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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교수님을 찾아 떠나려고 합니다.

깜찍한 헤르만 헤세

2022.09.13 30 23775

저는 학부생때 인턴 1년, 석사 2년을 포함해서 거의 3년간 한 연구실에서 있었습니다.
그간 저는 남들보다 조금 더 결과를 잘 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지도교수님이 지도를 잘해줘서 그랬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연구비 제공 및 학부생임에도 연구할 여건을 제공해준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희는 매주 랩미팅을 합니다. 실험결과를 공유하고, 디스커션하는 자리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결과보고하는거와 마찬가지입니다.
갈피를 못잡고 있으면 이런쪽으로 한번 방향을 틀어봐라라고 말해주는건 1년에 한두번.
선배가, 혹은 당신이 했을때는 잘 나왔다면서 그럴리 없다며 될때까지 하라고 하죠.
또, 랩미팅때 통과한 데이터들 모아 정리해서 들고가면 이 결과는 믿지 못하겠다고 딴지걸기도 합니다.
분명 랩미팅때 괜찮다고, 좋다고 통과한 결과인데 말이죠.

그렇게 그렇게 피규어가 통과되고, 논문 메뉴스크립트 써가면 바쁘다면서 안봐줍니다.
가끔가다 언제쯤 봐주시냐 물어보면 선배부터 봐주겠다 그러시고, 어쩌다 봐주면 한숨쉬면서 영어 왜그렇게 못하냐면서 본인이 다 고칩니다. 어떤 부분에서 논리가 맞지 않거나 어휘가 적절하지 않으니까 고쳐라 이렇게만 해줘도 학생들은 논문쓰는 실력이 좋아질텐데 말이죠. 방식이 그러니 시간도 오래걸립니다.
저는 메뉴크스립트 보낸지 거의 10달만에 봐줬습니다. 이것도 보려고하는데 파일이 없다면서 다시보내달라고 하셨죠.

또, 학생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뭐가 타겟인지도 모르시고 맨날 헷갈려하시죠.
그 외에도, 매일 어디가자 그러고, 갔다오면 3~4시간은 지나서 실험계획도 지장이 갑니다.
하고싶은 연구? 꿈도 못꿉니다.. 그런 분위기도 아니고 자꾸 어디서 신물질 가져오시거든요.
몇번 해보고 안되는것같다고 하면 그럴리 없다면서 대여섯번은 더 반복해야 믿으십니다.

그외에도, 과제 계획서, 연차 보고서, 종료 보고서, 연구비관리, 등등 대부분 학생이 합니다.
(물론 최종검토는 교수님이 하지만요)

예. 그냥 Advisor가 아닌 Principle Investigator 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잠시나마 이 연구실에서 박사까지 할 생각이 있었지만, 저는 도저히 여기서 못있겠습니다.

면담하면서 다른 상대방을 조금씩 깎아 내리는 화법도, 너는 여기서 박사를 해야하는게 당연하다는듯 말하시는 가스라이팅도, 특정 학생을 편애하는것도 다 좋습니다.
저는 좋은 지도교수님을 만나면 진짜 잘 할 수 있을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곳에선 의욕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다른 교수님과 컨택은 잘 되고있는 상황입니다.
아직 어떤분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간 미팅 여러번 해보니까 되게 좋은분 같았습니다.
연구 역량에 대해서도 칭찬해 주시고, 입학전까지 연구주제도 여러개 생각해오라고 하셨습니다.

여기계신 교수님이나, 박사님들이 보면 되게 건방지다고 생각하실수도 있을것 같아요.
어디 석사따위가 교수를 평가하냐 그러실것 같은데..
어쩌겠습니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요.

제 똥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어디에라도 하소연하고싶었네요.


댓글 30

  • 선량한 노엄 촘스키

    2022.09.13

    정말 보통의 교수님이네요.
    대학원에 환상을 가지는 학부생들이 이 글 보고 현실을 알면 좋겠어요.

    여기가 보통인 연구실이니 순응하라는게 아니라 좋은 연구실은 정말로 찾기 힘드니 심사숙고해서 연구실 들어갔으면 해서 하는 얘기입니다.

    대댓글 6개

    • 건강한 블레즈 파스칼

      2022.09.13

      전혀 보통의 교수님이 아닌데요?
      랩미팅 때 지도교수가 코멘트도 전혀 안하고, 메뉴스크립트도 10개월 만에 봐주고, 학생들이 무슨 연구를 하는지도 모르는
      이런 곳이 보통의 연구실이라면 님이 좋은 연구실을 찾아보지 않은 거임
      찾아보면 충분히 좋은 연구실 많습니다

    • 나른한 에이다 러브레이스

      2022.09.13

      찾아보면 충분히 좋은 곳도 많지만 저것보다도 똥같은 곳도 널리고 널렸습니다.
      석사때 제대로 경험하셨으니 박사 지도교수는 잘 찾아서 능력 마음껏 펼치시면 좋겠네요.

    • 선량한 노엄 촘스키

      2022.09.13

      좋은 연구실 가셔서 다행이네요.
      저는 직접 겪고 과제같이하는 연구실들 학생들이랑 교류하면서 얻은 정보를 종합해봤을때 그러했다라는 거니 이해해주시길.

    • 덤덤한 니콜라 테슬라

      2022.09.13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그러게요 정말 보통의 교수님인거 동의합니다. 저렇지 않은 교수님이 드물죠.

    • 멍때리는 프랜시스 베이컨

      2022.09.13

      대한민국 평균입니다. 대학원 가지 마세요.

    • 온화한 아리스토텔레스

      2022.10.28

      미국도 비슷해요. 그냥 대학원 자체가 문제.

  • 너그러운 공자

    2022.09.13

    나른한 에이다 러브레이스 님 말이 정확하네요.
    저게 정상이고 괜찮다 가 아니라 저정도면 평균이고 비슷하거나 더 안좋은 랩이 널렸다는 의미죠.
    진짜 좋은 랩을 잘 찾아서 가야 합니다.

    대댓글 0개

  • 용감한 토마스 홉스

    2022.09.13

    다른 분야지만 기간과 이력부터 시작해서 모든게 거의 저와 비슷해서 소름돋네요. 위에서 보통의 교수님이라 하셨는데, 정말로 이게 보통의 교수님과 연구실 풍경인걸까 하고 조금 슬퍼지네요. 저 역시 메뉴스크립트도 한번도 봐주지 않고, 학생이 무슨 연구하는지도 기억도 못했습니다. 그게 무슨 대형 랩처럼 학생이 많아서 그런것도 아니었죠. 박사 선배도 없었으니까요. 사실 그건 견딜만했습니다.

    그런도 세부 분야도 다른 탑 연구실(학생 숫자 자릿수부터 다른 곳)들과 항상 실적 비교, "너네가 하는 연구는 과제 실적 갯수 채우기용이지, 임팩트가 하나도 없다." 등등.. 처음엔 열심히 하라는 말로 받아들였지만 그런 말이 자리마다 항상, 1-2년씩 라디오처럼 반복되니까 연구실 단위로 사기가 꺾이고 단체로 우울증에 걸린 것 마냥 분위기가 이상해졌습니다. 이 곳에서 더 해봤자 미래가 없겠다는 생각에 결국 저도 박사 도중에 나왔습니다 (물론 더 좋은 곳으로 왔죠).

    지금 어떤 마음인지 잘 압니다. 아무리 마음이 떠났다 해도 오랜 기간 있었던 연구실에서 발걸음을 떼는 건 쉽지 않아 토로하는 글을 쓴 것 같습니다. 본인이 마음이 떠났다면, 그 곳에 더 있어봤자 서로서로 손해입니다. 그냥 최대한 마지막까지 해줄 것 다 해주고 웃으면서 좋게 나오세요.

    대댓글 0개

  • 사려깊은 그레고어 멘델

    2022.09.14

    메뉴스크립트를 10달만에 봐줬다는건 좀 심각한거긴 한데.. 반대로 말하면 그 연구(논문)이 만큼 임팩트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진짜 중요하고 긴급한 주제면 교수가 보채서라도 진작 논문 완성 시켰을듯요.

    대댓글 2개

    • 사려깊은 그레고어 멘델

      2022.09.14

      학생이 무슨 연구하는지 헷갈려 하는건 미국 탑스쿨 대가들도 똑같아요 ㅋㅋ 학생이 많고 다들 하는 주제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교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처음부터 설명하는게 제일 좋습니다.

    • 깜찍한 헤르만 헤세 (작성자)

      2022.09.14

      모든 인원이 다 그랬어요.. 제 선배, 동기도 안봐줘서 고통받았고, 오히려 편애한다던 한 친구꺼 위주로 봐줬죠. 제 논문은 그당시 저희 교실 IF 평균으로 봤을때 상위권에 속하던 저널에 투고하려 했습니다.

  • 온화한 아리스토텔레스

    2022.09.14

    솔직히 이정도면 평타입니다. 저의 지도교수도 비슷했는데 학생에 대한 신뢰가 없으셨죠. 그래서 쉽게 갈꺼 사람 진을 다빼놓은 후에야 일이 진행되곤 했습니다. 그게 어떤 어려움인지는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죠. 지도교수 교체는 가급적 이를 수록 좋다고 봅니다. 5년 6년 하고 아차 아니다 싶을땐 관두는거 말곤 방법이 없어요.

    대댓글 0개

  • 뉘우치는 알베르 카뮈

    2022.09.14

    이 글 읽고 제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눈물이 나네요. 학부 시절에 정말 좋으신 분으로 보여서 왔는데... 4학년 졸업시즌에 협력 업체에 제가 스스로 공문을 쓰고 있더라구요. 그땐 열심히 하면 되겠지 하고 데이터 확보하러 혼자 전전긍긍 했습니다. 사람 붙여주고 현장 와보겠다던 교수님은 단 1도 오지 않으셨고 전 4개월 동안 썩어났죠. 천운으로 좋은 데이터를 얻고 발표도 꽤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연구 지도는 없고 스스로 유튜브랑 논문 보면서 터득하게 되더군요. 이제는 석사 3년차로 졸업하려는데 아직도 논문을 잘 안봐주십니다.... 그저 저보고 알아서 잘써야지 않겠냐 내가 얼마나 바쁜데... 라고만 하십니다. 참 외롭고 힘드네요. 쓰니님은 좋은 곳에서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랄께요...

    대댓글 0개

  • 재밌는 우장춘

    2022.09.14

    누적 신고가 20개 이상인 사용자입니다.

    어디가 어떻게 안 좋은지 얘기 안 하고 까는 경우는 보통...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안 좋은 건 알겠는 경우거나..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거나... 고생을 많이 해서 꼬였거나.. 일거에요 그리고 ㅋㅋ 자기 박사생 까는 교수가 시간이 지나 또 잡고 싶은 석사생을 앞에 두고 또 자기 박사생 깔겁니다

    대댓글 0개

  • 깐깐한 아인슈타인

    2022.09.15

    연구실은 정량화할수가 없으니까 평균값 말고 중앙값이라고 하면, 중앙값에 가까운 연구실이긴 할 것 같네요...
    어쨌든 좋은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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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탕한 존 스튜어트 밀

    2022.09.15

    이런글 쓰는건 혹시나 내가 잘못생각하는 건 아닐까하는 갓 째문인가요? 아니면 혹시 생각하는 대로 했다가 있을수 있는 안좋은 상황을 문의하기 위한 건가요?

    대댓글 1개

    • 용감한 프랜시스 베이컨

      2022.09.15

      막줄에 하소연하고 싶어서 적었다는 문장이 있는데요... 누가 본인 얘기 들어줬으면 함에 글 쓰신 것 같아요.

  • 사려깊은 하인리히 헤르츠

    2022.10.06

    힘내세요

    대댓글 0개

  • 무기력한 임마누엘 칸트

    2022.10.07

    내가 이걸 왜 이제 봤을까.. 저도 비슷한 이유로 논문 투고랑 심지어 졸업논문까지 늦춰져서 맘이 시란하네요.
    보통의 랩이라 정말 대한민국 대학원은 암담합니다 뭐 어딜가나겠지만..

    대댓글 0개

  • 다정한 유클리드

    2022.10.11

    말하면 입만 아플정도로 단점이 많은 연구실에서 석사를 하면서 느낀건.. 정말 다음 지도교수는 잘 만나자 or 취직을 하자

    대댓글 0개

  • 넉살좋은 라이프니츠

    2022.10.12

    공감이되네요 보통의 교수라는 말이 저도 학부연구생 할때는 좋아보였는데 실제 입학하고 보니 글쓴이같은 경험을 하고있어서 더더욱 공감이되네요

    대댓글 0개

  • 속편한 윌리엄 켈빈

    2022.10.12

    개병신 같은 괴수 만나서 고생해보니 지금 지도교수님이 너무 좋네요 ㅠ

    대댓글 0개

  • 온화한 아리스토텔레스

    2022.10.28

    제일 쓰레기는 5년 넘게 동고동락했는데 졸업 차일피일 미루고 심지어 말 안듣는다고 잘라버리는 부류죠. 원글에 나오는 교수들 솔직히 많습니다. 저렇게 태업하고 싶어서 교수가 되고 싶었던건지... 씁쓸한 현실.

    대댓글 0개

  • 속편한 칼 세이건

    2022.10.31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가장 빠른시기....

    대댓글 0개

  • 못된 코페르니쿠스

    2022.11.02

    참여기관으로 임상시험 IRB 신청 해야 하는데, 책임 연구원인 지도교수의 IRB 교육자격이 안되니까.... ID/비번 주관업체에 보내더이다. 그쪽 대표가 밤새 교육듣고, 시험보고... 뭐하는건지... 했습니다. 물론, 랩실 연구원들에게도 ID/비번 보내셨죠. 근데, 너무 바빴거든요. 중소 랩실이라, 연구원 몇 되지도 않고, 탱자거리는 지도교수 외에, 죄다 일정이 빡빡해서 다음다음 눌러가며 시험 볼 여유가 안되니, 급한놈이 우물 파고 있는 상황.
    그 시각 지도교수는 지극히 개인일정 소화하면서 몇일째 학교에는 얼굴한번 안비치고... 모든 일을 카톡으로 하고있었고, 그나마 카톡 답장도 12시에 보내면 저녁 늦게 답장주기 일쑤고... 교수되면 다들 그런가 봅니다.
    연구실 pc 뺄까말까 고민하면서 학교 오는 현실이 싫어지네요

    대댓글 0개

  • 당당한 베르너 하이젠버그

    2022.11.06

    대학원생 입장에서야 불만이 많겠지만, 지극히 보통의 교수님입니다. 더 좋은 지도를 원하시면 학생이 그만큼 좋은 결과를 가져가야합니다. 학생이 연당 수천만원씩 내고 지도받는 건 아니지만, 교수 입장에서 기회비용은 학생 1인당 수천만원씩 발생합니다. ROI가 안 나오면 그걸 다른데서 메꿔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투자하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죠.

    게다가 교수 직접 안 가르쳐도 랩을 그 정도로 일궈놓은 노력이 있기 때문에, "석사는 박사들이 가르쳐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위임을 안하고 한 명 한 명 가르치려면, 다른 뭔가를 크게 포기해야하죠. 그게 한국에서 대부분의 연구중심대학이 운영되는 환경입니다.

    라떼 타령하긴 싫은데, 저는 외국 대학에서 지도교수의 실질적인 도움을 박사과정 내내 딱 3번 받았습니다. 펀딩은 전부 TA나 외부RA로 해결하고요. 지금 생각해도 욕 나오네요. 젠장... 얼른 도망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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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천적인 막스 베버

    2022.11.11

    하나같이 제 지도교수같네요ㅋㅋㅋㅋㅋㅋㅋ
    이젠 학위받아서 상관없는데 읽으면서
    우리방 사람이 쓴줄

    대댓글 0개

  • 겁먹은 프리모 레비

    2022.11.13

    제가 아는 학생과 상황이 비슷한데.. 만약 그 학생이라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구글 번역기로 논문써서 교수님한테 논문 다 썼다고 하지 좀 말고, 제발 뛰어난 교수님 밑으로 옮겨서 대성하시길 바랍니다.

    대댓글 0개

  • 침착한 어니스트 러더퍼드

    2022.11.27

    와 우리 교수 아니냐

    대댓글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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