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일기를 씁니다.
몇 편의 글을 보셨다면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난 잘 못 논다.
몇 가지 의미에서 그러한데, 여기에 이미 적었듯 일을 때로는 내려놓고 쉴 줄도 알아야 하지만 잘 그러지 못한다.
그리고 쉬게 되더라도 밖에 나가서 활동을 하거나, 남과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밖에 어떤 게 재미있는지도 모르고 사람 많은 곳은 일단 복잡해서.
오늘같이 비 오는 날 특히, 그냥 혼자 가만히 있으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대로 보내고 있으면 그것 그대로 난 좋다.
나도 내가 노잼이라는건 아주 잘 알고 있다.
이 노잼인은 지금 외국에 있다.
한참 이직 썰을 풀던 때 갑자기 외국에 한동안 나가있으라는 회사의 명이 떨어졌다.
그리고 한국의 직장인은 그걸 따른다.
내가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이유이다.
여기 와서 첫 주의 금요일 오후, 같이 일하던 현지인 한 명이 나한테 주말에 뭐 하냐고 물었다.
“너는 여기 다 처음 가보는 곳이고 정말 재밌겠다!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나 그냥 집에서 좀 쉬다가 동네 산책이나 좀 하려고. 힘들어.”
“아, 노잼(Nah, boring).”
그리고 이 boring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난 반사적으로 “1주일 안 돼서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된 것 같아. 힘들어.”라는 사족을 붙이고 말았다.
내 입에서 jet lag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오는 그 순간 나도 스스로가 매우 찌질하다는 걸 느꼈다.
자기가 노잼인걸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 막상 남이 하는 노잼이라는 말은 열심히 방어하고 있는 꼴이라니.
이 …