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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란 무엇일까요?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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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물리학과를 다니는 석사생입니다.

저희 실험 연구실에는 괴수 석박통합과정분 선배님이 한분 계십니다.

지금은 3년차로 아직 수업 과정도 다 안끝나신 분인데
벌써 SCI 논문 제1 저자 3편, 공동저자 1편 이렇게 논문을 내셨어요. 게다가, 제1저자 3편 중 1편은 IF 20짜리 네이처 자매지더라구요..

그리고 낸 특허도 2개...
국제학회에서도 포스터 발표상도 받아오더라구요...

교수님 덕분 아니냐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는데, 교수님은 선배님이 하는 연구에 하나도 참견하지 않으십니다.
선배님이 필요할 때 교수님 찾아가서 조언 구하는 정도가 전부인데, 대부분 언제나 부사수도 없이 혼자서 독고다이로 연구하시더라구요.

오히려 연구실 맴버들을 지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바쁜 교수님보다 더 지도를 많이, 잘해줍니다.ㅎㅎ 심지어 포닥들도 막히면 이 선배님에게 갑니다... 신기하게 높은 타율로 막히는게 뻥뻥 뚫려요.)

어느정도냐면, 어느 날 저에게 찾아와 자신이 아이디어가 하나 있는데 이걸로 논문을 쓰려고 한다고 저보고 너가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는거에요. 학부생 한명 보조로 같이 해서요..
예전에 제가 졸업이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논문 주제를 감도 못 잡아서 고민하고 있다고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걸 배려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제가 1저자, 선배님과 학부생이 제2저자, 교수님이 교신저자 이렇게 논문을 쓰기로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배님이 해당 연구 계획서 발표자료를 만들어서 랩미팅 때 교수님 앞에서 발표를 하는데, 교수님이 "너가 교신저자 한번 해봐라" 라고 맡기시더라구요.

대학원 졸업은 커녕 수료도 안 했는데 교수님이 교신저자를 맡긴다는게 저는 너무 대단해보였어요.

그리고 연구실 멤버 챙겨주는 마음하고 여유도 굉장히 저에게는 멋져보여서, 솔직히 말하면 제 인생의 롤모델이에요.




그런데 이런 실적과 다르게, 본인 입으로는 자신은 똑똑하지 않다고 합니다.

자기는 고등학생 때 평균 3-4등급 대 점수고 지방사립대 나왔고, 토익점수도 760점 겨우 넘겼고, 학점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오히려 자신은 암기력 좋고 계산도 잘 하는 저희들이 부럽다 하더라구요.. 자기는 암기하고 계산 능력이 안 좋아서 같은 공부를 하더라도 익히는데 오래걸린다구요..

자신은 단순히 기업 연구소에서 직장생활을 5년정도 하다 와서 단순히 스킬이 많은 것 뿐이다 라고 말하십니다.



이 말을 듣고 과연 천재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잘 외우고 계산 잘하면 천재일까요?

아니면 이 선배님처럼 뭔가 특별한걸 가지고 있는게 천재일까요?

만약 다른 종류의 천재라면 이 분이 가지고 있는 천재성은 과연 뭘까요? 저는 직장생활 5년 했다고 모두가 이정도 퍼포먼스를 낼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근데 도대체 어디서 이런 차이점이 생기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뭔가 마술 같아요.
심지어 본인은 자기가 특별한지도 모르고 항상 "너네도 오래 하면 이렇게 돼" 라는 말만 해요.


P.S 교수님이 이 분의 졸업 이야기만 나오면 항상 표정이 곤란해지십니다 ㅎㅎ. 이 분은 학문에 대한 열정도 있지만 가정을 꾸리는거에 더 가치를 두셔서 빨리 졸업하고 (내년 가을 졸업 예정으로..) 취업을 원하시더라구요. 근데 교수님은 졸업 시키기 싫은데 마땅히 명분도 없어서 거절하지도 못하겠고.. 그런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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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2025.05.17

지속해서 호기심을 갖고 자신의 부족함을 진단하는 메타인지가 큰것 같네요 저도 대기업에서 5년차에 박사 유학왔는데 회사다닐때 비슷한 선배님들 많이 만났습니다 본인 일의 가치를 생각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발전시키기위해 부단히 노력하신것 같습니다 실제로 배움을 멈출때 늙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본인보다 젊거나 늦게 시작한분들께 겸손하고 격려하는 태도가 되신 분 같습니다

2025.05.17

식견과 성실성을 모두 갖춘 분이네요. 좋은사람과 일할 수 있는건 정말 행운입니다.

2025.05.17

기초를 학습하고, 학습한 기초들을 결합해서 응용하여 사고하고, 그를 바탕으로 전에 없던 것을 내놓는 것.

이 과정을 효율적으로 해내는 정도에 따라서 천재냐, 수재냐, 범재냐... 이렇게 나누는 듯 싶습니다.

연구자들은 부류에 따라서 기초를 학습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기초를 결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기초를 결합한 이후에 구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단순히 노력의 여하를 떠나서 사람따라 좀 강하거나 약한 부분이 있는 편이겠죠.

님의 선배께서는 직장에서의 5년을 보낸 것으로 이러한 부분의 숙달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이면에도 무엇인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인이 해명하시길 바탕으로 하자면...

기초 부분의 숙달은 좀 약하지만 활용과 새로움의 산출에는 강한 분이실 수 있겠지요. 각 컴포넌트를 숙지할 때까지는 오래 걸리지만, 한 번 숙지하고나면 이러한 컴포넌트의 연결을 뛰어나게 수행할 수 있는 분이신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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