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일기를 씁니다.
‘오늘 나는 열심히 일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스스로 답을 내릴 때 쓰는 척도는 아래와 같다.
(1)은 일을 거의 안한 것, (2)는 어느 정도 한 것, (3)은 정말 열심히 한 것에 해당한다.
(1) 점심밥 소화가 잘 안된다.
(2)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잘 정리해두고 퇴근했다.
(3) 퇴근 후에 무작정 걷고 싶다.
나는 다리가 좀 불편하다.
학창 시절에 크게 다친 적이 있고, 다행히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음에도 일상생활에 신경이 쓰일 정도의 후유증은 남아있다.
그런데 또 걷는 건 좋아한다.
걸으면서 그날의 공기를 느끼거나 주변의 풀, 나무, 인도의 벽돌 패턴을 쳐다보면서 천천히 지나가는 게 정말 좋다.
일을 아주 열심히 한 날의 나는 그 보상 개념으로 불편함을 무릅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막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내가 맨 처음에 그런 감정을 느낀 건… 대학원 때 출장지에서였지 싶다.
그 출장은 학회는 아니었고, 당시 우리와 공동연구하던 해외 연구실에 가서 같이 새로운 실험을 셋업 하는 목적으로 열흘 정도 가게 되었다.
공동연구 학생과 같이 일주일 내내 실험실에 콕 박혀있었다.
금요일에는 정말 오후 내내 실험실에만 있으면서 데이터를 뽑는 데 집중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D는 곧 한국으로 떠나니까 하는 김에 오늘 좀 더… 하다 보니 밤 9시가 되어서야 그날 일이 끝났다.
미친 듯이 유럽의 거리가 걷고 싶었다.
캠퍼스 바로 밖의 광장과 상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