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이 잘된 대학교라면 보통은 지원서를 접수했을텐데, 지원하시지 않은 이유가 상당히 궁금하네요.
음, 첫 번째 이유로는 당시 MIT 이름값에 눈이 멀었다고나 할까요. 그 당시에 MIT의 지도교수님과 컨택이 잘 된 상태였습니다. 지도교수님도 젊은 편이셔서 같이 파이팅 넘치게 일하면서 성과도 내고 싶었고, 또 MIT 이름값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지도교수님이 정말 마음에 든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컨택이 잘 된 다른 학교 교수님들과 입학할 것처럼 연락을 주고받다가, 막상 진학시에는 MIT를 선택하면 다른 학교 교수님들을 배신하는 것 같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점도 아예 지원서조차 내지 않은 이유에 한 몫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은 위험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긴 합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해보고 싶은 연구분야에 도전하는 느낌으로 MIT 외 나머지 학교에 원서접수를 했기 때문입니다. MIT 지도교수님 같은 경우는 제가 해왔던 연구와 핏이 굉장히 잘 맞는 상태여서 교수님도 매우 관심을 가져주신 경우였습니다. 지원했던 나머지 5개교 같은 경우는 제가 해왔던 분야와는 약간 결이 다른, 그렇지만 제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야였습니다. 이 분야를 하시는 교수님들에게도 컨택을 하긴 했는데, 답장이 오진 않더라구요. 아마도 그 교수님들 입장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스킬셋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컨택이 안된 상태에서 지원서를 접수했고, 인터뷰까지 하긴 했지만 30~40분 정도의 인터뷰 시간동안 다른 지원자들 대비 제 장점을 어필하기에는 좀 부족한 시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도 나머지 학교에서 리젝을 받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 연구해왔던 연구분야의 교수님들은 컨택이 잘됐는데, 도전적인 분야의 교수님들한테선 답장을 받지 못하신 것이네요.
연구 경력이 좀 있으신 분들, 그러니까 석사 후 기업 등에서 연구관련 경력을 계속 쌓아오신 분들이라면 자기가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를 매력적으로 느낄 교수님들을 타겟팅하면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SOP를 맞춤형으로 작성했듯이, 컨택부터 SOP 작성 등 전 과정에서 나를 매력적으로 느낄 타겟 교수님에게 맞춤형 준비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자기가 새롭게 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데 그 분야를 하기에 본인이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분야에 지원한다면 합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본인 PR을 하는 부분에 시간을 많이 들여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교수님들이 지원자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고, 그래야만 그 분야에서의 합격률을 높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배들을 위한 귀중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더 들려주실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려요.
준비과정의 모든 것들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우선순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원서 접수전 장학금을 정보들을 잘 캐치해서 지원해보는 것과, 8월까지는 사전 컨택을 쭉 해보는 것입니다. 저는 자격조건이 되지 않아 사전 장학금에 지원하지 못했지만, 유학을 간 선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펀딩이 있는 경우가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 입장에서는 학생이 돈을 들고와서 좋아한다기 보단, 펀드를 받는 과정에서 이미 한번 검증이 됐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 같아요. 김박사넷 유학교육에서 장학금 지원자들을 위한 별도의 멤버십을 만들어서 스케쥴 관리나 면접 관리 등의 기능들을 제공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교수님 리스트업은 김박사넷 유학교육을 이용하면 빠르게 할 수 있으니 큰 무리가 없을 것이구요. 그 다음은 CV와 SOP를 잘 쓰는 것인데, 이 두가지는 다들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실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더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지원서 작성하면서 신기했던 점은, 학교마다 지원 포맷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어느 학교에서는 Diversity 관련 내용을 제출하라는 데도 있었고, 또 어떤 곳은 그런 Personal Statement를 아예 요구하지 않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젠더 및 orientation에 대한 질문도 있어서 신기했는데,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적지 않아야 하는지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하는지를 처음 접하니까 잘 모르겠더라구요. 다행히 김박사넷 유학교육에서 어떠한 것들을 주로 작성해야하는지 잘 알려주었습니다. 특히 Personal Statement에는 리더십이나 인턴 활동 같은 경험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요소에서 어떤 것들을 느꼈고, 그것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쓰는 것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엔 일본에서의 유학 중 제가 느낀 것들과 제가 어떻게 극복을 했는지 등을 작성해서 잘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질문을 드려야겠네요. 왜 미국유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나요?
저는 유학을 대학교 때부터 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한국에 있는 대학을 가기보다는 외국에 있는 대학을 가서 집에서 독립하고, 조금 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일본으로 가는 국비 유학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사와 석사를 일본에서 했습니다. 부모님의 지원 없이도 혼자 충분히 살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거든요. 일본에서 석사학위를 하면서 박사를 계속 일본에서 할지, 혹은 미국으로 박사를 갈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당시에 답을 내리진 못했습니다. 우선 한국에 귀국을 해서 전문연으로 병역부터 마치고 그 이후에 일본으로 갈지 미국으로 갈지 생각을 해보자 이렇게 했어요. 한국에 있으면서 일본유학과 미국유학 중에 어떤 길을 선택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영어를 쓰면서 과학기술의 최선단에 있는 미국이 저에게 더 재밌는 도전이 될 것 같고 그만큼 값진 결과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해서 미국을 가야겠다고 결심 했습니다.
한국에서의 경험과 주변 조언들로 인해 미국행을 결심하게 된 것인가요?
맞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게 된다면 미국에서의 경험(연구적 & 언어적)이 어느정도 메리트가 된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제 주변 지인들도 많이들 동의를 해주셨습니다. 또한 제가 이미 일본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 다시 박사유학을 간다는 것이 뭐랄까, 이제 현실에 안주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런 쪽으로 도전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역마살이 낀 것 같기도 한데, 항상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성격이라 미국행을 결심한 것 같네요.
역마살이라는 단어가 강렬하게 남네요. 미국에서의 박사 학위 이후에 다른 나라로 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그래서 지원했던 미국 대학들에 다 떨어지면 유럽에 박사 지원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지도교수님이 되실 분도 그 그룹 출신이시기도 하실만큼, 대가 교수님이 계신 그룹이 있거든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포스닥을 유럽에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에 한번 나가서 오래 살다보니 해외에서 사는 게 너무 즐겁더라구요. 그 나라를 굉장히 깊이있게 이해하게 되고 문화도 느끼고 또, 거기 있는 친구들도 사귀는 게 재밌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그런 부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유럽에서의 삶도 관심이 있구요.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더 하실 말씀이 있을까요?
제가 미국에 간 선배들에게서 들었던 많은 조언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이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분야가 비슷한 경우도 있지만 차이가 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예를 들면 반도체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반도체 하드웨어쪽 펀딩이 잘 나오는 편이라 관련 산업체의 일자리나 학계의 잡포지션도 많은 편이라 임용도 많이 되는 추세인데 반해, 미국에서는 팹리스 산업, 그러니까 설계나 소프트웨어 쪽 펀딩이 더 잘 나오는 편이었다는 것이죠. 요즘 미국에서는 다시 팹을 하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그 당시 추세는 그랬다는 것이죠.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분야가 차이가 있었다는 것인데, 그 영향을 유학온 한국인들도 받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하드웨어 디바이스 분야로 박사학위를 받은 연구자들 중 미국내 체류를 원하는 사람들은 잡 오퍼를 받기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미국 내에서는 인기가 없던 전공이다 보니까 펀딩도 없고, 실적이 잘 나오기 힘든 구조이니까요. 반면, 한국으로 리턴을 하는 연구자들은 상대적으로 교수 임용도 잘 되고, 대기업 오퍼도 좋은 조건으로 받았다고 합니다. 물론 다 자신만의 이유와 메리트를 생각하면서 유학을 가겠지만, 분야별로 미국이 굉장히 메리트가 크거나 혹은 작은 분야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미국이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번쯤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신의 연구 분야를 고려하면 오히려 우리나라나 일본, 혹은 유럽 이런 쪽에서 더 잘하는 분야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생명공학이나 정보공학 등의 대다수의 분야에서 미국의 연구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 같습니다.
김박사넷 유학교육 후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글을 볼 후배들을 대신해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연구를 하시기 바랍니다.
김박사넷도 평소에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미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적으로도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박사넷 유학교육도 앞으로 미국 유학을 목표로 하는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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