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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 있을 때 항상 마음에 걸리는게 하나 있었음

울적한 프리모 레비*

2022.04.27

12

19121

한 단어로 축약하면 “Overclaim”
Disclaimer: 이 의견은 본인의 것임.


사람들마다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재료공학기준으로 내가 생각하는 학계연구의 주요역할은
(1) 깊이 있는 연구를 기반한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매커니즘 규명
(2)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주는 노블한 테크놀로지 개발


연구실 특성에 따라 둘 중 하나만 집중할 수도 있고, 두 개다 건드리는 랩들도 있음. 내가 박사를 하던 랩은 엔지니어링/제품개발 성향이 강해서 (2)에 집중을 했었는데, (1)도 소홀히 하지 않았음. 단 (1)만 전문적으로 하는 전통적인 화학/역학랩에 역량과 장비가 비할바는 못되었기에, 매커니즘을 깊게 디스커션해야하는 경우 콜레보도 자주 했었음. 덕분에 많이 배우고 재미있게 연구를 하고 졸업하였음.


알다시피 많은 대학은 한 실험결과를 마치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줄 정도로 부풀려 뉴스화시키는데 집중하는 디파트먼트가 있음. 특히 내가 박사를 받은 미국쪽 대학은 이런거 기똥차게 잘함. 내 몇몇 논문들도 대형미디어에서 관심을 많이 받았고 전문적으로 인터뷰하는 기회도 꽤 가졌었는데, 그럴 때마다 난 항상 혼란스러웠음.


내 연구의 큰 약점들을 잘 알고, 논문에서 주장한 어플리케이션에 적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걸 알기에, 세상에 그렇게 알려질때마다 싫었었음. 다른 논문들을 보더라도 다수가 팬시한 것에 집중하고 노블티나 심지어 배울거리도 부족한 Incremental research였음. 지금은 미국에 남아 인더스트리 R&D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의 scientific rigor를 향상시키기고 각종 문제해결을 위해 즐겨읽는 학계논문들은 최근것보다 주로 수십년전에 발표된 것들임. 전통적인 재료연구를 깊게 한 논문들은 보면 너무 즐거움.


난 인더스트리에서 학계에서보다 더 깊이 펀더멘탈을 연구하고 실질적인 어플리케이션도 연구하고 있음. 물론 나의 이러한 연구환경이 흔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인더스트리가 더 좋다고 말하고자하는게 아님. 현재 같이 콜레보하는 학계에 계신 명석한 몇몇분들은 상당히 노블한 측정방식이나 해석론을 개발해내어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줄때가 많음. 또 제품개발로 바빠서 근본적 매커니즘을 규명할 충분한 시간과 리소스가 투입되기 힘들때에는 학계랑 콜레보하면서 같이 논문도 쓰며 많은 걸 배워서 재밌음.


그냥 박사시절 느낀 overclaim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싫어서 인더스트리로 옴. 항상 거짓말 하는 기분이었음. 인더스트리라고 모든 결과물들이 사실만 말하는게 아닌 건 함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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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개

방정맞은 아인슈타인*

2022.04.27

그런 착각이라도 없으면 어찌 연구하노.

대댓글 1개

2022.04.27

착각이라기보다는 스스로도 알면서 철판 깔고 거짓말하는 느낌에 가까운 듯.

2022.04.27

매우 공감함. 대부분의 학계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상업성이 없는 분야들을 주워서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에 불과함. 본인들도 실용성 없는 연구라는걸 아니까 대부분 말도 안되는 어플리케이션 붙여둔 것일 뿐... 물론 간혹 괜찮아보이는 연구들도 나오는데, 그런 낌새가 보이면 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재빨리 채가서 더 키워버리기 때문에 결국 그런 주제들은 학계에 남지 못함.

IF : 5

2022.04.27

이 세상에서 모든 것의 핵심은 돈이죠. 연구로 직접 돈을 벌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더 열심히 포장하고 그럴듯하게 들리길 바라며 얘기를 하는거구요.
근데 회사에서도 포장재로 열심히 감는 일은 다 합니다 ㅋㅋㅋㅋ 다만 프로덕트가 좀더 고객에 가깝게 위치하고있으니 포장이 덜 과대해보이는 것 뿐...

2022.04.27

논문을 쓰다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죠, 저도 자괴감 들때가 많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패러다임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연구는 0.1%도 안될거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무거나 하는거죠 그리고 세상을 구하지도 못할 연구기술에 누가 연구비를 주겠습니까, 과제따고 논문쓰려면 어쩔 수 없죠 뭐...

2022.04.27

저는 박사 받는 그 순간도 이 기분 때문에 너무 혼란 스러웠어요 ... 배운게 이거라 일단 주사위는 돌려졌으니 졸업은 하는데 예전부터 선배들에게 배운거라 계속 해왔고 이 끈을 내가 끊고 싶어서 졸업하고 언젠간 이 모든 걸 디스해서 바로 잡는 논문을 내는게 내 목표가 됨

대댓글 1개

2022.04.27

멋있네. 난 탈출각 재는 중.

2022.04.27

그런 느낌 때문에 인더스트리 갔는데 실용성도 없고 노블티도 없는 짓 하면서 성과 과대 포장해야하는 거 현타와서 대학으로 옮김. 연구라는 게 어딜 가나 비슷한 거 아닐까. 그런 점에서 진짜 실용성 있는 무언가를 연구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도 축복이라고 생각함.

2022.04.28

와 제가 이런 느낌 들어서 자퇴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형용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2022.04.28

그게 회사와 학교의 차이죠. 회사는 무조건 회사의 이익과 관련되는 연구를 수행하고, 만들어낸 프로덕트에 대해 오버셀링 하지 않고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학교는 다소 엉뚱한(?), 그리고 회사에서는 수행해보지 못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는듯하네욧. 그래서 회사들에서도 산학과제를 학교에 많이 뿌리고요. 학교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사회에 비져너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버클레임/오버셀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2022.05.08

하지만 있는 그대로 논문을 쓰면 피어 리뷰 단계에서부터 태클이 걸려오는걸요.. ㅋㅋㅋ

2022.05.17

ㅇㅂ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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