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잘 달진 않지만, '제가 아이 인생을 망친 걸까요...' 라는 내용 때문에 지나칠 수가 없네요.
서강대나 한양대나 인생 살면서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 큰 차이는 학생 개개인이 만들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대 나와서 백수로 살수도 있고, 서강대 졸업하고 MIT 유학갈수도 있죠. 다 본인이 하기 나름입니다.
그런데, '본인이 하기 나름'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꺾어버리는 것이 바로 지금 부모님이 하고 있는 치맛바람입니다. 1. 컴퓨터쪽 전문가도 아니신것 같고 2. 취업분야 전문가도 아니신 것 같으며 3. 심지어 학생때 공부를 잘하신것 같지도 않군요. 즉, 길라잡이로서의 역량을 아무것도 갖추지 못했으면서 티끌같은 디테일에 집착하고 계신다면, 자녀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본인이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처참하게 짓밟는 결과밖에 남지 않습니다. 자녀분 죽을때까지 평생 케어하면서 사실건가요? 설사 그런 능력이 된다 하더라도, 그 방법은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 가장 덜 사람답게 사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사람으로서 최소한 갖춰야 할 도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만 주고, 나머지는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To do list를 적는게 아니라 Not to do list(열심히 노력하지 않고 결과만 좋기를 바라는 태도 등)만 어른의 관점에서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런얘기 해도 바뀌시지 않을 가능성이 99%라는걸 알고 있지만, 1%의 가능성 때문에 남깁니다.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님은 전혀 걱정 안되고, 저 환경에서 자라고 있을 자녀분이 매우 걱정됩니다.
AI 는 많은 영역에서 인간이 행하던 baseline 업무들을 대체할것이다. 베이스라인 업무란 무엇인가? 아직 첨단(cutting-edge) 까지는 아닌, 그러나 해당 업무를 돌아가게끔은 하는 feasible 한 어떤 solution 이다.
한 통신사의 전화상담 업무를 생각해보자. 인간 상담사가 고객과 질의하고 답변하는 전형적이고 뻔한 대화과정들은 AI 선에서 충분히 처리가 가능할것이다. 이정도의 baseline 업무들은 굳이 인간 상담사가 처리할 필요가 없게되는것이다. 이런 baseline 업무를 처리하던 상담사 대신 더 싼 값에 AI 가 동일한 업무를 할수있게 되었으니, AI를 Baseline Breaker 라고 부를 수 있겠다.
자동차 공장내의 조립공정도 마찬가지일것이고, 반도체 공장내의 제조 공정도 마찬가지일것이다. 노동자들이 행하던 많은 baseline 업무들에 AI Baseline Breaker 가 침투할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 노동자는 해당업무를 AI Baseline 보다 더 잘하지 못하는 한 다시 고용되기 어렵다. 자연스럽게, 인간은 AI 가 잘 하지 못하는 다른 영역에서 능력을 쌓도록 요구받을것이다. AI 가 따라오기 힘든 인간의 능력은 무엇인가? 나는 인간의 여러 능력중에서도 '대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는 능력' 을 꼽고 싶다.
AI는 특정 데이터셋 아래에서 학습 되었기때문에 해당 데이터셋의 패턴과 context 밖에서는 제대로 동작하기 힘들다. 즉 AI 솔루션은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고, 학습데이터에 편향된 (biased) 결과들을 도출하게 되어있다. 반면 인간은 눈에 보이는 현상(관찰) 너머 정신적 세계에서도 사고 하며 다양한 솔루션들을 도출할 능력이 있다. 인간은 단순히 단일 목적함수(single objective function)를 최대화하는 솔루션을 찾는 꽉 막힌 머신이 아니라는것이다.
AI 베이스라인 브레이커는 인간에게 발칙한, 그러나 유익한 도전을 가해오고 있다. 우리가 나이브하게, 혹은 대충대충 모양새만 맞게, 돌아가게끔만 행하던 러프한 노동행위들에서 벗어나게 하도록 AI는 우리에게 도전하고있다. AI는 우리에게, 더 섬세하고 고차원적이고 정신영역을 자극할 수 있는 영역의 일들을 하도록 촉구하고 있는것이다. 그래서 AI 는 베이스라인 브레이커이면서, 동시에 '게으름 브레이커' 이다.
2024.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