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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연구계획서

202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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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씌어진 연구계획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추운 실험실은 나의 나라,

대학원생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인건비 봉투를 받아

연구 노트를 끼고
잘나가는 교수의 세미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취업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연구계획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추운 실험실은 나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졸업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2023년 12월 19일

... 나는 누구 여긴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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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2023.12.20

댓글및관심 구걸합니다... 연말이고 연구실ㅇㅔ서 저만 솔로라 싱숭생숭한데 밤에 홀로 차년도 과제연구계획서 쓰고있을라니 센치해지네요 ㅠㅠ

2023.12.20

시를 쓰다니 공대생답지 않네요

2023.12.20

노잼 친구없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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