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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연구생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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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거국(부경) 2년차 신생랩에서 석사 졸업을 앞둔 학생입니다.

지식인들이 모여 계신 김박사넷에 이런 게시글이 참 바보같은 하소연으로 보일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만,
저희가 특이한건지, 아니면 사람 사는 것들이 다 어느 정도는 비슷한 건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게 되어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

교수님이 선정해서 영입하는 새로운 학부연구생들이 새로운 연구 분야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한 대학원생들의 하나의 의무라고 여겼습니다.

좋은 사수 역할을 자처하며 제가 오랜기간 직접 몸소 터득했던 것들을 속성으로 잘 전수해주면, 학부연구생들이 본인의 주도적인 연구를 하면서 그들이 나중에 후배들의 사수가 되어주어 랩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빠르게 연구에 적응하고 좋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약간은 떠먹여 줄 때도 있고 저는 이득이 덜하지만 후배들을 위한 미팅 등의 시간을 많이 만들며 제 시간을 많이 투자했었습니다.

또한 2년차 신생랩인 랩실 특성상 저희들이나 교수님께서 참 학부연구생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았고 연구 분야도 존중해주고 정말 분위기가 자유롭고 괜찮은 랩이라고 자부할 수 있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들로 학부생들이 낼 수 있는 좋은 수준의 결과물들을 함께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

그러나 그렇게 6~9개월 정도가 흐른 지금은, 결과적으로 저희 팀에서 애지중지 키웠던 학부연구생 친구들은 다들 꿈을 좇아 더 좋은 학교 대학원, 학부연구생을 스펙으로 취업 등등을 목적으로 다들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졸업 후 좋은 곳으로 취업을 한 친구들을 저희는 너무 자랑스러워 했고 그 사실 자체가 참 뿌듯했는데,
지금은 그걸 선례삼아 다들 이곳을 나가려고.. 아니 탈출하려고 합니다...

저희 랩이 학부연구생 친구들에게 다음 발판으로 가기 위한 날개를 달아주는 스펙 제조기가 된 것 같아 너무 힘들고 제가 이러한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분위기를 주도한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돌아보니 학부연구생 친구들이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니고, 교수님께서도 '더 잘되려고 가는 사람을 어떻게 막느냐'는 주의시니까 너무 정을 준 제가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결론을 짓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상처가 되었던 게, 관련 언급이 일절 없다가 결과가 나오면 저희들에게 통보를 하고 떠나게 되니 제 입장에서는 그래도 정도 많이 든 동료들이라고 믿었는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우리가 소위 '호갱님'이었나.."
아차 싶더라구요.


...


저도 이 곳에서 너무나 큰 연구 성과들과 스펙들을 쌓을 수 있었고, 자유롭고 평화적인 분위기의 이런 저희 랩이 참 좋다고 생각이 많이 드는데, 결국은 지거국 스펙이 발목을 잡는 것 같고, 저희 랩 진학이 나쁜 옵션인건지,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처럼 그들이 현명한 거고 저도 그냥 그들처럼 이곳을 떠나야만 하나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자대 진학을 꺼리는 학부 연구생들은 과연 연구실에 어떤 목적과 의미를 지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으면 뽑아온 교수님께 도리가 아닌 것만 같고, 적당히 가르치면 저희들이 답답하고, 잘 데리고 다니며 키우면 결국 여기서 이룬 성과들을 가지고 더욱 좋은 곳으로 떠나려고만 합니다..

이것이 비단 저희들만의 상황인 것인지, 어떤 좋은 방안이 있을 지 조언을 여쭙고 싶습니다.

사회생활에 아직 미숙한 사람의 긴 하소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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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밝은 한나 아렌트*

2022.11.14

지거국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spk에서도 제일 잘하는 학부 연구생들은 미국 탑스쿨 박사로 떠납니다. 그들은 그냥 연구를 배우고 실적을 쌓기 위해 학연생을 하는 것일뿐, 꼭 그 랩에 진학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학생들이 떠나면 제일 아쉬운 사람은 교수님일 것입니다. 교수님도 가만히 계시는데 그걸 굳이 아쉬워 하실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그냥 님이 하실 수 있는 선에서 적절히 지도하는게 베스트겠죠. 님의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하시진 않는게 좋겠습니다.

2022.11.14

지금 당장 랩에 있을 때 함께 일하고, 나중에 학계 가서도 다시 만날 수도 있는데 굳이 아쉽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 다니다보면 몇달만 같이 지내다 (더 좋은 회사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2022.11.14

정말 감사합니다!

대댓글 1개

2022.11.14

그래도 이런 고민도 하면서 댓글들 보고 의견 빠르게 수용하는거 보면 님도 크게 되실 분임 ㅎㅇㅌ

2022.11.14

글을 읽어보니 작성자분은 그렇지 않으셨겠지만 종종 해당 연구실 진학 목적으로 학부연구생 시작했음에도 랩실 구성원들이 학부생을 과하게 배척해서 도망나왔다는 사례도 종종 들어보았어요...

2022.11.14

저도 항상 하고 있는 고민이었는데 비슷한 분을 만난 것 같네요,,! 물론 저희 랩실에는 아직 타대학으로 진학하려는 친구들은 없어서 작성자님처럼 그런 쪽으로 상처받아 본적은 없지만..저도 작성자님처럼 학부연구생의 발전이 랩실의 발전이라고 생각을 하고 신생 랩실 특성 상 처음에 잘 닦아놓으면 좋지 않을까해서 연구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사적인 고민도 들어주면서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하는게 종종 현타가 오는게, 결국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 랩실의 전반적인 학업 분위기를 신경쓰는 건 나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만해볼까도 했지만, 저는 아무래도 저희 랩실 친구들이 대학원 생활을 잘 마치고 앞으로의 연구생활이 재밌었으면 좋겠어요..그리고 그 시작이 지금 이 대학원 생활이라고 생각해서 적당한 수준에서는 계속 할 예정입니다. 작성자 님도 너무 힘빠져하지 마세요! 지금 이렇게 시간을 할애해서 도와주는게 결국에는 작성자님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박사과정이시라면 나중에 팀을 이끌어나가시는데에 더욱 도움이 되겠죠 모두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연구자가 되실 거에요! 뭔가 많이 공감가서 말이 길어졌네요..ㅎㅎ화이팅입니다!!

2022.11.15

시지프스의 형벌처럼 (형벌이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무의미한 일을 계속 하게 되는 게 고통스러운 것 같습니다. 학부연구생을 가르치는 대학원생의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데.. 물론 교수님이 시켜서도 있지만 해당학생을 본인 연구실로 들여와 함께 대학원 생활을 하는 것이 목적이 되는 것 같네요. 윗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는 것 뿐 아니라 목적을 어디에 두는지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들을 가르치면서 얻는 무언가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들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2022.11.16

지거국 랩실인데요. 저희는 랩실 들어오면 학부생들 대기업 취업이 잘되는 그런 미신이 생길정도로 학부생들이 대기업 취업을 잘하였습니다. 이제는 여기 실험실에서 학부연구생하면 취업 잘된다는 소문이 돌아 아주 교수님께서 골머리를 앓고 계십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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