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일기를 씁니다.
학생에서 직장인으로 전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차이는 ‘일과의 거리 두기’였다.
워낙 나는 일을 내려놓는 걸 잘 못했다.
그래서 연구실 엠티에도 잘 따라가지 않고 그냥 학교에 남아 있는다든지, 저녁에 일을 주섬주섬 싸 들고 집에 가서 밤늦게까지 붙잡고 있는다든지 했다.
물론 능률은 항상 별로였다.
자는 사이에 완료되도록 저녁에 열 시간짜리 작업을 장비에 물려놓고서는 정말 잘 돌아가는지 한 시간이 넘도록 집에 안 가고 계속 쳐다보고 서 있던 적도 많았다(장비멍).
역시 난 좀 한심했다.
한편 첫 회사는 보안이 철저한 곳이어서 일과 관련된 어떤 것도 회사 밖으로 들고나갈 수 없었다.
겨우 폰으로 사람들과 연락은 됐고 무슨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지는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렇다 보니 퇴근 후와 주말에는 자연스럽게 일과의 거리두기가 가능했다.
퇴근이 늦고 주말 출근이 잦은 곳이긴 했다.
자연스럽게 방에서는 이 시리즈의 글을 쓰고 식용 풀을 키우고 가끔 요리도 하게 되었다.
집을 온전히 쉬는 공간으로 쓰는 게 꽤 쾌적하다는 걸 박사가 다 끝나고 난 후에야 알았다.
일과의 거리 두기는 직장에서도 이어졌다(......).
어차피 내 선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은 위로 위로 떠나보내거나,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일은 미리 신경 쓰지 말고 일이 벌어지면 그때 고민하기 등을 시작했다.
특히나 회사는 거대한 조직이어서 그 안에서 내 운신의 폭이 대단히 좁았다(하지만 상사들은 다 내가 해야 하는 것처럼 말하곤 했지).
그런 상황에 스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