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사과정 하고 있는 어느 동네 누구입니다.
이건 거의 개인 일기장에나 쓸 법한 내용인데요.. 답답하기도 하고.. 끝도 없이 밀려드는 생각을 정리하여 다시 화이팅할 겸.. 익명의 힘을 빌려 어딘가에 털어놓기도 좀 그런 내용을 써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무능력한 아버지의 가정 폭력으로 경제적/정신적으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때쯤이었나.. 직장을 잃고 난 열등감 때문이셨을까요? 위협을 가한다고 본인을 자해하여 피바다도 여러번 보았고, 집에 경찰이 자주 왔던 것 같네요. 보통은 두려움을 느낀 제가 문자로 몰래 했던 신고였거나, 물건이 부숴지는 소리에 이웃에서 시끄럽다고 신고해서.. 웃긴건 사람이 칼을 들고 있었고 집이 난장판이 되었는데도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어서 경찰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사람 하나가 죽어야만 움직이는 경찰들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렸던 저는 그 모습에 증오심을 느꼈었고 미친듯이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지 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유일한 순기능?).
그러다보니 집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 높은 점수로 선생님들께 받는 사랑과 친구들의 부러움이 정신적으로 어긋나있던 저한테는 학업의 원동력이 되었네요. 자식이 사회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본 아버지는 그걸 막으려고 온갖 짓을 다하셨죠. 참고서 살 돈도 없어서 학교 선생님들께 받았던 교육용 교재를 버리고, 고등학생 때 잠 못자도록 설치고, 유흥업소로 본인을 데리러오라고 하셨을 땐 정말 돌아버릴 뻔 했네요. 그돈이면 학원을 다닐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정말 오기로 버텼어요.
감격적으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 합격했어요. 그래도 생각이 좀 성숙해진 저는 저같은 학생들을 위해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학생 개개인을 볼 여력이 되는 교수라는 직업을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고, 다행히 학과 공부가 저랑 잘맞아서 재밌었고, 성적도 꽤 잘 받은듯요. 아 저 집에서는 당연히 대학 합격하자마자 동생들과 어머니를 데리고 그럴듯한 구실과 함께 뛰쳐나왔지요. 이때 진짜 새로운 세계를 만난 듯 행복했었는데 ㅋㅋㅋ
그러고나서 최상위 대학의 연구실로 진학했어요. 와 그렇게 거지같이 살았는데 내가 여길 오다니 처음엔 감격스러워서 다녔는데...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치열하게 살았던 까닭일까요, 아니면 원래 연구실이라는 게 참 사람 힘들게 만드는 걸까요. 요새 진짜 힘드네요. 공부를 못하게 만들 때에는 그렇게 공부를 하고 싶어서 미친 듯이 매달렸던 제가 무기력해진 모습을 보면 예전 모습과 너무 달라서 자괴감도 들어요.
출발선이 너무 다른 친구들과 제 처지가 비교되어서 씁쓸한 때도 있었고, 특히나 '학부' 학벌로 은근히 사람 차별하는 지도 교수님 행동에 상처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정작 신생랩에서 랩 셋팅 다했던 건 저인데 말이죠.. 참 저한테는 없는 아버지라는 존재처럼 의지했던 사람이고 존경할 부분도 많은 분인데 다시 생각해보니 열받네; 교수님들이 유학하던 그시절은 칭찬 이런거 없었다고 칩시다.. 저한테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왜 그렇게 어려우실까요.. 뭐 물론 당신 마음엔 안들겠지만...;; (대략 연구실에서 의욕 떨어지는 포인트들~ 이하 생략 ~ 뭐 다들 연구실 빡치는 포인트들 하나씩은 있잖아요? 없으면 참 축복받은 사람ㅋㅎ)
예전에 못받았던 사랑을 이상한 데(?)서 찾지 말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탄탄하고 멋진 사람이 되자.. 생각은 하면서 엄습해오는 무기력함과 믿었던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등을 머리에서 지울 수가 없네요.
이런거에 상처받는 내가 아직 너무 나약한 건가.. 스스로 고민도 많이 해보았고, 원래 제가 지향했던 인간상과는 반대의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잘되는 걸 보면서 (뭐 정치질해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던가, 남들 일은 신경도 쓰지 않고 본인 일만 잘한다던가) 가치관이 흔들릴 때도 있었어요. 저 과정을 몇년 반복하다보니 이제는 저게 똑똑한 것 같기도..;; 제 성격에 사탕발림이나 지나치게 이기적인 행동 등은 흉내내기도 어려운데 이게 다행인건지 안타까운건지 구별이 안될 지경이에요 ^^;
정말 열심히만 하면 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은데, 설령 직업에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제 스스로 후회 없는 대학원 생활을 보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네요. 연구 처음 시작할 때 논문이 눈에 들어오던 그 뿌듯함과 첫 논문을 쓸 때의 기쁨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집에서는 제가 무너지면 저희 가족들도 다 무너질까봐 힘들단 얘기도 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제 치부를 주변 연구하는 동료들에게 드러내기에는 그냥 하나의 가십거리가 될까봐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냥 신뢰를 주게되면 그만큼의 기대를 하게되니까.. 기대를 안하는 게 '웬만한' 인간 관계에서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다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오랫동안 제 곁에 있어 준 연인이랑 종교가 아니었으면 이미 전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연구실 때려쳤을 듯~
휴 다시 힘내봐야겠죠?
그냥 어딘가에 털어놓아야 제가 과거에서 벗어나서 미래로 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느낌?ㅋㅋ
긴 글이었지만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대학원생분들은 아 저렇게 살아온 애도 대학원은 힘들구나 작은 위안이나마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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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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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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