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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분위기의 중요성 (feat. 게임, 하소연, 과거회상)

IF : 5

2021.06.12

16

10818

아래 랩에서 겜하는사람 글 보고 적는
우리 랩 이야기

내가 들어갈때부터도 종종 롤은 했음
실험 걸어놓고 대기시간이 애매하게 껴서 칼바람 한두번 돌리면 시간맞고 그랬던 사람들이 좀 있었음
그마저도 일과시간엔 거의 안함 해도 5시 이후
저녁때는 사람 많으면 가끔 치킨시켜놓고 협곡 내전해서 치킨값내기하는 일종의 레저활동 정도
아 참고로 난 롤 안함

근데 이게 점점 심각해지더라
롤은 가끔 저렇게 하면서 일을 엄청나게 하던 왕고선배가 졸업한 다음에
롤은 그대로 하는데 일 하는 분위기는 옅어짐
사람이 늘어나서 한 방을 더 쓰게 됐는데, 그나마 일하는 사람이 한쪽으로 몰리고 반대쪽은 놀자판이 됨 그리고 나는 팀 구성상 어쩔 수 없이 놀자판에 배정됐는데 그속에서 꿋꿋이 일을 함......힘들었다진짜


어느날은 갑자기 연구실 내 롤 티어 경쟁이 붙더니
어느날은 아예 다른 게임을 파기 시작함. 보겜같은걸로
교수가 점점 외부활동이 많아지고 언제부턴가 갑자기 연구 외 다른 일들(재테크, 정치, ...)에 더 관심을 두게 되면서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학교에 있는 시간보다 길어졌음
그때부터는 진짜 심해졌던 것 같음. 눈치볼 사람 없음, 일과 후라는 암묵적인 시간제한도 없음
심지어 그 때 있던 포닥도 같이 놀기 시작함
아니 아저씨는 대체 왜 여기서 카드를 치는건데

롤보다 더 너무 시끄러워서 초반엔 제발 좀 조용히 해달라고 한 적도 많은데, 아무리 그래도 안돼서 결국 나도 포기하고 그냥 실험을 주야장천 하게됨
그리고 그 후로 유입되는 신입멤버들도 놀자판에 어울리거나, 아니면 아예 자기들이 적극적으로 더 새로운 놀거리를 들고오거나 하는 쪽이었음
자기 디펜스 전날 오전, 나보고 그날 오후에 자료 마지막으로 좀 봐달라고 했던 후배1이 그날 6시까지 한건 보드게임이었음
나 한 성격...이 아니라 솔직히 세 성격 하는데도 성질내봤자 내 목만 상하니 포기하게 되는 지경까지 감
그래도 저건 너무 화나서 좀 살벌한 톤으로 뭐라 하긴 했다.
("이제 다 놀았나봐?")

그와중에 난 졸업은 또 무사히 했다
그리고 랩 멤버들 사이에서 인정 많이 받았음. 우리 팀이 나 이후론 없어져서 평생 팀 막내였는데, 선배들이 디스커션도 다 나 붙잡고 하고 그러니 저자도 많이 들어감(부저자지만 그래도).
어떤 선배 논문엔 2저자로 들어가게 돼서, 나도 다른 논문에 비해 공저자로서 책임감이 조금은 더 들었음
어느날 정신차려보니 한숨 푹푹 쉬며 선배 논문 한줄한줄 다 뜯어고치면서 내가 새로 다 쓰고있더라
그래 지는 가만히 있는데 나서서 그러고있던 내가 등신인건 맞지
나를 뭘로 인정해준다는게 그냥 그 스킬을 자기네들이 싸게 써먹겠단 얘기임. 그거 필요할 때 돌아갈 좌표 찍었단소리. 마냥 좋은것만은 아냐
심지어 타 논문들에서 가져와서 누덕누덕 짜깁기한 부분 있길래 표절도 내가 다 찾아줬다 진짜 기절하는줄 알았어
갑자기 문장 퀄리티가 확 올라가길래 구글에 그대로 넣어봤더니 응 복붙
연구한다는 사람이 보겜할 시간에 표절이 뭔지나 공부하지 싶었음


저 사람들 어떻게 됐을거같아?
저렇게 놀아도 운이 좋거나 머리가 좋은 사람들은 그래도 번듯한데 취직했음
나도 번듯한데 취직했고
놀면서 박사만 6년을 했는데도(우리쪽 평균 4년) 실적은 나 반토막인 선배가 있는데 취직 잘만하더라ㅎ 결국엔 걍 운빨이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지만 저 멤버들 다 운이나 머리나 둘 중 하나는 좋았음
다 잘만 살고 있단 얘기

근데 운에 기댈 용기 없고 애초에 운도 없고 저럴 성격도 안되는 나같은 사람은 그냥 뭐 할 수 있는 거 최대한 닥치는대로 해야지 별수 없지않겠어
근데 그렇게 하고싶은 사람들한테는 저런 분위기가 정말 최악 최악 최악이었음
교수한테 말하는거 얘기 있던데..... 정말 진지한 얘기였는지 조심스럽게 여쭙고싶음. 아무리 분위기가 개판이어도 같이 생활하는 모든 동료들을 나로부터 등돌리게 만드는건 너무 리스크가 큼. 그리고 나같은 경우 교수는 언젠가부터 학교에 별로 붙어있질 않았기때문에 오픈하기엔 더 리스크가 컸음
그리고 뭐 애초에 과에 분위기 소문 다 났었는데 알았겠지뭐 ㅎ


그런 속에서 사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은
쟤네도 대학원생이라고.... 석사라고.... 박사라고.... 하는 현타가 엄청 자주 올거임
근데 방법은 없음. 저것들도 연구자라고... 할 수 있게끔 나 스스로의 자질을 갖추는 것밖에는. 나같은 경우는 선배보다 훨씬 논문 잘썼던거? 등신같고 좀 찌질하지만 아무튼 그건 진짜 자신있었으니까
뭐 일단 멘탈케어 근본은 자기만족 아니겠어

쓰다보니 옛날생각에 빡쳐서 많이 길어졌네
더위먹지말고 다들 건강한 생활하시길
그러고보니 반대로 지금 직장 부서는 사소한 일 큰 일 가릴 것 없이 다 나서려고 하고 다같이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 성장하는 기분도 들고 상사한테 인정도 잘 받고 되게 좋은거같네
암튼 모두 수고수고 빠른 탈출이 답이다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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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개

2021.06.12

밑에 게임 글 썼던 글쓴이입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대댓글 1개

IF : 5

2021.06.12

고생하세요... 그냥 빠른 탈출만이 답입니다

2021.06.12

글쓴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졸업했던 입장으로써..
현타 오지게 오는게 어떤 사람은 논문 열편씩 쓰고 어떤 사람은 논문 한두편쓰고 (IF5-10짜리) 똑같이 삼전같이 번듯한 회사 취직하니까 황당함.. 학계로 갈거면 전자가 압승이지만 회사로 진로를 정했으면 후자처럼 하는게 결국엔 개이득이 아닌가 싶다. 결국 똑같은 회사가는거면 뭐하러 열심히 했나 싶기도 하고 그렇네

대댓글 4개

IF : 5

2021.06.12

가치관에 혼란이 오기 딱 좋은 상황이었죠
그래도 열심히 하다 나온거에 대한 후회는 없슴니다 다닐때 현타는 오지게 왔었지만 ㅋㅋㅋㅋ
쇠약한 닐스 보어*

2021.06.12

솔직히 spk 나오면 겨우 박사 졸업만 해도 삼전은 가지않나요? 삼전 안갈려고 쎄빠지게 열심히 하는거죠

IF : 5

2021.06.12

취직과 실적이 대한 목표 차이, 가치관 차이를 다 떠나서 그래도 저희 랩은 연구실이라는 공동생활 중의 기본적인 예의 측면에서도 선을 좀 쎄게 넘긴 했었어요. 다들 그랬으니 제가 이상한 사람이었을까요ㅎ
울적한 도스토예프스키*

2021.06.16

위 댓글의 비공감 4개는 삼전도 못 가서 ㅂㄷ거리는 애들인가

2021.06.12

회사취업이 목표인 사람 많은 곳은 놀자판 될 가능성이 있음 연구가 꿈이면 상위학교로 가는 게 좋은 이유기도 하고

대댓글 1개

IF : 5

2021.06.12

취업 많이 하는 곳이긴 했는데 정도가 좀 심했어요. 일단 교수님 졸업 기준이 높은 편이어서 맞추기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도 한번 흐려지니 심해지더군요

2021.06.12

정치질하는 쓰레기까지 있으면 랩 분위기 최악입니다

IF : 2

2021.06.12

진짜 현타올 때가 저것들도 박사학위 나오고 나도 박사라는거. 같은 학교 같은 랩의 박사라는 거 자체가 너무 자존심 상하고 치욕스러웠습니다. 교수님은 한결같이 자유방임주의로 랩을 운영하시니까 소위 쓰레기들도 마치 자유로운 연구를 하는 것처럼 나대고.. 같은 돈 받고 과제운영하고 실적내는데 그것들은 논문도 못 내고 과제는커녕 행정처리나 겨우 하고도 일 많다고 징징대고.. 심지어 정치질도 못해요, 그런 돌대가리들은.. 이런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니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ㅋㅋ ㅠㅠ

2021.06.13

제 랩을 보는거 같네요..
작년에 석사 1 학사 1신참내기 둘이 들어온게 생각나요 ..

과제는 태산같이 들어오는데
고참들이 롤하자느니 오버워치하자느니 축구하자느니 하니까
고참들이랑 어울리면서 실험실에서 다루는 장비들 배울 생각도 없고...
놀기만 하고.. 같이 술퍼먹고 다음날 오후 늦게 왔다가 저녁먹고 퇴근하고..
축구하다가 발목 접질렸다고 깁스했다는걸 핑계로 몇일동안 랩실 안나오고..

저희같이 일하는 쪽들을 그냥 짬딸리는 놈들, 서열에서 밀린 놈들로 취급하고..
랩 사무 업무도 제때 안해서 저희가 수습하고..

어휴, 할 말은 무쟈게 많네요.

이렇게 속 터지게 생활하던 중에서도 교수님이 마음에 계속 담아두었다면 모르고 지나갔을텐데,
내가 아는 분들 자제들이라 어쩔 수가 없다..
라는 말을 듣고 현탐 오지게 왔던것도 떠오르네요.

물론, 저희 교수님도 정치하는 세력으로 빠져나가면서 들은체 만체하십니다.
개선해야지 개선해야지 하면서 옆에 있는 교수님들과도 상의를 하고 조언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절때 행동으로 안보여줘요.
그러니까 랩실 인간들은 우리 교수 호구 교수 라는 생각으로 그리 설쳐댔던거고 ..

결과요 ?
고참놈들 아무 준비도 안하고 대충 논문쓰고 졸업해서 취업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세상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비슷한 랩실이 꽤 많나보네요...

2021.06.14

고려대 석사 나와서 느낀건 연구실 있었을때 박사 형한명 있었는데 회로설계 전공이면서 박사 n년차(n>=3) 가 교과서에 나오는 앰프하나 설계 못하는 수준으로 하루종일 컴으로 드라마아니면 겜만 쳐하더군요.. 과제 시작하고 테잎아웃 기간이면 레이아웃만 깨작거리다가 다시 놀자판.. 그형 아직도 그러고 살고 있겠지..

2021.06.19

와... 저희 연구실도 딱 이래요... 저도 딱히 게임 즐겨하는 편이 아닌데 매일같이 게임켜고 놉니다. 그러면서 일은 항상 뒷전이고 먼저 할 일 없으면 퇴근한다고 하면 또 그거대로 왜 퇴근하냐 개지랄... 그래서 그냥 저는 게임하든 말든 신경 안씁니다. 차라리 나가서 자기 계발 하면서 시간 보냅니다. 아. 그리고 그냥 도와주지마세요. ㅋㅋ 그 시간에 논문 하나를 더 읽으심이ㅎㅎ

2021.07.23

저는 위에 분위기에 사이까지 틀어져서 석사 생활간에 너무 힘들더라구요..
사이가 틀어지니 트집이라는 트집은 전부잡고 막말도 서슴치 않구요. (실험 실적은 꽤 많이 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막학기인데 조금만 더 힘내서 취준까지 잘 마무리 하려구요.
비슷한 상황에 원생 분들 전부 힘 내셨으면 좋겠어요!
어짜피 살면서 다신 안볼 사람들이니까요!! 다들 화이팅!

2024.03.16

꼬왔으면 탈출하고 해외로 날으던가 하셨어야지. 결국 남들이 봤을땐 거기서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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