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들이 모여 계신 김박사넷에 이런 게시글이 참 바보같은 하소연으로 보일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만,
저희가 특이한건지, 아니면 사람 사는 것들이 다 어느 정도는 비슷한 건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게 되어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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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선정해서 영입하는 새로운 학부연구생들이 새로운 연구 분야에 빠르게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좋은 팀이 되기 위한 대학원생들의 하나의 의무라고 여겼습니다.
좋은 사수 역할을 자처하며 제가 오랜기간 직접 몸소 터득했던 것들을 속성으로 잘 전수해주면, 학부연구생들이 본인의 주도적인 연구를 하면서 그들이 나중에 후배들의 사수가 되어주어 랩이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빠르게 연구에 적응하고 좋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약간은 떠먹여 줄 때도 있고 저는 이득이 덜하지만 후배들을 위한 미팅 등의 시간을 많이 만들며 제 시간을 많이 투자했었습니다.
또한 2년차 신생랩인 랩실 특성상 저희들이나 교수님께서 참 학부연구생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았고 연구 분야도 존중해주고 정말 분위기가 자유롭고 괜찮은 랩이라고 자부할 수 있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들로 학부생들이 낼 수 있는 좋은 수준의 결과물들을 함께 많이 만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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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게 6~9개월 정도가 흐른 지금은, 결과적으로 저희 팀에서 애지중지 키웠던 학부연구생 친구들은 다들 꿈을 좇아 더 좋은 학교 대학원, 학부연구생을 스펙으로 취업 등등을 목적으로 다들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졸업 후 좋은 곳으로 취업을 한 친구들을 저희는 너무 자랑스러워 했고 그 사실 자체가 참 뿌듯했는데,
지금은 그걸 선례삼아 다들 이곳을 나가려고.. 아니 탈출하려고 합니다...
저희 랩이 학부연구생 친구들에게 다음 발판으로 가기 위한 날개를 달아주는 스펙 제조기가 된 것 같아 너무 힘들고 제가 이러한 후배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분위기를 주도한 것 같아서 더 마음이 아픕니다.
돌아보니 학부연구생 친구들이 딱히 잘못한 것도 아니고, 교수님께서도 '더 잘되려고 가는 사람을 어떻게 막느냐'는 주의시니까 너무 정을 준 제가 참 바보처럼 살았구나 결론을 짓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상처가 되었던 게, 관련 언급이 일절 없다가 결과가 나오면 저희들에게 통보를 하고 떠나게 되니 제 입장에서는 그래도 정도 많이 든 동료들이라고 믿었는데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우리가 소위 '호갱님'이었나.."
아차 싶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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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이 곳에서 너무나 큰 연구 성과들과 스펙들을 쌓을 수 있었고, 자유롭고 평화적인 분위기의 이런 저희 랩이 참 좋다고 생각이 많이 드는데, 결국은 지거국 스펙이 발목을 잡는 것 같고, 저희 랩 진학이 나쁜 옵션인건지,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처럼 그들이 현명한 거고 저도 그냥 그들처럼 이곳을 떠나야만 하나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자대 진학을 꺼리는 학부 연구생들은 과연 연구실에 어떤 목적과 의미를 지니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으면 뽑아온 교수님께 도리가 아닌 것만 같고, 적당히 가르치면 저희들이 답답하고, 잘 데리고 다니며 키우면 결국 여기서 이룬 성과들을 가지고 더욱 좋은 곳으로 떠나려고만 합니다..
이것이 비단 저희들만의 상황인 것인지, 어떤 좋은 방안이 있을 지 조언을 여쭙고 싶습니다.
사회생활에 아직 미숙한 사람의 긴 하소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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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개
밝은 한나 아렌트*
2022.11.14
지거국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spk에서도 제일 잘하는 학부 연구생들은 미국 탑스쿨 박사로 떠납니다. 그들은 그냥 연구를 배우고 실적을 쌓기 위해 학연생을 하는 것일뿐, 꼭 그 랩에 진학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학생들이 떠나면 제일 아쉬운 사람은 교수님일 것입니다. 교수님도 가만히 계시는데 그걸 굳이 아쉬워 하실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그냥 님이 하실 수 있는 선에서 적절히 지도하는게 베스트겠죠. 님의 시간을 너무 많이 투자하시진 않는게 좋겠습니다.
2022.11.14
지금 당장 랩에 있을 때 함께 일하고, 나중에 학계 가서도 다시 만날 수도 있는데 굳이 아쉽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 다니다보면 몇달만 같이 지내다 (더 좋은 회사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2022.11.14
2022.11.14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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