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휴학한 현역 군인입니다. 사실 1학기를 마친 뒤 주도적으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해 보고 싶어서 군대가기 전까지 서울 곳곳을 여행했습니다. 지방 사람인지라 서울이 참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간 알바하고 세상 구경하고 책 읽으며 지난 삶을 되돌아 보니, 지식에 대한 욕구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미있는 발견이었고, 당시나 지금이나 제게 독서보다 재밌는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욕구는 법학이든 사회학이든 이 논리의 이면에 존재하는 그 근본적인 무언가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철학에 대한 호기심은 이렇게 시작되었고, 저는 머지않아 제가 철학 공부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교수 자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정치철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목표를 위해 4년제 대학교를 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의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군대에서-전 상근예비역이라서 남는 게 시간입니다-편입영어를 공부하고 학점은행제를 해서 내년에 제대한 뒤 편입시험을 보고, 내후년에 그 편입한 대학에 3학년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상담해 보니 성균관대, 한양대까지는 노려볼 수 있다고 하지만 만약 위 대학들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저는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1,2학년에서 마땅히 배웠어야 할 철학지식이 거의 전무할 제가 3,4학년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1년 휴학을 해서 겨우 따라간다 하더라도 누가 전문대에서 편입한 4학년을 대학원 보내줄까요?
더군다나 미국 유명 대학원이라면요-미국 대학원 아니면 학계에 남는 거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제 석,박사 학위는 반드시 제 스스로 장학금 타며 따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수능 공부를 다시 하는 겁니다. 이 군대에서 있는 기간+ 제대하고 5개월 투자해서 내년 수능을 보고 내후년에 입학하는 겁니다. 만약 정말 노력해서, 이 결과가 좋아서 SKY 대학에 들어가게 되면 좋겠으나
들어가더라도 제 나이는 24이고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면 28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편입 때와는 달리 4년동안 차근차근 커리큘럼과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4년동안 성실히, 뛰어난 학업성취를 이뤄낸다면, 그리고 교수님들과 잘 지낸다면 저를 도와주시는 교수님께서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엄청 노력했음에도 저 보다 뛰어난 역량의 천재들이 존재한다면 그때의 저는 어떡합니까? 28살인데 아는 건 겨우 지난 4년간의 철학 지식 뿐이니 남은 평생을 굶주리며 살아야 합니까? 기업 채용은 될까요?
오늘 이 사이트를 처음으로 들어와 여러 글들을 읽어내릴 수록 머리가 벙쪄갑니다. 겨우 22살인데,
학계로 가기에는 이미 늦은 거 같습니다. 미치겠습니다.
학창시절에 공부 좀 열심히 할 걸. 그 고등학교 때의 차이가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고 없고의 차이로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니.
어느 길이 나을까요?
포기하라고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다만, 가능하시다면, 이 두 길 중에서, 편입과 재수 중에서어느 길이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이고 가능성 있을지 나름의 생각을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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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개
2022.02.07
철학자가 되고 싶다라…
현실적으로 돈이 엄청 많은거 아닌이상 포기하시는게 맞습니다…
미국 유명 대학원에 합격할려면 일단 서울대는 들어가셔야 될거구요 거기서도 굉장히 높은 학점 받으셔야 됩니다
즉 편입으로는 불가능하죠 재수하셔야됩니다
그리고 철학은 거의 펀딩이 안나올겁니다
미국대학원은 학비가 국립이 3000만원 사립이 6000만원 이상합니다
철학으로 삭박사까지 하실려면 최소 6년이상 공부하셔야 될거고요
즉 이것저것하면 돈 10억정도를 그냥 쓰셔도 상관없으신 정도여야됩니다.
그리고 박사를 마쳐도 국내에서 교수로 들어올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재수해서 서울대 들어가시고 돈을 10억정도 그냥 쓰실수 있으시면 상관 없지만 그게아니라면 다른 공부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일단 유학, 교수, 그리고 학계 활동을 목표로 하셨으니 아마 여기보다는 하이브레인넷에 가셔서 질문하시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문과 쪽에서 현 재직 중이신 교수님들도 있으실 테니 보다 현실적인 조언을 얻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조금 다른 결의 얘기지만, 저도 군대에 있을 때 대학원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군복무를 하며 경험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대학원에 가서 제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욕심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욕심에 힘입어 학점 잘 유지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 작년에 박사 졸업했네요. (제 전공은 공학 쪽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에 있다 보면 환경이 너무 폐쇄적이고 만나는 사람들도 제한적이라, 깊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만, 반대로 '넓은' 생각을 하긴 힘들었습니다.
또한 제대 후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도 생겨서, 미래와 진로에 대한 고민들에 휩싸여 조급함이나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보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선, 가고자 하는 분야와 관련된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보고, 또 관련된 경험도 해보면서 넓은 시야를 먼저 가져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늦은 나이라 생각하고 계시지만, 가지고 계신 꿈에 비해선 아직 너무 젊은 나이로 보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글에서 작성자 분의 조급한 마음이 조금 느껴졌습니다. 현재 고민들로 가슴답답한 날들이 계속 이어지시겠지만, 결국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 건 자기 자신입니다. 조금 더 느긋한 태도로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고, 현실성과 장래성을 모두 고려하였을 때 지금 나에게 가장 잘 맞은 선택지가 무엇인지 판단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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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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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