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마음을 지키는 일 (1)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마음을 지키는 일 (1)

소설을 쓰고, 문학 연구를 합니다. 종종 소설가나 문학 연구자가 됩니다.


편집자 주: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시리즈의 지난 글들을 아래 목록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인문학도입니다.




1. 교수와 선생 / 원생과 제자


학부 수업 때, 고전 문학을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한 번은 학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은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난 그게 김대리, 김과장, 이렇게 부르는 걸로 들려서 기분이 나빠. 교수는 내 직함이지, 그러면 여러분이 나를 교수라고 부를 때 나는 단순한 직장인이 되는 거야. 여러분을 사랑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을 정확하게 채우고 사라지는 그냥 그런 사람이.”


마흔 명쯤 되는 학생이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중 얼마가 그분을 부르는 호칭을 바꾸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때부터 그분의 그 가르침을 적당히 써먹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일로 메일을 보낼 적에 수신인이 내가 존경하는 분이라면 “○○○ 선생님께”라고 적고, 결코 존경을 보내드릴 수 없는 분이라면 “○○○ 교수님께”라고 적는 식으로 나만의 은근한 구분짓기를 시작한 것이다.


물론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나만의 구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효과를 얻었다.



첫째, 내가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추해보게 되었다. 상대의 존경할만한 점을 억지로 퍼올려보는 연습은 나 자신의 인격 수양, 즉 도 닦기의 일환이 되어 훗날 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둘째, 존경할만한 선생님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고, 존경하기 어려운 분의 어떠한 말과 행동에도 쉽게 상처 받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