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국에서 고등학교 유학중인 사람입니다. 영국 상위권 의대 (UCL, Imperial)를 합격했고 군대 갔다가 입학할 것 같습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도 영국 시스템상 3과목을 수강하는데 (A level) 수학 화학 생물을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과학고 비슷한 학교인지라 실험도 엄청 많고 보고서도 자주 써야하고 올림피아드도 많이 나갔습니다 - 수학 화학 올림피아드 금상, 생물 올림피아드 동상 등등.. 이렇게 읽기만 하면 그래도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좀 들어주세요.
저는 과학에 관심이 없습니다. 의사 치과의사 집안에서 자랐지만 저는 한국식 표현으로 이과가 아닙니다. 글을 쓰는게 좋고 사람을 (과학적이 아니라 인문 사회학적으로) 이해하고 싶고 철학적 논점에 대해서 생각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회 현상과 정치 그리고 경제에 관심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학교에 있는 랩에서 실험하고 보고서 쓰고 이것도 나름 흥미롭지만 그래도 재미는 없습니다. 제가 관심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 관심있는 척하고 공부하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럼 대학은 왜 의대를 넣었냐 이러시겠지만 부모님의 너무나 간절한 바람에 넣었습니다. 내심 떨어지길 기대했지만 붙어버렸네요. 절대 자랑이 아니고 저는 절박하게 힘듭니다. 옥스퍼드에서 PPE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하고 경제학 석사도 하고 미국에서 경제학으로 박사도 받고 법도 공부해서 기술발전의 일선이 아니라 사회/경제 정책적으로 한국 사회발전을 위해서, 자본과 재화, 그리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효율적인 경제정책과 정치로 국민의 보편적 생활 증진을 위해서 일하고 싶습니다.
의대를 포기하고 경제학을 전공하고 싶습니다. 머리로는 의사가 (물론 요즘 다들 힘들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기본적인 페이도 높고 사회적으로 한국에서 인정도 받는다는거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속된말로 평생 아픈사람이랑 마주하고 고름닦고 소독하고 칼로 절개하고... 이런 것을 하며 살고싶지 않습니다. 비유적인 표현이지만 가운보다는 정장을 입고 일하고 싶습니다.
의대 입학을 포기하고 경제학을 전공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려도 괜찮을까요?
개인적으로 원하는 루트는 영국에서 경제학 석사까지 마치고 미국에서 경박을 마치고 (31 - 32살) 컨설팅펌에서 2년 정도 다양한 산업을 경험하고 (34살) 로스쿨에 진학하여 졸업 후 (37살) 경력을 쌓고 후에 정치하고 싶습니다. 미친짓일까요. 그래도 저는 제 인생 제가 원하는 것을 하고 살고싶습니다. 인생 선배님들, 학문적 선배님들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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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IF : 5
2021.03.16
경제적 여유 되면 하고싶은거 하세요. 그냥저냥 적당한 일을 직업으로 잡아도 쉽지 않은데 하기 싫은거 하며 살긴 많이 힘들거예요.
2021.03.17
하고 싶은 거 하세요
2021.03.17
저도 의대 왔다가 후회하고 기초 연구 분야 알아보고 있어요. 아직 입학 전이니까 안 늦었어요. 하고 싶은 길로 가세요. 전 그만둘 용기가 없어 어찌어찌 6년 다니다 이제 졸업ㅠㅠㅠ
2021.03.16
2021.03.17
2021.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