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진학 전에 무수한 고민들을 했습니다. 30대 중반에 으레 하는 것들, 예를 들어, 결혼, 출산, 육아, 집 장만, 미래의 원래 직업의 커리어 등을 내려 놓는 것 그리고 가장 힘들었던 건 어렸을적부터 쌓아왔던 부모님의 기대와 환상을 대학 졸업 이후부터 꾸준히 실망시켜왔으나 이제 너무나도 연약해진 부모님을 한번더 실망시켜야 하는 점.
근데 막상 시작하고 나니까 정말 아무 생각이 안듭니다. 이전의 죄책감도 불안도 잘 생각이 안납니다. 과제니 시험이니 미팅이니 허덕허덕이면서 그저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10살쯤 어린 친구들이지만 학교 생활 얘기로 힘듬을 토로하며 그럭저럭 친해지고 있습니다.
직장인에서 학교로 돌아가니 별게 다 새롭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배우기로 돈 주는 사람이 하고 싶은걸 돈 받는 사람이 해줘야 하는게 자본주의의 룰이라던데 내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데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것이 새롭기도 하고 교수님께서 미팅도 해주시고 가끔 논문도 물어다 주시고 챙김받는 느낌이라 어색하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글쎄요. 졸업할때쯤이 되면 두고온 것들이 생각나려나요. 저의 선택이 정답은 아니지만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분들께 뭐 이런 경우도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024.04.16
202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