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도 다 있을법한 이런저런 사정으로 뒤늦게서야 적성을 찾고 생명과학 분야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전문대 재학중이고, 깊이는 얕지만 분자생물학의 퍼즐같은 매력에 빠져있습니다. 생화학도 이리저리 변하는게 너무 재미있구요. 10대 학창시절에는 상상도 못 할 모습으로 흥미와 열정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전공서적을 사비로 구매해서 친구들에게 배부하거나 굳이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까지 찾아보며 밤새우기도 합니다. 작년부터 어렴풋이 떠오른 공부 욕구가 지금와서는 너무 크게 실체화 되어 버렸습니다.
자, 여기서 현실 문제에 맞닥뜨립니다.
나이는 곧 서른, 어찌됐건 최종학력은 초대졸(예), 빚은 없지만 부모님 연세가 좀.. 있으십니다. 사실상 취업을 하기는 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딘가의 생산공장에 가던가, 운 좋으면 벤처의 연구보조로 들어가겠죠. 하여 현재 계획은 (1)직장을 구하고 (2)야간대or학은제or방통대 등으로 학사를 얻고 (3)돈을 모아 대학원 진학... 정도입니다.
직장의 경우 계약직이라도 좋으니 대학조교나 연구실 테크니션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주변 분위기에 잘 휩쓸리기 때문에 곁에서 공부 이야기 나눌 사람이 많이 있는 게 좋거든요. 물론 지금 다니는 학교의 교수님께서 이를 알면 탐탁지 않게 여기실 겁니다. 아무래도 졸업자가 대기업 생산직에 취업하는게 학교 입장에서 좋으니까요.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아 슬슬 마음을 굳혀야 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제가 혼자 결정하기에는 레퍼런스가 거의 없습니다. 교수님들께는 위와 같은 이유로 선뜻 말씀드리기 어렵고, 주변 친구지인들은 대부분 생산직과 돈을 선호하는 분들이라 유의미한 조언을 듣지 못했습니다.
해서 선생님들께 조언 구하고자 이렇게 글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어떤 선택이 현명할지, 혹은 저와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면 제가 세상물정 모르고 허황된 이야기를 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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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2024.09.05
형편이 괜찮으면 도전해보세요. 못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ㅎㅎ 비슷한 나이에 대학원 들어오시는 분 생각보다 꽤 있으십니다
나이는 비슷한 수준으로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금전적으로는 요즘 이공계 대학원에서 생활비 정도는 해결 되는 경우가 많으니 도전해보시면 길이 있을 듯 합니다. 그런데 도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생각해 두실만한 점이.. 1. 무례하게 느껴지실 듯 해서 미리 죄송합니다만, 전문대의 분자생물학 강의 수준이 대단히 깊이 있지는 않으리라 감히 생각합니다. 더하여 생명과학은 배우는 것과 실제 연구의 괴리가 큰 분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구요. 직설적으로 말해서, 생명과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입문 수준의 내용은 배우기에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만, 좀 더 깊이있는 내용을 접하기 시작하고 실제 연구 업무를 시작했을 때도 그만큼 재미를 느끼실지 알 수 없습니다. 2. 냉정하게 말해서 학은/야간/방통 등으로 취득한 학사 학위로 좋은 연구실에 진학하기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편입 등을 통해서 일반대학의 학사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하지만 대학 생활을 한번 더 하는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학은/야간/방통 학위를 주는 대학의 연구실 테크니션으로 들어가서 일하면서, 본인의 능력과 적성에 대한 확인을 겸 하며 학위를 취득해서 해당 연구실로 입학하는 정도가 가장 가능성 있지 않나.. 하는 짧은 생각입니다.
와 좋은 말씀 너무 감사드립니다. 이런 조언이 필요했어요. 말씀하신대로, 학교 수업의 깊이는 각 과목의 기초 수준임에 동의합니다. 짧은 인생 살면서 이렇게까지 몰입해본 적이 드물 정도로 즐기고 있는지라 그 관성을 타고 궤도에 들어가고픈 과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제시해주신 방법이 큰 도움 될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우물 안 개구리 상태인지라 길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학위를 주는 대학으로 취업하는 지혜가 있었음에 감탄합니다. 값진 조언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새겨듣고 참고하겠습니다.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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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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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