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겁대가리 상실 (아 이건 잃은건가)
학부랑 대학원 초반까진 소심대마왕이었음. 사람들 반응 하나하나 신경쓰고 되게 예민하고 그랬던... 대학원에서 여러 사람들이랑 오랜 시간 부대끼면서 사람들이란 자기 생각 외에 별다른 생각을 안하고 산다는걸 깨닫고 눈치 안보기 시작함
옛날엔 아주 소심했던 애가 갑자기 좀 독해짐... 중간이 없는건 좀 그래
근데 이건 대학원의 특수성이라기보다 그냥 사회에 나가면 생길 일 정도인듯
2. 몸무게
운동 안하고 관리 안하면 훅간다
배달음식 편의점도시락 밴
박사 말년차때 스트레스를 헬스로 풀어서 오히려 좀 빼서 나왔는데 도루묵됨
3. 빠른 포기
대학원이든 어디든 나가보면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는데 그걸 아무도 안 들어주는 상황이 있을거임. 그게 걍 귀찮아서 그런거면 다행인데 안 들어주는 사람의 이해관계에 반하거나 그런 경우도 많을거고.
그리고 특히 대학원 상황을 생각하면 지도교수와 학생의 이해관계가 반하는 상황이 생각보다 많음. 안그럴거 같고 그는 내 편 들어줄 것 같지? 가족끼리도 척지는게 인간관계인데 학생 하나 말 안들어주는건 일도 아니지.
겁대가리 없는 거랑 별개로 그렇게 되면 그건 안되는 일임. 난 그럴 땐 내 신념을 지키느니 그 시간에 빨리 우회로를 있는대로 다 파놓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걸 체득함.
사람 스타일이긴 할텐데, 동기는 절대 안굽히는 스타일이어서 마찰도 많았지만 자기 하고싶은대로 결국 많이 하긴 했음. 난 그냥 편하게 빨리 퇴근하고 싶어서 그랬던거고.
4. 세상엔 길이 많다는 깨달음
박사까지 하다보면 나랑 같이 이 길을 달리다가 중간에 다른 길로 내비를 다시 잡는 경우를 꽤 보게 됨. 그 사람들도 처음엔 하 내가 이걸 여기서 포기하면 안될거같고 낙오자 될거같고 지금까지 한게 이거밖에 없고 이런 고민을 무지 함. 그럼에도 도저히 안되겠고 못참겠으니 나가게 되는거지.
근데 그분들 다 아주아주 잘 살고있음ㅋ 대학원이라는 필드가 워낙에 좁고 또 랩에서 오래 있다보면 시각이 자칫하면 되게 좁아질 수 있는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함. 이런저런 뉴스도 많이 보고, (대학원 재학생들은 슬슬 결혼식 많아질텐데 그 핑계로라도) 사람들도 좀 (거리 잘 두면서)만나고, 그러면서 넓게 넓게 보시길.
대학원은 몹쓸 길이야 당장 나가라는 말은 절대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바라겠지만, 인생 깁니다.
대학원이나 대학교 밖 다른 사회나 난 본질적으로 다르단 생각은 안하는데,
젊은 사람들을 좁은 공간에 학위를 볼모로 가둬두고 뒤를 못보게 만들어놓은 그 체제때문에 다른 사회보다 멘탈적으로 아주 가혹한 환경이라고 생각함.
그래서 그런가 써보니 멘탈적인 거(+몸무게)만 생각나긴 하는데... 다들 멘탈 잘 돌보시고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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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직설적인 우장춘*
2021.04.19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 듯. 10년전만해도 대학원 관두면 교수님이 앞길 막는다고 그러고 실제로 취업도 방해도 하는 사례도 있고 그랬는데, 요즘은 대학원/연구실끼리 담합하기보단 은근히 경쟁을 시작하고 있고. 점점 자본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음. 난 좋다고 봄. 대학원생활도 사회생활이고 대학원도 사회이면 시장경제의 원칙도 칼같이 적용되어야지. 지원자들은 입시에서 개개인의 인적가치를 측정받는데, 학위, 대학원도 그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받아야지. 궁극적으로 대학원은 인더스트리와 공정하게 경쟁해서 그에 맞는 대우, 차별화된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해야함. 사실 누구보다 대학원생의 인권을 향상시키는데 목소리를 내고 앞장서야 할사람은 교수님들, 학교임. 지도교수와 직장상사의 차이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셨으면 좋겠음.
2021.04.19
대댓글 2개
202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