맞게 비판하고 수정해나가고, 또 서로 다른 전공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조금 더 새로운 시각에서 고민해주고 할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아무래도 영어였구요. 영어로 말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그 부분이 가장 큰 힘든 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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